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수 잃은 韓日 롯데…경영권 두고 ‘형제분쟁’ 또 시작되나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18.02.22 15:47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좌)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사진=연합)



그야 말로 엎친 데 덮친 격이다. 사상 초유의 총수부재 상황을 맞닥뜨린 롯데그룹은 이에 따른 나비효과로 크고 작은 악재에 직면해 있다.

신동빈 롯데 회장이 일본 롯데 지주사인 롯데홀딩스 공동대표직에서 내려오면서 경영권 향배는 미궁 속에 빠져 들었고, 한동안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던 그의 형인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과의 두 번째 ‘형제의 난’도 현실화 조짐이 일고 있다. 재계 사이에선 이미 경영권을 사이에 둔 형제간 표 대결 재현 가능성까지 조심스레 점치고 있다.

당장 오는 27일 롯데지주의 첫 주주총회를 시작으로 6월 롯데홀딩스 정기 주총 등 첩첩산중이다. 여기에 신 전 부회장이 6월 전이라도 임시주총을 소집하는 등 경영 복귀 작업에 나설 수 있어 살얼음판 위에 서있는 롯데의 ‘겨울’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 암초 만난 한국롯데 지배구조 개편

▲롯데호텔. (사진=연합)


롯데지주는 이달 말로 예정된 주주총회에서 롯데 비상장 계열사 6곳을 롯데지주에 흡수·합병하는 안을 다룰 예정이다.

이는 그간 신 회장이 공을 들여온 그룹 지배구조 개편 작업의 일환으로, 롯데는 이 안건이 통과되면 신규 순환출자와 상호출자가 모두 해소돼 경영이 투명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롯데지주의 최대주주이자 오너인 신 회장이 구속상태로 주총 현장에 참석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당초 이번 안건 통과는 큰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예상됐지만 신 회장 구속 후 롯데의 지배구조 개편 동력이 떨어질 것이란 우려가 확산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분할·합병 등 회사 지배구조 개편 안건은 특별결의 사항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조건도 까다롭다. 의결권 있는 주주의 3분의 1 이상이 주총에 참석하고, 참석 주주의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하는 등 두 가지 조건을 모두 충족시켜야 한다.

신 회장 등 대주주 일가가 보유한 지분은 43.88%로, 주총이 성립하려면 이 지분 외에도 최소 약 23%의 의결권이 더 필요하다.

또 특수관계인 지분 중엔 신격호 총괄회장(3.10%), 신 전 부회장(0.23%) 등 찬성표를 장담할 수 없는 지분도 일부 포함돼 있어, 남은 기간 동안 롯데는 내부 단속은 물론 기관과 외국인 등의 지지를 받아 내야 하는 과제를 풀어내야 한다

롯데지주 주가도 영 도와주지 않고 있다. 현재 롯데지주 주식이 계열사 합병에 반대하는 주주들이 사측에 주식 매도를 신청할 수 있는 ‘주식매수 청구권’ 가격(6만 3635원)보다 떨어진 금액에 거래되면서 이에 따른 차익을 노력 소액주주들의 반대표 행사 움직임도 예상되고 있는 상황이다.


◇ 악재 틈탄 형의 반격…어떻게 될까?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 (사진=연합)


이는 시작일 뿐이다. ‘진짜’는 신 전 부회장이 일본 롯데홀딩스 이사회를 움직일 가능성이다.

신 전 부회장은 최근 두 번의 입장자료를 통해 동생인 신 회장의 한국 롯데그룹 회장 사임, 롯데홀딩스 대표직 뿐 아니라 이사직에서도 물러날 것을 거듭 촉구해왔다는 점에서 신 회장의 부재를 틈타 다시 경영 복귀를 시도할 공산이 크다.

일본 롯데홀딩스는 한국 롯데의 중간 지주사 역할을 하는 호텔롯데의 최대주주로, 광윤사(28.1%)를 비롯해 종업원지주회(27.8%), 관계사(20.1%), 임원지주회(6%) 등이 주요주주로 있다. 문제는 신 전 부회장이 광윤사의 지분 50%+1주를 보유한 최대주주이고, 신 회장이 보유하고 있는 지분은 1.4%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신 회장은 그간 광윤사를 제외한 종업원지주회와 관계사, 임원지주회 등의 확고한 지지를 바탕으로 일본 롯데의 경영권을 유지해왔지만 이번 법정구속으로 신뢰가 깨졌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그나마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을 적엔 일주일에 한번씩 일본을 방문하고, 그 속에서 설득하는 작업도 가능했지만 이젠 그마저도 불가능한 상태다. 이들이 돌아서버리면 50년을 이어온 ‘한일 원롯데 경영’은 사실상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된다.

다만 롯데는 신 전 부회장이 지난 2년간 롯데홀딩스 임시주총에서 수차례에 걸쳐 경영권 탈환에 나섰지만 주주들에 막혀 번번이 실패했다는 점에 희망을 걸고 있다. 롯데는 일본과 한국의 사법제도 차이점을 내세워 일본 주주들을 설득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재계에서는 신 회장의 2심까지 6개월 이상 걸릴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그 어느 때보다 그의 최측근인 황각규 부회장의 역할이 막중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그간 롯데홀딩스 일본 주주들이 신 회장의 경영능력을 인정해 밀어준 것은 맞지만 이번 신뢰도 추락이 어떠한 결과를 가져올지는 속단하기 어렵다"면서 "앞으로 신 회장 측과 신 전 부회장 측 간에 롯데홀딩스 주주들의 표심을 얻기 위한 치열한 물밑작업이 펼쳐질 것"이라고 말했다.



[에너지경제신문 류세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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