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한국자동차공학회, 자동차 기술 및 정책 개발 로드맵 발표회 개최
▲한국자동차공학회가 13일 서울 중구 페럼타워에서 자동차 기술 및 정책 개발 로드맵 발표회를 열었다. (사진=에너지경제신문 DB) |
[에너지경제신문 송진우 기자] "어떤 경우에도 자동차 기술은 단 하나로 일원화되지 않는다. 모든 기술이 다각도에서 경쟁하면서 발전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다." (배충식 한국과학기술원 교수)
"요즘에는 연비, 배출가스, 거리 등 중점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수요가 달라진다. 여러 가지 차들이 필요하고 장단점이 혼재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김민수 서울대 교수)
한국자동차공학회가 13일 서울 중구 페럼타워에서 자동차 기술 및 정책 개발 로드맵 발표회를 열었다. ‘급변하는 환경:자동차 기술의 현황과 전망 - 자동차 동력, 어디로 가는가?’ 주제로 개최된 이번 발표회는 자동차 기술 및 정책 개발 로드맵 연구위원회 이종화 위원장을 비롯 업계 전문가들이 나서 분야별(내연기관, 하이브리드, 전기, 수소전기, 자율주행 자동차) 현황과 제언을 전달했다.
이번 발표회는 기술 및 정책 로드맵을 새로운 시각에서 분석하고 대응하기 위한 차원에서 마련됐으며, 파워트레인·e-파워트레인·자율주행 자동차를 중심으로 기술로드맵 작성 및 주요핵심기술 개발 과제가 도출됐다.
이 위원장은 모두발언에서 "최근 디젤게이트로 촉발된 환경문제, 특히 미세먼지 관련 이슈가 심각하다. 순수 내연기관 자동차를 퇴출하는 동시에 급격하게 전동화로 확대하려는 움직임이 대두되고 있다"며 "이럴 때 일수록 ‘다양화’, ‘다변화’ 전략을 수립하고 정책적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제언했다.
▲한국자동차공학회 자동차 기술 및 정책 개발 로드맵 연구위원회 배충식 연구책임자(한국과학기술원 교수)가 파워트레인 종류별 적합성 비교분석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한국자동차공학회) |
‘파워트레인 종류별 적합성 비교 분석’ 연구 주제 발표에 나선 배충식 한국과학기술원 교수는 여러 시나리오를 제시하며 한 측면에 치우친 감상적·정치적 정책 결정을 경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2000년대 공공기관에서 기본 예측자료로 차용한 ‘미래형 자동차 개발 사업’을 자동차 기술 전망 자료 선정의 중요성 및 변동성과 불확실성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거론했다. 세계경제전망연구기관 글로벌 인사이트(IHS, Global Insight)는 2004년 이와 관련한 자료를 발표하며 향후 내연기관 감소와 전동화 모델 차량 상승이 이어질 것이라고 예측한 바 있다.
배 교수는 "우리나라에서 몇 년 동안 정책자료로 활용됐던 자료를 2015년 기준으로 보면, 시장 자체도 작게 잡았을 뿐 아니라 전망치와 실제치 차이 간극이 크게 나타났다"며 "내연기관은 3분의 2가 될 것으로 예측했지만 그보다 상회했으며, 하이브리드 예측치 역시 실제 기준치보다 15배 가량 높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는 당시 세계를 강타했던 수소광풍을 반영한, 상당히 급진적이고 일방적인 스케치 수준에 불과했지만 우리는 이것을 베이스로 정책결정과 투자 그리고 몇 년이 지나서는 다시 배터리 전기차에 올인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고 꼬집었다. 끝으로 배 교수는 시기 적절한 전략을 수립하기 위한 4가지 요소로 △친환경성 △에너지 안보 △기술성 △경제성을 꼽으면서 "균형 잡힌 파워트레인 종류별 정책개발 로드맵을 작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내연기관 파워트레인에 대해 발표한 민경덕 서울대 교수도 세계 시장 전망 예측치를 제시하며 내연기관 지속이 이어질 것이란 데 의견을 같이 했다. 특히, 일본에서 실시하는 SIP 프로그램을 거론하며 내연기관 개발 중요성을 짚었다.
SIP 프로그램은 10년 후 미래 성장동력연구분야를 육성하기 위해 도입된 프로젝트로, 11가지 중점 테마 중 내연기관과 자율주행 분야에 연간 약 450억 원을 투자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민 교수는 "일본은 열효율 50% 달성을 위해 순수 내연기관에 5년간 1000억 원을 투자하지만 한국은 최근 지역사업 인프라에 치중해 R&D 관련 투자 비중이 도리어 줄었다"며 "일본 SIP 프로그램과 같이 엔진 기반 자동차 경쟁력 제고와 연구 생태계 지원을 위해 정부 주도의 과제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뒤이어 박영일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교수, 홍정표 한양대학교 교수, 김민수 서울대학교 교수, 허건수 한양대학교 교수가 각각 하이브리드 자동차, 전기자동차, 수소전기 자동차, 자율주행자동차에 관해 세부 주제를 발표했다.
각 연료별 주제 발표 이후에는 참석자 질의 응답 시간이 이어졌다. 배 교수는 한 기자가 폭스바겐을 비롯 해외 자동차 브랜드마다 내연기관 및 배터리 관련 개발 방향이 엇갈리는 이유에 대해 묻자 "디젤이 표적이 된 것은 미세먼지 때문이며 기술력이 나빠서가 아니다. 유럽에서는 최근 디젤엔진 규제로 신차가 안 나오고 노후차가 늘어나면서 미세먼지가 다시 증가하고 있는 추세"라며 "비용이 문제일 뿐, 디젤은 이미 미세먼지와 질소산화물을 10분의 1로 줄이는 기술을 갖췄다. 디젤은 죽은 기술이 아니라 잠재된 기술"이라고 답했다.
민 교수 역시 "물러난 폭스바겐 CEO가 디젤이 다시 회생할 것이라고 발언한 만큼, 폭스바겐이 지난 3년간 엔진개발을 하고 있었을 것"이라며 "몇 년 안에 현재보다 엄청난 효율 향상과 유해가스 배출량을 줄인 디젤 차량이 출시된다면 시장은 굉장히 놀랄 것"이라고 진단했다.
한편, 이날 행사에는 미디어, 업계, 학계 관계자 등 150여 명이 참석했다.
▲우측부터 한국자동차공학회 자동차 기술 및 정책 개발 로드맵 연구위원회 이종화 위원장(한국자동차공학회 부회장, 아주대학교 교수), 배충식 연구책임자(한국과학기술원 교수), 민경덕 연구책임자(서울대학교 교수), 박영일 연구책임자(서울과학기술대학교 교수), 홍정표 연구책임자(한양대학교 교수), 김민수 연구책임자(서울대학교 교수), 허건수 연구책임자(한양대학교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