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 전 철수설’ 르노삼성…어떻게 위기극복했나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18.02.25 14:51
르노삼성자동차 부산공장 전경

▲르노삼성 부산공장 전경. (사진=르노삼성자동차)


[에너지경제신문=여헌우 기자] 미국 제너럴모터스(GM)가 군산 공장 폐쇄를 선언하면서 한국지엠 ‘철수설’이 제기된 가운데 6년 전 비슷한 상황에 처했던 르노삼성자동차가 위기를 극복했던 원동력에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혹독한 구조조정 이후 프랑스 본사와의 협업을 강화하고, 노조와 대화를 적극적으로 진행하며 회사 발전을 위해 뜻을 모았던 것이 그 비결로 거론된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르노삼성은 지난 2012년께 대내외적으로 어려움에 처해 ‘파산설’과 ‘철수설’ 등에 휘말려야 했다.

2010년 15만 5696대였던 내수 판매가 2012년 5만 9926대로 곤두박질쳤다. 수출 물량도 동반 하락하면서 같은 기간 매출액이 5조 1670억 원에서 3조 6550억 원으로 30% 감소했다. 2011년과 2012년 각각 2150억 원, 1720억 원의 적자를 냈다.

르노삼성은 돌파구 마련을 위해 중·장기 전략을 새롭게 수립했다. 최고경영자(CEO)를 교체하고 혹독한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당시 르노삼성은 전 직원의 80%에 달하는 800여명을 내보냈다.

조직을 개편한 이후에는 르노 본사에 지원을 요청했다. 르노삼성은 이를 통해 약 1700억 원 가량의 자금을 수혈받았다. 부산 지역을 중심으로 부품 국산화 작업에 착수, 공장 효율성을 30% 가량 끌어올렸다. 2011년 60% 대였던 부품 국산화율을 위기를 겪고 난 이후인 2013년 약 75%로 끌어올렸다는 게 관계자의 전언이다.

이후에는 경쟁력 확보에 주력했다. 부족했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라인업을 보강하고, SM6·QM6 등 신차를 투입했다. 르노삼성은 지난해 국내외 판매를 27만 6808대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2016년(25만 7345대) 대비 7.6% 성장한 수치다. 지난해 판매 성적이 전년 대비 좋아진 회사는 국내 완성차 5개사 중 르노삼성이 유일하다.

르노삼성은 르노-닛산 얼라이언스가 지난 2000년 삼성자동차를 인수하면서 탄생한 회사다. 르노그룹 자회사가 지분의 79.9%를 들고 있다. 2대 주주는 19.9%를 보유하고 있는 삼성카드다.

글로벌 최대 규모의 자동차 그룹사가 주인이라는 점에서 한국지엠과 비슷한 점이 많다는 분석이다. 한국지엠의 지분은 미국 제너럴모터스(GM)가 76.96%, 산업은행이 17.02%를 가지고 있다. GM이 대우자동차를 인수한 시기도 2002년이다.

업계에서는 한국지엠이 공장·생산규모 등에서 르노삼성보다 몸집이 훨씬 크긴 하지만, 르노삼성이 보여준 위기관리 방식을 일정 수준 학습할 필요는 있다고 입을 모은다. 즉 뼈를 깎는 자구안을 통해 체질을 개선한 뒤 글로벌 본사에 자금 지원, 수출 차량 배치 등을 당당하게 요구했다는 게 골자다.

한국지엠 공장들에서 그동안 꾸준히 고비용·저효율 문제가 노출돼 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 같은 의견에 더욱 힘이 실린다는 평가다.

르노삼성은 최근 3년 연속 임단협을 무분규로 타결했을 정도로 노사간 발전적인 논의를 거듭하고 있다. 이를 통해 2016년에는 창사 이래 최고 수준의 실적을 올렸다. 반면 한국지엠은 누적 적자가 2조 원을 넘어서고 내수·수출 판매가 내리막길을 걷는 와중에도 해를 넘겨 임단협을 타결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기업이 이윤을 추구하는 것은 당연한데, 한국지엠이 고임금 상태를 유지하면서 GM 본사에 무작정 신차를 배정해달라고 요구하는 것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닐 것"이라며 "르노삼성이 수십만대 규모의 닛산 로그 수출 물량을 따오고 SM6·QM6 등을 주도적으로 개발할 수 있었던 배경을 한국지엠 측도 모르고 있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여헌우 기자 기자 기사 더 보기

0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