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성장세에...車·배터리 업계 희토류 경쟁 ‘치열’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18.02.22 12:14

▲(사진=AFP/연합)



희토류 가격이 폭등하면서 전세계 자동차와 전자, 배터리 업계의 발걸음도 빨라지고 있다.

일본 자동차업체 도요타가 고가의 희토류(希土類) 사용을 크게 줄인 전기차용 신형 자석을 개발했고, 삼성SDI는 니켈과 코발트, 알루미늄을 사용한 NCA배터리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애플 역시 리튬이온배터리에 쓰이는 코발트를 확보하기 위해 채굴 회사와 협상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CNBC방송, 블룸버그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도요타는 희토류 사용을 최대 50%까지 줄인 고성능 신형 자석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회사는 희토류 시장을 장악 중인 중국에 대한 수입 의존도를 크게 낮출 수 있게 됐다. 희토류로 제작된 자석은 자동차 전기모터나 청소기, 풍력발전기 등에 사용된다.

새로 개발된 자석은 고가 희토류에 속하는 테르븀과 디스프로슘을 전혀 사용하지 않을뿐더러 가장 일반적인 네오디뮴의 사용량도 절반으로 줄였다.

도요타는 오는 2025년 말까지 모든 전기차에 신형 자석을 부착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신형 자석은 전기 배터리 생산비용을 줄이고, 희토류 시장을 점령하고 있는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는데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은 전 세계 공급의 90∼95%를 좌지우지하는 희토류 최대 생산국이자 공급국이다.

중국의 공급 독점으로 희토류 가격은 중국 내 지정학적 리스크나 규제에 취약한 모습을 보여왔다.

지난해 디스프로슘 가격이 불법 채굴을 금지한 중국 정부 규제의 영향으로 급등한 것이 이를 방증한다.

도요타는 "가격이 비교적 높고 지정학적 위험에 노출될 우려가 있어 희토류에 대한 의존도를 줄인 제품을 개발했다"며 "수급 혼란과 가격 상승의 위험을 줄이는데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희토류 가격 상승세가 지속되자, 국내 배터리 업계도 이를 상쇄하기 위한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삼성 SDI는 폐휴대폰에서 코발트를 재활용하는 사업에 진출하고, 코발트 사용량을 최소화한 리튬이온배터리를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과 LG화학은 올해부터 코발트 함량을 줄인 NCM811 배터리 양산에 본격적으로 돌입한다.

한편, 업계는 코발트 가격 상승세가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전체 물량의 60%를 생산하는 콩고가 코발트를 전략 광물로 지정, 자원 국유화 조치를 통해 시장 지배력을 높이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콩고정부는 지난 1월 통과된 광업법을 근거로 코발트를 수출하는 업체에 부과하는 세금을 기존 2%에서 5%로 올리고, 초과이득세 50%를 추가로 부과할 예정이다. 이 경우 코발트 생산업체가 부담해야 하는 세금이 10% 수준까지 늘게 되고, 판매 가격에 반영된다.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에 따르면, 리튬이온 이차전지의 주요 원재료인 코발트 가격은 최근 2년 새 3배 이상 폭등했다. 지난 2016년 1월 ㎏당 23.4달러 였던 코발트 몸값이 지난달 77.8달러로 껑충 뛴 것이다. 이달 들어서는 ㎏당 85달러를 넘어서며 사상 최고가를 기록하고 있다.

희토류는 수요와 가격 상승뿐만 아니라 지정학적 위험에도 노출돼 있다. 희토류 최대 소비국인 일본은 중국과의 관계 악화로 희토류 공급 불안정을 겪었다. 2010년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에서 중국 어선과 일본 순시선이 충돌했을 당시 영유권 분쟁이 수면 위로 떠오르자 중국은 비장의 카드인 희토류 수출 중단을 꺼내 들었다. 일본은 분쟁 17일 만에 나포한 중국 선장을 석방하며 꼬리를 내렸다.

환경오염과 인권 문제도 있다. 선진국들은 희토류 채굴이 환경오염을 유발한다며 광산을 폐쇄했다. 향후 중국이 환경 규제를 강화하면 생산량과 가격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희토류 광산의 아동 노동 문제도 국제적인 비판을 받고 있다. 2016년 초 국제앰네스티는 애플과 삼성전자, 소니 등 대형 전자기업의 제품에 아동노동에 의존하는 광산에서 생산된 코발트가 사용됐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에너지경제신문 한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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