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델3 생산 지연과 함께 현금 고갈로도 고전
2대 주주 피델리티도 최근 지분 3분의 1 매각
경영자 이탈 가속화...투자자 신뢰도↓
▲테슬라 전기차 충전기에 부착된 회사 로고. (사진=AFP/연합) |
[에너지경제신문 한상희 기자] 세계 최대 전기차 기업 테슬라의 전성기가 이미 지났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최초 양산형 전기차 모델 3 생산 지연으로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보유 현금이 갈수록 고갈되고, 경영진 이탈이 가속화되는 등 테슬라의 주식을 매각하는 편이 투자자들 입장에서도 유리하다는 지적이다.
미국 벤처캐피탈 컨설팅회사 피터 코한 어소시에이츠(Peter S. Cohan & Associates)의 대표 피터 코한(Peter S. Cohan)은 미 경제지 포브스에 기고문을 싣고 "최근 몇 년 간 테슬라의 주가는 승승장구했고, 최고의 기대주로 시장의 관심을 한몸에 받았다. 지난 2017년 7월 모델 3 론칭 당시 나는 테슬라의 주식을 매각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당시 전기차 대중화 시대를 열 것이라며 시장에선 기대감을 표했지만, 이후 8개월 동안 테슬라의 주가는 12% 가량 급락했다. 이제 테슬라의 주식을 팔아야 할 시점인가?
코한 대표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관중들에게 ‘슈퍼히어로’처럼 믿게 만드는 능력을 끊임없이 입증해왔다"면서도 "이제 테슬라는 ‘양산형 전기차인 모델3 의 생산을 제 궤도에 올리느냐 아니면 극심한 재정난에 직면하느냐’하는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고 전했다.
◇ 생산 목표 달성 불가능 …벌써 세 번째
테슬라는 오는 4월 모델3을 주당 5000대 생산하겠다는 2분기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지 밝힐 예정이다. 이 목표는 이미 두 차례 지연됐다. 테슬라는 원래 지난해 12월까지 매월 2만 대의 모델3 차량을 만들겠다고 했으나 지난해 4분기 1550대 생산에 그쳤다. 모델3은 테슬라의 고가 제품보다 저렴한 보급형 전기차이며 사업을 확장하려는 머스크 CEO의 전략 중 핵심으로 꼽힌다. 문제는 수요를 충족시킬 만큼 빠르게 차량을 생산할 수 없다는 데 있다.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 (사진=AP/연합) |
늘 자신만만하던 머스크 CEO의 목소리에 자신감이 줄었다. 최근 머스크는 미국 텍사스에서 열린 뮤직·테크축제인 ‘사우스바이사우스웨스트’(SXSW)에 참석해 "잠 못 들게 만드는 두 가지 고민이 있는데, 하나는 인공지능(AI)이 가져올 종말론적 미래이고, 또다른 하나는 테슬라 모델3의 생산지연"이라고 언급했다. 그만큼 테슬라의 생산차질이 심각하다는 점을 돌려말한 셈이다.
테슬라에 대한 우려는 지난 14일 테슬라가 결함이 많은 부품을 생산했고, 재작업 때문에 ‘모델3’의 생산이 지연됐다는 테슬라 엔지니어의 말이 보도되면서 더욱 불거졌다.
미 경제방송 CNBC는 테슬라의 한 엔지니어의 말을 인용해 캘리포니아주 프리몬트 공장에서 제작되거나 수령한 부품의 40%가 결함 때문에 재작업을 해야 했다고 전했다. 이로 인해 ‘모델 3’ 생산이 지연되었다는 것이다.
이 엔지니어는 테슬라 프리몬트 공장의 또 다른 직원도 결함 비율이 너무 높아서 생산목표를 달성하기 어렵고, 이 때문에 직원들의 사기도 하락하고 있다고 말했다.
테슬라가 재작업을 위해 프리몬트 공장에 기술자팀을 파견하고, 50마일 떨어진 라스롭의 재생산 시설(remanufacturing facility)로 부품을 보내야 했다는 보도도 이어졌다.
그러나 테슬라는 CNBC의 이런 보도를 단호히 부인하면서 "모든 차량을 대상으로 수백 가지 검사와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기 때문에 다소 차질이 빚어졌다"고 해명했다. 회사의 재생산팀은 차량 재작업에 투입되지도 않았다고 주장했다. 회사는 성명을 통해 과거에는 ‘모델 X’와 ‘모델 S’ 차량을 대량 생산하는데 초과근무가 필요했지만, 현재는 공장 생산효율 개선으로 노동시간이 줄었다고 밝혔다. 또 재생산에 참여하는 직원들의 숫자도 전체 4만명의 직원 중 0.1%에 해당하는 40명만이 있다고 밝혔다.
문제는 아직까지 ‘모델 3’를 주문한 4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차량이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다는 점이다.
◇ 고갈되는 현금
▲테슬라의 양산형 전기차 모델3. (사진=TESLA) |
만일 테슬라가 6월 말까지 생산 목표를 달성하면 회사 운영에 필요한 현금을 자체적으로 충분히 창출할 수 있다. 테슬라는 지난해 분기당 평균 약 10억 달러(한화 1조 718억 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는데 이는 주로 모델3의 생산을 위한 막대한 투자 때문이다. 지난해 말 기준 테슬라가 보유한 현금은 약 34억 달러다. 생산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다면 연말에 현금을 모두 소진할 가능성이 크다. 콜린 랑건 UBS 애널리스트는 "테슬라가 주당 5000대 생산에 도달할 때까지 계속해서 현금을 소진할 것"이라며 "단기적으로 10억 달러의 운영자금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했다.
만일 테슬라가 생산 목표를 달성하지 못할 경우 테슬라는 추가 자본조달에 대해 거센 압력에 시달릴 것으로 전망된다. 테슬라는 비록 사용용도에 일부 제한은 있지만 20억 달러(2조1330억원)의 미사용 신용융자와 자금을 갖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테슬라는 100억 달러(10조6650억원)의 부채에 대한 높은 이자를 물고 있는 데다 생산확대를 위한 지출증가도 감당하고 있는 상황이다.
번스타인의 토니 사코냐기 애널리스트는 "2010년 기업공개 이후 테슬라는 100억 달러의 현금을 소모했다"며 "테슬라의 기업규모를 고려하면 미 상장기업으로는 이례적으로 큰 규모"라고 평가했다. 테슬라의 시가총액 570억 달러(60조7905억원) 수준이다.
◇ 경영진 이탈 가속화
경영진들의 이탈도 가속화되고 있다. 테슬라는 최근 네 명의 경영진을 잃었다. 가장 최근 회계책임자(CAO) 에릭 브랜더리즈가 ‘개인적 이유’로 7일(현지시간) 회사를 떠났고, 글로벌 판매와 서비스 부문 대표인 존 맥닐과 사업개발 전무인 디아르무이드 코넬, 배터리기술 책임자 커트 켈티, 그리고 제이손 윌러 재무책임자(CFO)가 잇달아 퇴진했다.
이는 머스크에게 향후 10년 회사를 더 맡기는 조건으로 26억 달러의 파격적 보상 패키지를 마련한 데 대해 글래스 루이스와 ISS 등 세계 양대 주주 위임 서비스 기관들이 테슬라 주주들에게 반대를 권고한 것과 때를 같이 한다.
이와 관련, 코한 대표는 "유능한 인재들의 이탈 움직임은 대개 최고위층의 문제를 시사하는 징후인 경우가 많다"며 "이는 워싱턴 정가 뿐 아니라 기업에도 적용된다. 특정 기업에서 경영진들의 빠르게 사직하는 사례가 늘면, 이는 경영진들이 분식회계에 연루됐거나, CEO가 직업적 규범에 위배되는 일을 수행토록 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 투자자 신뢰도 ‘뚝’
더욱 심각한 것은 일부 주주들이 인내심을 잃고 등을 돌리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테슬라 10대 주요 주주들 중에서 3개 주주들이 최근 주식을 매각했다. 머스크에 이어 10%에 가까운 지분율로 2대 주주인 피델리티인베스트먼트는 지난해 2분기부터 4분기까지 보유지분의 3분의 1을 팔아치웠다.
미국 보스턴 소재 투자 회사 와이스 해링턴 어소시에이트(Weiss, Harrington & Associates LLC)의 연구 부문 자회사 유닛 이코노믹스(Unit Economics)의 나단 와이스 대표는 "일부 큰 투자자들은 인내심을 잃고 있다"며 "그들은 1년 전만큼 흥분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테슬라의 주가가 하락할 것이라고 예상해 주식을 보유하지 않고 있다.
약 10%의 지분을 갖고 있어 머스크에 이어 두 번째로 큰 테슬라 주주인 피델리티 인베스트먼트 (Fidelity Investments)는 2017년 3분기에 보유 주식의 약 33%를 매각했다.
테슬라의 파산 가능성도 언급되고 있다. 에드워드 알트만 뉴욕대 교수가 개발한 Z값을 이용해 테슬라의 파산 가능성을 분석한 결과 2014년 이후 가장 낮은 점수인 1.26으로 나타났다. 1.8 이하는 부도 위험, 1.0 이하는 2년 이내에 파산 가능성이 있음을 나타낸다.
WSJ는 머스크 CEO가 영업이익을 고려하지 않고 전기차를 만드는 꿈을 좇아 빚을 쌓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테슬라는 더 이상 스타트업이 아니며 세계 최대 자동차 제조사와 경쟁하려 노력하는 직원 3만8000명이 일하는 기업이라고 짚었다.
생산 차질이 반복되면서 투자자들의 신뢰도 점차 낮아지고 있다. 테슬라는 오는 6월까지는 매주 5000대를 생산할 수 있다고 강조했으나 월가 일각에서는 ‘과연 그럴까’라는 의구심이 여전히 제기되는 상황이다. 만약 블룸버그의 16일 보도대로 매주 936대의 차량을 생산한 것으로 밝혀지면, 투자자들의 기대는 갑작스럽게 붕괴될 수 있다.
▲19일 미국 뉴욕증시에서 테슬라는 투자은행 골드만삭스가 ‘매도’ 의견을 유지함에 따라 주가가 2.4% 내렸다. (표=구글 파이낸스) |
실제 19일 미국 뉴욕증시에서 테슬라는 투자은행 골드만삭스가 ‘매도’ 의견을 유지함에 따라 주가가 2.4% 내렸다. 골드만삭스는 테슬라 모델3의 월간 인도분이 순차적인 개선을 보이지만 시장 기대에는 미달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 낙관론도 여전…"現실적보다 미래 가능성 주목해야"
그러나 비관론만 있는 것은 아니다. 테슬라의 주식을 사들이는 주주도 있다. 티로프라이스 그룹(T. Rowe Price Group)은 지난 4분기에 지분을 두 배 이상 늘려 테슬라 4대 주주가 됐다.
테슬라가 투자자들의 기대를 뛰어넘을 수 있다면 다시 주가는 오르고, 잇달아 지분을 매각했던 투자자들이 앞다퉈 주식을 재구매하기 위해 뛰어들 것으로 보인다. 권영배 미래에셋대우 연구원도 현재의 실적, 특히 회계적인 손실이나, 높은 밸류에이션 지표보다는 미래의 가능성을 봐야 한다며 낙관론을 견지했다.
권 연구원은 "테슬라에 대해 많은 우려가 나오고 있다. 특히 아직은 회계적인 손실이 나는 회사이다보니, 현금이 곧 몇 달 안에 바닥난다, 그래서 유상증자를 할 수밖에 없다, 이런 비관적인 시각이 많이 있다"는 점을 짚었다.
하지만 이미 테슬라는 현금흐름상 지난 2017년 3분기를 고비로 개선되기 시작했다는 게 권 연구원의 시각이다. 실제 지난 4분기에는 영업현금흐름이 5억달러를 넘어서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결국 테슬라의 현금흐름은 모델 3 생산에 연동될 수 밖에 없는데, 지난 3분기 이후로 투자비 지출은 줄어들고 있는 반면, 기존의 예상보다 느리긴 하지만 모델 3 생산량도 늘어나고 있다. 권 연구원은 "모델 S와 X가 판매 호조를 보이다보니, 현금흐름 측면에서 뚜렷한 개선을 보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권 연구원은 "많은 투자자들이 회계적 손실을 우려하고 있으나, 이는 중요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아직 모델 3 생산이 충분히 올라오지 않은 상황이다 보니, 감가상각비 부담이 큰 상황이지만 감가상각비라는 것은 현금 유출이 없는 회계적 비용에 불과하다고 그는 설명했다. 따라서 턴어라운드 여부를 판별할 때 현금흐름이 더 중요한데, 이미 턴어라운드에 성공했다는 분석이다.
권 연구원은 "전통적인 밸류에이션 방법으로 접근하면, 무조건 비싸보이기 때문에 테슬라 주식은 정말 어려운 주식"이라며 "게다가 아직 순이익도 내고 있지를 못한 상황인데, 시가총액은 왠만한 자동차회사들보다 비싸다"고 전했다.
노이즈가 많은 회사라는 점도 우려를 키우는 부분이다. 그만큼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고 볼 수 있는데, 실제로 펀더멘털은 그렇지 않은데도 주요 외신들은 심각하게 테슬라를 부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좀 더 객관적인 시각을 갖는 것이 필요하다.
권 연구원은 "테슬라에 투자하기 전에 실제로 테슬라 차를 시승해보면 더 좋을 것"이라며 "무엇보다 머스크 등 테슬라 경영진에 대한 신뢰는 꼭 갖고 있어야 한다. 그래야만 많은 노이즈를 이겨내고 성공적인 투자를 할 수 있을 것"이라 결론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