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전망대] 좋은 것엔 대가를 지불해야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18.02.25 11:31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에너지정책학과 유승훈 교수


유승훈(패스)

에너지전환정책의 핵심은 석탄 및 원자력 발전의 축소, 신재생에너지 및 가스 발전의 확대이다. 현재 신재생에너지 및 가스 발전단가는 석탄 및 원자력 발전단가에 비해 비싼 편이다. 이렇게 된 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가장 중요한 이유는 각종 환경비용, 사회 갈등비용 등의 사회적 비용이 석탄 및 원자력 발전비용에 충분히 반영되지 않기 때문이다. 만약 사회적 비용을 제대로 반영한다면 석탄 및 원자력 발전은 신재생에너지 및 가스 발전에 비해 싸지 않을 수 있다.

사회적 비용을 반영하는 방법에는 크게 2가지가 있다. 첫째, 사회적 비용과 발전비용의 차이만큼 발전원에 세금을 부과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에너지전환이 추진된다. 하지만 세금의 부과로 발전비용의 상승하여 전기요금은 오른다. 둘째, 발전비용은 낮지만 사회적 비용은 높은 발전원을 줄이면서 발전비용은 높지만 사회적 비용은 낮은 발전원을 늘리는 믹스조정을 통해 에너지전환을 추진하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전기요금은 인상될 것이다.

결국 에너지전환의 성공을 위해서는 사회적 비용의 반영이 필수적이며 이 과정에서 전기요금의 인상은 불가피하다. 환경마크가 달린 친환경 제품이 환경마크가 없는 일반 제품보다 비싸고, 유기농 과일이 일반 과일보다 비싸며, 공정무역 커피가 일반 커피보다 비싼 것과 동일한 이치다. 효과가 동일하더라도 제품을 만드는 방법 및 공정이 다르다면 가격의 차이가 나는 것을 소비자들은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것이다.

우리는 수도요금에서 비슷한 경험을 한 적이 있다. 팔당호 오염문제의 해결을 위해 1999년부터 톤당 400원 수준의 수도요금에 톤당 80원의 물이용부담금이 부과되어 요금 실질 인상률이 20%였다. 당시 정부는 물이용부담금이 보다 깨끗한 강물로 생산된 수돗물을 소비하기 위한 추가적인 대가라는 점을 국민들에게 충분히 설득하여 IMF 구제금융 직후였음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은 수도요금의 실질적인 인상을 무리없이 받아들였다.

작년 9월에 있었던 국회토론회에서는 에너지전환정책의 추진에 따른 2030년 기준 가구당 전기요금 인상액이 3500원(한국전력거래소 발표)에서 5500원(현대경제연구원 발표) 사이라는 발표가 있었다. 그런데 작년 10월 발표한 현대경제연구원 조사결과에 따르면, 국민들은 에너지전환을 위해 월 평균 1만3680원을 더 지불하겠다는 의사를 밝혀 지불의사액이 전기요금 인상액을 상회하였다.

하지만 정부는 에너지전환정책을 추진해도 전기요금의 인상이 없다고 얘기한다. 이렇게만 되면 얼마나 좋겠냐마는 결국 한전은 적자를 보면서 부실화되고 소비자들은 잘못된 가격신호에 직면할 수 있다. 2011년 9.15 전국 순환정전의 가장 중요한 원인은 원가 이하의 전기 공급으로 왜곡된 가격신호를 줘서 가열건조용 산업용 전력 수요가 급증함에 따라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한 것이었다. 올라야 할 전기요금이 제때 오르지 않는다면 그 피해는 결국 국민들이 부담하게 된다.

정부는 에너지전환정책의 추진을 위해서는 현재보다 비용이 추가적으로 소요될 수 있음을 국민들에게 밝혀야 한다. 물이용부담금 제도의 도입을 교훈삼아, 전기요금의 인상이 필요하다면 그 필요성에 대해 솔직하게 얘기하면서 국민들의 이해를 구해야 한다. 국민들도 보다 안전하고 친환경적인 발전원으로부터 생산된 전기를 안정적으로 이용하기 위해서는 가격을 추가적으로 부담해야 함을 이해해야 한다. 즉 좋은 것에는 대가가 있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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