민유라-겜린, 韓최초 프리 진출 성공…"아리랑 보여드리게 됐어요"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18.02.19 16:08

▲19일 강릉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아이스댄스 쇼트댄스에서 한국의 민유라-알렉산더 겜린이 연기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


[에너지경제신문 한상희 기자] 피겨 아이스댄스 민유라(23)-알렉산더 겜린(25) 조가 환상의 호흡을 과시하며 쇼트 댄스에서 16위를 차지해 프리 댄스 진출에 성공했다.

민유라-겜린 조는 19일 강릉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아이스댄스 쇼트댄스에서 기술점수(TES) 32.94점, 예술점수(PCS) 28.28점을 합쳐 61.22점을 받았다.

지난해 10월 기록한 공인 최고점 61.97점에는 다소 못 미치지만 앞서 팀이벤트(단체전) 쇼트에서 민유라 상의 후크가 풀리는 악재 속에서 받은 51.97점보다 며칠 만에 크게 올랐다.

전체 24팀 가운데 16번째로 높은 점수다.

아이스댄스에서는 전체 24팀 가운데 쇼트댄스 상위 20팀이 프리 댄스에 진출하기 때문에 민유라-겜린은 20일 프리댄스에서 ‘아리랑’에 맞춘 프리 댄스 연기를 선보일 수 있게 됐다.

두 선수는 올림픽을 앞두고 전 세계에 한국문화를 알리기 위해 ‘아리랑’ 프리 연기를 꼭 펼치고 싶다는 바람을 밝혀왔다.

재미교포인 민유라와 귀화 미국인인 겜린은 2002 솔트레이크시티 올림픽에 한국 아이스댄스 선수로는 처음 출전해 24위를 기록한 양태화-이천군 조를 넘어 한국 아이스댄스 최고의 올림픽 성적도 기록하게 됐다.

이날 민유라-겜린은 정열적인 라틴 리듬에 맞춰 흠잡을 데 없는 연기를 펼쳤다.

루이스 폰시의 ‘데스파시토’(Despacito)에 맞춰 안무를 시작한 두 선수는 이번 시즌 패턴댄스의 필수요소인 룸바 시퀀스를 자신감 있게 수행해 최고 레벨인 레벨4를 받았다.

이어 룸바 리듬의 ‘마이 올’(My All)로 음악이 바뀌고 민유라-겜린은 두 선수가 반드시 신체의 일부를 접촉한 채 춰야 하는 패턴 댄스 타입 스텝 시퀀스를 레벨3으로 수행했다.

겜린이 민유라를 들고 곡선으로 이동하는 고난도의 커브 리프트는 레벨 4로 마쳐 관중의 힘찬 박수를 받았다.

이어 삼바 리듬의 ‘무헤르 라티나’(Mujer Latina)로 음악이 다시 바뀌고 두 선수가 나란히 서서 똑같이 회전하며 이동하는 싱크로나이즈드 트위즐을 역시 최고 레벨(4)로 수행했다.

민유라-겜린은 손을 잡지 않은 채 연기하는 낫 터칭 미들라인 스텝 시퀀스를 레벨3으로 소화한 것을 끝으로 다섯 가지 과제를 모두 마쳤다. 모든 과제에서 수행점수(GOE) 가산점을 챙겼다.


키스앤드크라이존에서 점수를 확인한 민유라는 감격의 울음을 터뜨렸고, 겜린은 믿을 수 없다는 듯 얼굴을 감쌌다.

이날 민유라는 "쇼트댄스를 통과해야 (프리댄스 프로그램인) 아리랑 연기를 할 수 있었다"라면서 "그래서 울음이 터졌다. 기분이 매우 좋다. 빨리 가서 푹 자고 내일 경기 준비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눈물의 의미에 관해 "매우 기쁘고 많은 감정이 쏟아져 울음이 터졌다"라고 했다.

두 선수는 일찌감치 평창올림픽 프리댄스 프로그램으로 한국의 전통 음악인 ‘아리랑’을 택했다.

의상도 개량 한복을 택했다. 올림픽을 앞두고 ‘아리랑’의 가사 중 ‘독도’가 정치적 이슈로 불거지면서 해당 가사를 삭제하는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두 선수는 크게 개의치 않았다.

두 선수는 평창올림픽의 목표를 ‘아리랑 무대를 펼치는 것’으로 삼고 훈련에 열중했다.

과정은 험난했다. 이들은 평창올림픽 첫 무대였던 단체전(팀 이벤트) 쇼트댄스에서 민유라의 의상 상의 후크가 떨어져 나가는 돌발상황 때문에 제대로 된 연기를 못하는 악재를 경험했다.

민유라는 이날 경기를 앞두고 후크를 단단히 채웠다. 또한 두꺼운 끈으로 옷을 단단히 여민 채 연기를 펼쳤다.

그는 "완전히 옷을 꿰매고 나왔다"라면서 어깨를 앞뒤로 들썩였다. 과한 동작에도 옷 문제가 없다는 것을 직접 보여주며 취재진에 웃음을 안겼다.

이어 "오늘은 기술적인 요소에 신경을 썼지만, 내일 프리댄스에서는 내 마음과 감정을 모두 표출해 여러분께 특별한 ‘아리랑’ 연기를 보여드리고 싶다"라며 "점수는 상관없다. 어떻게든 확실하게 즐기고 내려오겠다"고 말했다.

한국으로 귀화해 꿈의 무대를 밟은 겜린은 "올림픽에 나올 수 있도록 도와주신 한국에 보답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라면서 "내일 경기에선 스토리를 담아 연기를 펼치고 싶다"고 말했다.

두 선수는 20일 개량 한복을 입고 프리댄스 프로그램 ‘아리랑’에 맞춰 프리댄스에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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