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GM 정상화 줄다리기] 정부 "신규투자 조건부수정 OK, 출자전환 NO" vs GM "1조 7000억 요청"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18.02.22 17:55

▲한국GM. (사진=연합)


[에너지경제신문 윤성필 기자] GM(제너널 모터스)이 기획재정부, 산업통상자원부 등 부처마다 돌며 릴레이식 협상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가운데 구체적 안건들이 속속 들어나고 있다.

정부는 GM과의 협상에서 GM측이 제시한 28억 달러의 산업은행 지분비율 만큼의 신규투자는 수정을 통한 조건부로 참여하되, 27억 달러 상당의 출자전환 참여는 거부한다는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GM은 담보제공·증자참여·재정지원 등 1조7000억 규모의 지원을 우리정부에 공식요청했다.

고형권 기획재정부 1차관은 22일 오전 서울 프라즈 호텔에서 배리 엥글 GM 총괄부사장 겸 해외사업부문(GMI) 사장을 만나 한국 GM 구조조정과 지원방안을 협의했다.

고 차관은 이날 협상에서 시설 투자 등 신규투자계획 28억 달러에 산업은행 지분비율(17%, 약 5000억)만큼 참여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수정을 통한 조건부 찬성을 알린 것으로 알려졌다.

기재부 등 정부측은 이날 보도자료까지 내며 신규투자에 대해 공식적으로 결정된 상황이 없다는 입장이지만, 돈이 들어가지 않는 협상은 무의미하고, 과거 GM의 부실을 정부가 떠 안을 필요가 없는 입장이라면, 현재의 GM에게 어느 정도 신규투자는 불가피 할 것으로 업계는 관측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GM측이 제시한 27억달러 규모의 출자전환에 산업은행이 참여할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GM측은 지난달 9일 기재부, 산업부, 금융위 측과 차례로 만나 ‘한국GM 회생을위한 자구안과 정부지원 요청’ 검토를 제안하면서, △ GM 본사 차입금 27억 달러에 대한 출자전환 시 지분비율만큼 산업은행 참여 △ 시설투자 등 신규투자계획 약 28억 달러에 대해 지분비율만큼 산업은행 참여 △ 이달 만기인 대출금 5억8천만 달러에 대한 한국GM 측 담보제공 △ 투자계획에 대한 외국인 투자지역 지정 등을 요청한 바 있다.

이날 협상에서 정부는 GM 측이 제시간 4가지 안건 중 2가지에 대해 분명한 입장을 전달한 셈이다.

▲이인호 산업부 차관(왼쪽)과 고형권 기획재정부 1차관이 22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에 참석해 회의 시작 전에 가까이서 대화하고 있다. (사진=연힙)


이에 대해 GM 측은 위의 4가지 안건과 자구안을 내놓으며, 우리정부에 세제혜택과 현금지원 등으로 1조6000억~1조7000억원 규모의 지원을 요청했다. GM 측이 내세운 자구안은 △ 28억 달러의 시설투자 △ 27억 달러의 본사 차입금 자산으로 전환 △ 군산이나 보령, 창원공장 등의 구조조정 등이다.

또 협상에서 엥글 사장은 한국GM 부평공장에는 스포츠유틸리티(SUV) 신차를, 창원공장에는 크로스오버유틸리티차(다목적차량ㆍCUV) 신차를 배정해 한국 사업장에서 연간 50만대 생산량을 유지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이날 오후에는 이인호 산업통상자원부 차관이 엥글 사장을 만났다. 앵글 사장은 이 차관에게 GM측이 요구한 4가지 안건 중에 하나인 ‘투자계획에 따른 외국인 투자지역 지정 ’등과 관련해 인센티브 제공 문제를 협의했다.

이 차관은 모든 것이 실사가 이뤄진 이후에 분명하게 말해줄 수 있다는 입장을 전달했고, 엥글 사장은 경영정상화 계획과 조속한 실사를 약속했다.

이와 관련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오후 정부세종청사 기자간담회에서 "한국GM의 경영정상화와 관련해 원칙에 따라 차분하게 대응할 것이다"고 강조했다.

김 부총리는 3대 원칙을 제시하며 "한국GM 정상화를 위한 대주주의 책임있는 역할, 구조조정 원칙에 따라 주주와 채권자, 노동조합을 포함한 모든 이해관계자의 고통분담, 당장 어려움을 넘기는 응급처치가 아닌 장기적으로 지속가능한 경영정상화 방안"등을 밝혔다.

이어 김 부총리는 "통상적인 속도보다 실사를 빨리 진행할 예정"이라며 "정부의 입장을 정하기 위해서는 실사가 전제돼야 하며, 실사 없이 결정 내리는 자체가 근거가 약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한국GM은 23일 이사회를 열고 GM이 제시한 4가지 안건중에 하나인 ‘이달 만기인 대출금 5억8000만 달러에 대한 한국GM 측 담보제공’과 관련이 있는 주주총회를 연다. 주주총회의 주 내용은 차입금의 만기연장과 차입금에 대한 담보설정을 다룰 예정이다.

한국GM은 그동안 경영상황이 악화하자 GM본사와 계열사로부터 3조원의 차입금을 빌렸다. 올해 만기 도래 차입금은 최소 1조7000억원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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