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경제

이달석 (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이달석 선임연구위원


중국이 오는 3월 26일 원유 선물시장을 개설한다. 상하이선물거래소는 이미 몇 년 전에 산하에 국제에너지거래소(INE)를 설립하고 원유의 상장을 준비해왔다. 상장될 원유는 중질·고유황 원유로, 중국산 셩리(Shengri) 원유와 다수의 중동산 유종들이 실물로 인도될 수 있다.

중국 정부가 자국 내에 원유 선물시장을 개설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 목표가 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그 하나의 목표는 INE의 선물가격이 글로벌 벤치마크 원유가격으로 사용돼 국제 석유시장에서 중국의 영향력을 강화하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중국 정부는 서부텍사스유(WTI) 선물가격이나 북해산 브렌트유 선물가격과 같은 글로벌 가격지표가 자국의 선물거래소에서 형성되기를 원한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의 WTI 가격과 런던 대륙간거래소(ICE)의 브렌트유 가격은 각각 미국과 서유럽 시장에서 거래되는 모든 원유와 석유제품 가격 결정의 준거가 된다.

이와는 달리 아시아 지역에는 아직 NYMEX나 ICE에 버금가는 원유 선물시장이 없다. 아시아 시장에서는 중동산 두바이유의 현물가격이 거래되는 원유와 석유제품 가격의 기준점이 된다.

하지만 두바이유는 생산 감소에 따른 거래량 부족으로 벤치마크 원유로서 기능을 수행하는 데 문제를 가지고 있다. 따라서 중국 정부는 INE의 원유 선물가격이 장차 두바이유 현물가격을 대체하는 아시아 시장의 벤치마크 가격이 되기를 바라는 것이다.

또 하나의 목표는 보다 궁극적인 목표로 원유 거래에 위안화가 사용돼 위안화의 국제적 위상을 높이려는 것이다. 이를 위해 INE의 원유 선물은 미국 달러화가 아닌 중국 위안화로 거래하도록 설계됐다.

1970년대부터 모든 원유 거래는 달러화로 이뤄진다. 1971년 금 본위(gold standard) 체제가 무너진 이후 미국은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의사결정을 주도하는 사우디아라비아와 군사 동맹을 맺고 석유를 달러화로만 거래하도록 했기 때문이다.

달러화가 금 본위에서 원유 본위(crude oil standard) 체제로 바뀐 셈이다. 이로써 금 본위 체제 붕괴로 흔들리던 달러화의 위상이 오늘날까지 기축통화로서 견고한 위상을 유지할 수 있었다.

만약 위안화로 거래되는 중국의 원유 선물시장이 활성화되면 현물시장의 원유 거래에서도 위안화 사용이 확산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위안화가 원유 거래의 결제통화가 되면 위안화의 위상이 높아질뿐더러 미국 중심의 세계경제 질서에도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따라서 중국의 원유 선물시장 개설은 달러화에 대한 위안화의 도전이자 미국의 경제 패권에 대한 중국의 도전으로 볼 수도 있다.

물론 중국의 원유 선물시장이 성공한다는 보장은 없다. 시장을 육성하려는 중국 정부의 강한 의지가 오히려 선물시장의 성공에 장애가 될 수 있다. 중국 정부의 시장 개입이 가격을 왜곡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거래 화폐가 위안화인 것도 오히려 선물시장의 성공에 장애가 될 수 있다.

아직은 중국의 금융시장이 불안한데다 해외 투자자들이 환 리스크를 부담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국은 이미 미국을 제치고 최대 원유 수입국이 됐고 원유 생산량에서도 세계 6위를 차지하고 있다. 중국의 원유 선물시장이 성공을 거둘 수 있는 가능성은 충분하다.

중국의 원유 선물시장 개설은 우리에게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중국의 원유 선물시장이 현물시장과의 상호 작용을 통해 동북아시아로 수입되는 원유가격이 합리적으로 형성되면 역내 수입국들에게 바람직한 일이다.

반대로 중국이 자국 선물시장에 과도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자국에 유리하게 석유시장을 이끌어 가면 주변의 원유 수입국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국제 유가가 거래 통화의 가치 변동에 의해서도 움직이므로 위안화의 불안정이 유가의 불안정으로 이어질 수 있는 문제도 있다. 중국의 원유 선물시장 개설에 따른 영향을 주시하고 대응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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