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지난 1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호송차로 향하고 있다. (사진=연합) |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뇌물공여 혐의로 구속되면서 롯데지주 주가가 발목이 잡혔다. 경영 공백으로 지주사 체제를 완성하는 데 비상이 걸렸기 때문이다. 롯데지주의 자회사인 롯데칠성과 롯데쇼핑 등의 실적도 부진해 당장 상승 모멘텀은 크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19일 롯데지주는 전 거래일보다 600원(1%) 오른 6만3000원에 마감했다. 지난 14일 롯데지주는 신 회장이 박근혜 전 대통령의 비선실세인 최순실씨 측에 면세점 특허를 대가로 뇌물 70억원을 건낸 혐의로 징역 2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으면서 6% 가량 급락했다.
앞서 롯데지주 주가는 지난해 10월 말 재상장 이후 롯데쇼핑, 롯데칠성, 롯데제과 등 자회사들이 부진한 실적을 내면서 정체된 모습을 나타냈다. 특히 롯데쇼핑은 중국의 사드 보복 조치로 중국 롯데마트 매각이 지연된 점도 걸림돌이 됐다. 1월 초에는 롯데지알에스와 롯데상사, 롯데로지스틱스, 한국후지필름, 대홍기획의 투자부문과 롯데아이티테크 등 6개 비상장 계열사를 흡수합병한다고 공시하면서 7만원을 찍었으나 다시 제자리로 하락했다.
설상가상 롯데지주 지분 13%를 보유한 최대주주 신 회장의 구속으로 롯데지주 주가는 더욱 발목을 잡힌 모습이다. 신 회장은 형 신동주 전 부회장과의 오랜 경영권 분쟁을 끝내고 지배구조를 구축하려 했으나, 오너 공백으로 차질이 불가피해 보이기 때문이다. 특히 일본 롯데에 대한 지분율을 낮추고 롯데지주의 지주회사 구축을 완성하기 위해 거론됐던 호텔롯데 상장은 지연될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 중국의 사드 보복으로 실적이 악화된 가운데 롯데면세점 특허가 취소되면 타격이 더욱 커질 수 있어서다.
계열사 편입을 통한 기업가치 상승도 장기적인 관점에서 봐야 한다는 조언이다. 대신증권 양지환 연구원은 "분할합병으로 상호 보유하던 지분이 정리되고 자기주식이 확대되면, 궁극적으로 이를 어떤 식으로 활용해 지주 밖 회사를 끌어올 것인가 등이 투자 포인트가 될 것"이라며 "다만 이런 부분은 시간이 있어야 나타날 수 있는 현상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오는 27일 주주총회에서 6개 계열사의 흡수합병 안이 통과되면 롯데지주는 신규 순환출자와 상호출자 고리를 모두 해소하게 된다. 분할합병과정에서 발행되는 신주 가운데 71.5%는 자기주식으로 발행될 전망이다. 이는 향후 롯데지주의 적극적 인수합병, 사업확장의 재원으로 쓰일 수 있는 자산이 될 수 있다.
다만 이번 신 회장의 구속이 롯데지주 기업가치와는 무관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면세점 특허가 취소돼도 롯데지주가 입는 실질적 타격은 없기 때문이다. 면세점 사업은 롯데지주와 지분 관계가 없는 호텔롯데가 운영하고 있다.
▲서울 소공동 롯데 호텔 건물. (사진=연합) |
유안타증권 최남곤 연구원은 "호텔롯데 상장이 지연되고, 롯데지주와의 합병 절차가 늦춰지는 문제가 있지만, 롯데지주의 기업 가치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는 아니다"라고 밝혔다. 최 연구원은 "합병은 2~3년의 긴 호흡으로 준비하고, 그 과정에서 롯데지주의 기업 가치를 끌어 올리는 롯데카드 매각, 자회사 IPO, 상표권 수취, 배당 확대 등은 전혀 지장이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롯데그룹은 공정거래법상 금융사 지분을 2년 안에 처리해야 한다. 현재 롯데그룹은 롯데손해보험(상장), 롯데캐피탈(비상장), 롯데카드(비상장)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신 회장이 2심에서 풀려날 가능성도 제기된다. 대신증권 양지환 연구원은 "롯데지주는 자회사 실적 부진으로 올라갈 모멘텀도 없었고, 투자 심리도 안 좋아진 상황"이라면서 "다만 신 회장이 1심에서 구속된 것이기 때문에 2심에서도 법정구속될지는 지켜봐야 한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례로 봐도 아직 구속을 확정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에너지경제신문=이아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