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도 나도 '에너지공약'...6.13 지방선거 흔든다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18.03.20 14:56

경북-親원전, 서울-신재생
文정부 에너지 정책 놓고 지역특성따라 찬반 엇갈려
표심 좇는 공약 남발 우려


▲서울 종로4가 사거리에서 서울시 선관위 관계자들이 서울국제마라톤 참가자들을 상대로 6.13 지방선거 홍보활동을 벌이고 있다. (사진=연합)


[에너지경제신문=정종오 기자] 에너지 분야 공약이 오는 6·13 전국동시지방선거(지선)에 큰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문재인 정부 에너지 전환정책의 핵심인 ‘탈원전’과 ‘신재생에너지’ 문제는 벌써부터 지방자치단체(지자체)별로 이해와 찬반이 엇갈리며 선거전의 핫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원전이 많은 울진과 경주 등 경북지역 지자체 예비후보들은 지역의 특성을 반영하듯 ‘탈원전’에 반대한다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반면 서울, 제주, 전남 지역 등에서는 신재생 에너지 확대를 내건 예비후보들이 속출하고 있다. 지선 예비후보들은 이 같은 에너지 공약을 통해 지역 유권자들의 표심을 잡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 다만 지역과 정파에 따라 에너지 공약들이 선거전을 과열로 몰아갈 경우 선거 이후 정부의 에너지 전환정책 추진 과정에서 큰 갈등을 빚을 우려도 커지고 있다.

20일 에너지 관련업계와 정치권에 따르면 서울시는 오는 2022년까지 태양광을 원전 1기 설비용량에 해당하는 약 1000MW 규모로 확대보급하는 ‘태양의 도시, 서울’ 프로젝트를 지난해 11월 발표한 후 후속 조치들을 잇따라 발표하고 있다. 2022년까지 100만 가구에 태양광 발전설비를 보급한다는 계획에 따라 이번 지선에 더불어민주당 예비 후보로 출마를 선언한 박원순 현 서울시장, 박영선·우상호 의원도 관련 분야 공약을 구체화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흐름은 문재인 정부가 지난해 발표한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안’과 맥을 같이 한다.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발전량 비중을 20% 까지 끌어올리겠다는 전략이다. 정부는 이를 위해 도시형 자가용 태양광 확대, 협동조합 등 소규모 사업 지원, 농촌 태양광 활성화 등을 통해 국민이 손쉽게 태양광 사업에 참여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나갈 계획이다.

다른 지자체들도 신재생 에너지 분야 확대에 적극적이다. 야당 소속인 원희룡 제주특별자치도지사(바른미래당)는 최근 국내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섬’이라는 한계를 인터넷과 신 교통으로 극복하고 전기 자동차, 신재생 에너지 등으로 ‘탄소 없는 섬’ 프로젝트를 만들고 있다"고 밝혔다. 관광 산업이 주된 수익원인 제주도를 ‘탄소 없는 섬’으로 만들어 경쟁력을 갖추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김우남 제주지사 예비후보(더불어민주당)도 "물과 신재생 에너지 산업을 미래 제주도의 성장 동력으로 확실히 키우겠다"고 공약했다.

전남은 전국에서 처음으로 주민들이 참여하는 협동조합과 대기업이 신재생 에너지 분야에 협력 시스템 모델을 내놓았다. 전남 신재생에너지 주민협동조합(협동조합)은 오는 23일 무안스포츠파크 실내체육관에서 전남 도내 8개 군 지역 주민이 참여하는 협동조합 출범식을 갖는다. 이번 협동조합은 고흥과 강진, 신안, 해남, 영광 등 전남 도내 8개 군 지역 주민들이 추진 중인 협동조합 연합체다. 협동조합은 앞으로 대기업 등 대형 자본을 유치해 대형 태양광이나 풍력발전소 등을 건설하는 사업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이 같은 흐름에 따라 전남 지역에 출마하는 지선 예비후보들도 관련 공약 마련에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재인 정부는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비중을 20%까지 높일 계획이다.[자료제공=산업통상자원부]


반면 경북도지사에 출사표를 던진 박명재 의원(자유한국당)은 최근 "경북은 전국 원전 24기 중 12기와 방폐장을 가지고 있어 탈원전 정책에 따른 경제적 피해가 가장 크다"며 "이에 대한 강력한 대응책을 마련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탈원전 정책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한 것이다. 이는 탈원전 정책으로 지원금과 일자리 축소 등 타격이 예상되는 지역 유권자들의 표심을 공략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자유한국당은 탈원전 정책에 반대하고 있어 이번 지방선거에 출마하는 후보들에게도 지역별로 원전 축소 반대 공약을 제시토록 할 것으로 보인다.

이헌석 에너지정의행동 대표는 "이번 지방선거에서 에너지 분야 공약이 유권자들의 큰 관심을 모을 것"이라며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면서 탈원전과 탈석탄을 강조하면서 이미 뜨거운 이슈가 됐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신고리 원전의 공사 재개를 두고 ‘공론화위원회’까지 만들어 큰 논란이 된 바 있다. 다가오는 지선은 그 연장선상에서 에너지 정책을 두고 ‘제2 라운드’가 펼쳐질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이 과정에서 당리당략에 따라 지자체 현안을 무시한 채 중앙당의 정책만을 되풀이 해서는 안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각 지자체별로 특수한 상황을 충분히 반영해 추진하는 ‘맞춤식 에너지 공약’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이 대표는 "경주와 영광 등에서는 사용후 핵연료에 대한 임시저장고 논란이 일 것이고 이는 지역민들의 큰 관심사항"이라며 "지선은 지자체별로 현안이 구체적이고 해법도 다른 만큼 출마하는 각각의 후보들이 지자체의 특성에 안성맞춤인 에너지 정책을 내놓느냐에 따라 당락이 좌우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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