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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추행으로 논란을 받고 있는 고은 시인의 시집이 지난 1일 서울시내 한 서점에 진열돼 있다. 시인의 초혼이라는 시집에 ‘세계가 주목하는 고은의 시’라는 문구가 적혀있다. (사진=연합)


최근 미투 운동의 여파로 고은 시인의 작품이 교과서에서 퇴출된 데 이어 출판계에서도 ‘고은 시인 흔적 지우기’에 나섰다. 신작 시집 출간이 무기한 보류되는 등 국내 문단에서 더이상 활동하기 어려워질 전망이다.

고은의 신작 시집 ‘심청’ 출간을 준비 중이었던 출판사 창비 관계자는 "작년 하반기 고은 시인으로부터 이 작품 원고를 넘겨받아 출간을 준비 중이었지만, 최근 이 작업을 중단했다"고 밝혔다.

이어 "출간 시기와 관련해 내부적으로 결정하거나 시인 측과 얘기된 바는 없다"면서 "일단 현재로선 출간이 어렵다고 봐 준비를 중단한 것이다. 계속 상황을 보고 있지만, 언제 출간할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고 덧붙였다. 사실상 무기한 보류됐다는 뜻이다.

이 시집은 1958년 등단한 고은 시인의 등단 60주년을 기념하는 의미도 있었으나, 결국 세상에 나오기 어렵게 됐다.

그는 술자리에서 후배 문인들을 성추행하고 입에 담기 어려운 추태를 부렸다는 폭로가 나온 뒤 비난 여론이 들끓었음에도 국내에서 아무런 입장을 내놓지 않다가 외신을 통해서만 ‘부끄러울 행동을 하지 않았다’며 작품 활동을 계속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이후 여론은 더 악화하면서 그가 국내에서 작가로서 활동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독자들이 외면하고 있는 데다 도덕성이 훼손돼 어느 출판사에서도 그의 작품을 출간하겠다고 나서지 못하고 있다. 이전 작품들마저 독자들에게 거부되고 있는 상황이다.

교과서에서 삭제될 고은 시인 작품과 인물소개<YONHAP NO-4227>

중·고교 교과서에 실린 고은 시인 작품과 인물소개. 교육부는 검정교과서 출판사와 집필진의 의견을 취합한 결과 중·고교 교과서에 수록된 고은 시인, 이윤택·오태석 연출가의 작품과 인물소개 40건 중 35건을 수정하기로 했다고 8일 밝혔다. (사진=연합)


교과서를 내는 출판사들은 중·고등학교 교과서에 실려있던 그의 작품과 그를 소개한 내용을 모두 삭제하기로 했다.

출판사 ‘스리체어스’도 "고 시인을 다뤘던 격월간 잡지 ‘바이오그래피’ 6호(2015년)를 전량 회수해 폐기하겠다"고 밝혔다. 이 잡지에는 고은 시인이 활동했던 1970년대 민주화운동의 현장, 문인들과의 일화, 60년대 출몰했던 ‘가짜 고은’ 사건과 노벨 문학상에 얽힌 뒷이야기를 담았다. 출판사는 또 2016년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를 다룬 잡지 8호와 같은 해 출간했던 안 전 지사의 책 ‘콜라보네이션(협력+국가의 합성어)’ 역시 회수 폐기할 방침이다.

또 전국 곳곳에서 그의 흔적 지우기 작업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예산을 써서 그를 기리는 작업을 했던 지방자치단체나 공공기관들이 부랴부랴 철거·폐기에 나섰다.

서울시가 운영하는 서울도서관은 그의 삶과 문학을 조명한 전시 공간인 ‘만인의 방’을 이날 철거했다.

수원시는 그를 ‘삼고초려’해 광교산 자락에 주택을 마련해 이주시키는 등 극진한 대접을 해왔으나, 향후 계획돼 있던 모든 사업을 취소했다. 시유지 6000㎡에 건립을 추진하던 ‘고은문학관’ 사업을 철회하기로 했으며, 올해 등단 60주년을 기념해 추진할 예정이었던 각종 문학 행사도 모두 취소했다.

고은의 고향인 군산시도 그동안 생가 복원 및 문학관 조성, 문화제 개최, 시 낭송회, 벽화 꾸미기 등 사업을 진행해 왔으나, 최근 관련 사업을 모두 보류했다.

통일부는 고은이 이사장직을 맡고 있던 겨레말큰사전 남북공동편찬사업회에서 그를 면직했다.

그는 자신이 설립을 주도하고 오래 활동해온 문인단체 한국작가회의에서도 징계가 논의되자 스스로 상임고문직을 내놓고 탈퇴했다.



[에너지경제신문 한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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