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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성동조선을 법정관리 결정을 발표한 지난 8일 오후 경남 통영시 성동조선해양 작업장이 텅 비어 있다. (사진=연합)


[에너지경제신문 송진우 기자] 한때 세계 10위권에 오르내리며 호황을 누렸던 성동조선해양이 기업회생 절차를 밟는다. 지난 8년간 4조 원의 공적자금을 투입한 성동조선이 법정관리에 들어간 것을 두고, 산업은행이 지난 20년간 15조 원에 육박하는 자금을 투입했던 대우조선해양과 비교하며 업계에서는 구조조정이 대기업 위주로 진행되는 가운데 중견기업들에 대해서는 너무 가혹한 잣대를 들이대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부는 지난 8일 기획재정부 주관으로 제14차 산업경쟁력강화 관계장관회의에서 중견조선사 처리방안 및 구조조정에 따른 지역 지원대책을 발표했다. 회생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된 STX조선해양은 1개월간 고강도 자구노력으로 ‘홀로서기’ 기회가 주어졌지만, 성동조선은 법정관리가 결정됐다. 남은 일감을 의미하는 수주잔량이 5척에 불과해 사실상 도크가 빈 상황인 데다, 내년 말 차입금 만기가 도래하는 금액이 무려 2조 4000억 원에 달해서다.

일자리 정책을 강조한 문재인 정부가 직원 1200명이 남아 있는 성동조선에 대해 청산을 결정한 배경은 앞서 두 차례 실시한 실사 및 컨설팅 보고서에 따른 것이다. 성동조선은 지난해 EY한영회계법인에서 실시한 1차 실사에서 청산가치(7000억 원)가 존속가치(2000억 원)보다 3배가량 높게 나왔다. 회계법인 삼정KPMG가 실시한 2차 컨설팅 결과 역시 이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채권단이 기업을 청산하는 게 회수율 측면에서 더 낫다는 게 재차 확인된 셈이다.

정부가 "성동조선은 법정관리 신청이 불가피하다"고 발표하자 조선업계에서는 희비(喜悲)가 극단적으로 엇갈렸다. 정부가 금융 논리보다 산업적 측면을 고려하겠다고 공언했고, 문 대통령이 직접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를 방문하면서 "조선업, 얼음 깨고 힘차게 전진하자"고 천명한 바, 긍정적인 메시지를 기대했던 지역 및 시민단체는 말 그대로 ‘패닉’ 상태에 빠졌다.

한국수출입은행은 성동조선 처리방향과 관련 "회사·채권단 공동의 정상화 노력에도 불구하고 2016년 전례 없는 글로벌 시황 부진 등으로 2015년 이후 주력선종의 수주 부진(2013년 43척, 2014년 37척, 2015년 4척, 2016년 0척, 2017년 5척)이 지속됐다"며 부족자금을 추가 지원할 경우 회수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즉 지난 8년간 ‘공적자금 투입→구조조정→업황 악화→자금지원’이란 악순환의 고리를 끊지 못한 수은이 비로소 더 이상의 손실을 보지 않는 쪽으로 방향을 틀기로 결정한 것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회수 가능성이 없는 신규자금을 성동조선에 추가로 투입하느니 법정관리로 가닥을 잡고 대출금 몇 조원 떼이는 것으로 결정이 났다"며 "손실 규모는 채권단이 충분히 감당 가능한 정도의 수준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중견조선소 구조조정 방안 발표 직후 개최된 기자간담회에서 수은은 "성동 익스포져(리스크 금액)에 대해 충당금 대부분을 적립해왔으며 법원 회생절차에 따른 추가 발생은 자체적으로 감내 가능하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일각에서는 이번 결정을 두고 정부가 대우조선해양에 ‘혈세를 낭비한다’고 비판받을 정도로 지원을 아끼지 않았지만, 중견조선소 지원에는 유독 소극적이었다고 평가하면서 관리부실 책임론을 제기한다. 정부 판단의 근거로 작용한 실사에 대해서도 이른바 ‘고무줄 실사’ 문제를 거론하며 컨설팅 결과 자체에 의문을 제기하는 견해도 적지 않다.

실제로 삼정KPMG는 지난 2015년 대우조선해양을 대상으로 한 실사 보고서에서 ‘엉터리’ 전망치를 내놓은 바 있다. 당시 삼정KPMG는 대우조선해양이 2016년 매출액 13조 5432억 원을 달성할 것으로 점쳤지만, 실제 매출액은 12조 7374억 원에 그쳤다.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4653억 원, 2802억 원 흑자를 전망했지만, 도리어 1조 6089억 원과 2조 7107억 원 적자를 기록했다.

수은은 책임론에 대해 "수은은 주채권은행으로서 성동조선 경영정상화를 이루지 못한 점에 대해 관리책임을 느끼고 있다"면서 "다만 성동조선 회생절차는 조선업 전반의 장기 시황침체, 선가회복 제한 등 구조적 요인에 기인한 점이 상당한데 어려움에 처한 기업의 구조조정 과정 및 관리책임에 치중하다 보면 금융기관의 적극적인 기업 지원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점도 함께 고려돼야 한다"고 해명했다.

대우조선과 비교되는 처사라는 지적에 대해서는 "대우조선은 세계 수준의 핵심경쟁력(LNG 등 고부가 선종 관련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지만, 성동조선은 수주·기술·원가 부문 모두 자력생존을 위한 경쟁력 취약하다. 매출액(12조 7000억 원)과 수주잔량(114척)에 대한 실사 결과, 대우조선은 신규자금 등 정상화 지원을 통한 생존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됐었다"며 두 회사 상황이 전혀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조선업계 관계자도 "2015년 당시 대우조선에 4조 원을 추가 지원한 이후 정부가 이득을 봤다고 평가하기보다는 추가로 예상되는 손실을 줄이는 데 큰 기여를 했다고 보는 게 맞다"며 "자금지원을 하지 않았다면 당장 114척에 대한 선박건조 계약위반 매몰비용과 협력업체 대금 그리고 연관 산업 종사자 임금 등 대규모 손실이 빚어졌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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