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근영 부국장
에너지업계의 올 최대 화두는 2년째 에너지전환이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이 이슈가 여전히 에너지업계, 더 정확하게는 발전업계를 강타하고 있다.
핵심은 아주 단순하다. 원자력발전과 석탄화력발전을 줄이고, 태양광 풍력 그리고 가스발전을 늘리는 것이다. 더 정확히 말하면, 가스를 원전과 화전 브릿지 연료로 활용해 아직은 갈 길이 먼 태양광과 풍력 등 재생발전의 ‘중간다리’로 삼겠다는 것이다. 이래도 전기요금은 오르지 않는다는 게 정부의 주장이다. 위험해서 불안한 원전과 온실가스와 미세먼지의 주범인 화전을 줄이고, 깨끗하고 청정한 가스와 재생에너지를 늘리면서도 전기요금을 현 수준으로 잡을 수 있다는데 어느 누가 딴지를 걸겠는가. 그럴 이유도 없고, 그럴 필요도 없다.
예측됐던 일이지만, 한전이 매달 발간하는 전력통계는 정부의 이런 정책기조에 부합하는 결과를 보여줬다. 겉으로 보기에는 정부가 강하게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에너지전환 정책에 힘을 실어주기에 충분해 보인다. 이 통계의 결론은 지난해 최대전력수요를 기록한 날에도 발전설비는 54% 정도밖에 가동하지 않아 원전과 화전을 가스와 재생에너지로 이전해도 전력수급에 전혀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가동이 가능하지만 의도적으로 세워놓은 발전설비량이 37%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당연히 급감한 것은 원전과 화전으로 각각 10%p, 6%p 덜 가동했다. 정부는 원전과 화전이 이렇게 줄었는 데도 전력수급에는 전혀 이상이 없으니 국민들이 정부를 믿어도 된다고 말하고 싶을 것이다. 맞다. 사실이다. 통계는 수치이기 때문에 조작하지 않는 한 현상을 그대로 보여준다.
그런데, 속을 들여다 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2011년 9.15 정전을 겪자마자 정부는 발전설비를 긴급하게 확충했다. 그 결과 발전설비가 크게 증가했다. 원전을 줄이겠다고 공언했는 데도 원전 설비량이 줄어들지 않은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당분간 공급가능한 발전설비는 더 늘어난다. 짓고 있던 원전과 화전이 속속 송배전계통에 물려 전력을 생산하기 때문이다. 이미 폐로 하기로 한 고리 1호기와 연장운전을 하지 않기로 한 월성 1호기를 제외해도 원전 설비량은 더 늘어난다. 에너지전환을 정책으로 내세우면서 이미 계산된 일이지만, 적어도 이 정부에서는 발전설비가 부족해 정전이 발생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유가가 급등해 원유와 가스가격이 갑자기 뛰지 않는 한 전기요금도 현 수준을 유지시킬 수 있다.
문제는 다음이다. 전력 특히 발전설비는 장기 비즈니스다. 원전은 계획부터 준공까지 짧게 잡아도 10년, 화전은 6년 정도 소요된다. 가스 역시 3년은 필요하다. 한수원을 위시해 발전회사는 정부가 경영권을 갖고 있는 공기업이다. 정부 정책에 의해 좌우된다. 한 마디로 경제논리와는 크게 상관 없다는 얘기다. 수익이 줄어 성과급이 줄거나 받지 못 하게 되더라도 그건 발전회사 임직원들이 감내하면 된다. 발전회사들은 짓지 말라면 짓지 않으면 되고, 폐쇄하라면 폐쇄하면 되는 것이다. 그런데, 그 다음은 어떻게 할 것인가. 에너지원이 고급에너지인 전기로 빠르게 전환되는 건 세계 추세다.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더구나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전기차의 연료는 전기다. 아직까지 전기차에 대한 전력수요가 미미하기 때문에 논외로 보고 있지만, 성장 여력이 큰 한국에서 전력수요는 지속적으로 증가할 수밖에 없다.
원전 축소를 축으로 한 에너지전환 정책이 발표됐을 때 에너지 정책 전반에 대한 공론화를 요구하는 여론이 높았지만, 정부는 답이 없다. 에너지자원이 전무한 한국으로서는 에너지 믹스 정책이 중요할 수 밖에 없다. 합리적인 에너지 믹스를 위해서라도 에너지 정책 전반에 대한 공론화는 절대적이다. 이것이 국민들의 요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