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형 못 피한 ‘법꾸라지’ 우병우, ‘검사·실세’에서 수감자로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18.02.22 15:20

▲박근혜 정부 시절 국정농단 의혹을 알고도 묵인하고 직권을 남용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이 22일 오후 1심 선고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서울중앙지법에 들어서고 있다. (사진=연합)


[에너지경제신문 한상희 기자] 최연소로 사법시험에 붙은 뒤 30년 간 법조계에서 승승장구하다 구속 수감자로 전락한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52)에 대한 첫번째 사법적 판단이 내려졌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부장판사 이영훈)는 22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우 전 수석에게 징역 2년6개월을 선고했다.

우 전 수석은 국정원으로부터 비선 보고를 받아 불법 사찰을 한 혐의로 추가 기소됐기 때문에, 또 다른 판단이 남은 상태다.


◇ 소년 등과·검사 차석 임관…엘리트 코스 ‘승승장구’

서울대 법대 84학번인 우 전 수석은 대학교 3학년인 1987년 제29회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만 20세의 나이의 ‘소년 등과’로 그의 ‘천재성’이 화제를 모았다.

1990년 서울지검 검사로 임관했는데 임관 성적도 차석으로 주목받았다. 1992년 한직으로 꼽히는 대구지검 경주지청에 발령됐지만 이후 법무부, 서울중앙지검 부장, 대검찰청 중수1과장·수사기획관 등 엘리트 코스를 착실히 밟아왔다.

2001년 ‘이용호 게이트 특검’ 특별수사관으로 활약했고 2003년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 부부장 시절에는 삼성에버랜드 전환사채 헐값 사건 수사에 참여해 이름을 날렸다.

대검 중수부 수사 1과장이었던 우 전 수석은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직접 신문하는 등 승승장구했지만 사장 승진 인사에서 연달아 두 번 고배를 마시고 2013년 검사복을 벗었다.

그러나 2014년 5월 민정수석실 민정비서관에 발탁되고 8개월 후 민정수석으로 승진하는 등 박근혜정부에서 화려하게 부활한 그는 사정기관을 총괄하며 막강한 권한을 행사했다.


◇ 숱한 의혹에도 법망 피해…‘불법 사찰’에 발목

우 전 수석에 대한 의혹은 2016년 7월 우 전 수석 장모의 가족회사 정강의 횡령 등 의혹, 넥슨 강남 땅 특혜 매입 의혹 보도가 나오면서 시작됐다.

여기에 우 전 수석의 아들이 의무경찰 시절 ‘꽃보직’이라 불리는 운전병으로 전출됐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여론은 급격히 악화됐다.

당시 감찰에 착수했던 이석수 특별감찰관은 언론사에 정보를 흘렸다는 의혹으로 곤혹을 치렀으나 끝내 검찰에 우 전 수석에 대한 수사를 의뢰했다.

검찰은 우 전 수석과 이석수 특별감찰관에 대한 의혹을 수사하고자 특별수사팀을 꾸렸다. 대상은 가족회사 정강 및 ‘넥슨 땅 거래’ 의혹, 우 전 수석 아들의 꽃보직 논란 등이었다.

김정주 넥슨 대표, 진경준 전 검사장, 우 전 수석의 부인 이모씨에 대한 소환조사를 실시했고, 그 해 10월 우 전 수석이 민정수석직을 사임하면서 우 전 수석에 대한 소환조사도 이뤄졌다. 그 과정에서 취채진을 노려보고 팔짱을 끼고 조사를 받는 등의 태도가 논란을 빚기도 했다.

특수팀이 해산하고 국정농단 사태를 수사하기 위해 출범한 검찰의 특별수사본부,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차례로 우 전 수석 의혹 수사에 들어갔다. 특검팀은 지난해 2월 우 전 수석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기각됐다. 특검은 우 전 수석의 개인비리 의혹을 검찰에 다시 이첩했다.

바톤을 넘겨받은 검찰 특수본 2기는 우 전 수석 수사 전담팀을 구성하는 등 의욕을 보이며 민정수석비서관실과 민정수석실 산하 특별감찰반 등을 압수수색하고 법원에 다시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또 다시 고배를 마셨다.

박근혜 전 대통령을 비롯해 국정농단 관련자들이 줄줄이 구속되는 가운데 2016년부터 다수의 검찰 수사팀이 수사를 했음에도 2번이나 구속영장을 피한 우 전 수석을 놓고 ‘법망을 교묘히 빠져나간다’는 의미의 ‘법꾸라지’라는 별명이 생기기도 했다.

하지만 작년 12월 국가정보원을 동원해 공무원과 민간인에 대한 불법사찰을 벌인 혐의가 드러나면서 결국 구속됐고, 이 사안을 두고 별도의 재판을 받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이영훈 부장판사)는 이날 우 전 수석에 대해 "최순실의 비위 행위를 파악했던 것으로 보임에도 진상 조사를 위한 적절한 조처를 하지 않아 국가적 혼란 사태를 심화시킨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또 "민정비서관·수석으로 가진 막강한 권한과 지위를 이용해 공정거래위원회의 독립성과 공정성을 심각하게 침해했고, 특별감찰관의 감찰을 노골적으로 방해해 제대로 된 감찰을 못 하게 했다"고 질타했다.

이어 "국회 청문회 출석을 거부해 국정농단 사태에 대한 국민의 여망을 외면했다"며 "일말의 책임을 인정할 수 없다는 태도로 변명으로 일관하고 반성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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