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 공개념 갈등 증폭…"좌파적인 인상" vs "소득불평등 보완"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18.03.21 16:42

▲(사진=연합)


[에너지경제신문 한상희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발의한 개헌안 중 ‘토지공개념’ 조항을 바라보는 전문가들의 반응은 확연히 갈리고 있다. 시장 주의자들은 "(이 조항의 실체가) 아직 모호하다"며 말을 아끼면서도 사안의 파괴력을 의식한 듯 국민들의 반발이 극심할 것이라는 평가를 내놓았다. 반면, 조지스트로 통하는 규제주의자들은 격차사회 한국의 소득 불평등을 바로잡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지지입장을 피력해왔다.

뉴시스에 따르면,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헌법은 모호한 성격이 있기 마련이지만, 대강이라도 국민들이 추정을 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하는데, (토지 공개념 조항은) 굉장히 추상적"이라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그는 또 "이 개념이 미치는 파장이나 영향이 어떤지, 이를 어떻게 적용할 지, 어떤 논의과정을 거쳤는지가 빠져있다"고 말했다.

심 교수는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이날 설명한 토지공개념 헌법 조항의 이러한 모호성 탓에 촛불 집회 이후 좌우 이념 갈등이 증폭되며 한바탕 홍역을 앓은 한국 사회가 다시 한번 흔들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우리 국민들 중에는 (한국 사회가) 사회주의로 갈 수 있다. 그런 의견도 나올 수 있는 상황"이라며 "토지 공개념은 국민들이 바라지 않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의 이러한 발언은 토지 공개념이 해방 이후 한국사회를 떠받쳐온 자유주의의 원리에 역행하는 것이 아니냐는 뜻을 에둘러 피력한 것으로 풀이된다. 토지도 수급의 원리에 따라 등락하는 일반 재화인데, 국가가 과연 어떤 근거로 시장에 개입할 근거를 헌법에 규정할 수 있느냐는 근원적 질문을 던지고 있는 것이다. 심 교수는 대표적인 시장주의자로 통한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아직 개념만 있을 뿐 어떤 부분에서 공개념을 강화했는지 모호해서 우선 추측만 할 수 있는 정도다. 우선 지켜봐야 한다"면서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다만 토지공개념의 성격에 비춰볼 때 "주거복지를 더 강화하거나 종합부동산세를 비롯한 각종 보유세를 인상하는 쪽으로 갈 수 있다"고 말했다.

박 전문위원의 이러한 언급은 현 정부가 결국 종부세를 비롯한 ‘보유세 인상’을 토지 공공성 강화의 수단으로 쓰지 않겠냐는 뜻으로 풀이된다. 노태우 전 대통령은 앞서 1980년대 말 ‘3저 호황’으로 전국의 부동산이 급등하자, 김종인 청와대 경제수석을 앞세워 재벌그룹의 비업무용 부동산을 매각하도록 하는 등 토지 공개념을 전격 시행해 충격을 준 바 있다.

익명을 요구한 또 다른 부동산 전문가는 토지공개념 후폭풍이 한국사회에 거셀 것이라는 우려를 피력했다. 이 전문가는 "(토지공개념) 헌법이 통과돼서는 안된다"면서 "중산층과 서민들도 돌아설 것이다. 너무 좌파적인 인상을 심어줘서 일반적인 사람들에게도 역효과를 줄 것"이라고 각을 세웠다. 이 전문가는 "(토지공개념은) 너무 좌로 확 간 개념"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조지스트로 불리는 규제론자들은 토지공개념이 시장의 실패를 바로잡고, 소득 불평등을 누그러뜨릴 수단이라며 정부 규제를 지지해왔다. 부동산 투기가 자원배분을 왜곡하고 거시경제의 불안정성을 깊게 한다는 것이다. 전강수 대구가톨릭대 경제통상학부 교수는 지난달 국회에서 열린 세미나에서 "부동산 소득은 결국 상위계층, 소수의 사람들에게 집중된다"고 비판한 바 있다.

전 교수는 이 자리에서 "(부동산이) 소득 불평등의 주요 원인으로 작용한다"며 시장친화적 토지 공개념을 구현할 수단으로 보유세 강화를 제시했다. 그는 또 "우리나라 부동산 소득은 귀속임대소득, 자본이득을 다 포함시켰을 때 국내총생산(GDP)의 30%이상으로 엄청난 규모"라고 지적했다. 그는 "부동산소득 1%늘면 지니계수 5.8%증가한다. 보유세를 강화해야한다"고 말했다.

전 교수는 ‘부동산투기의 종말’이라는 저서에서 "부동산 투기는 시장의 자기조절 기능에 따라 해소되기 어렵다"면서 "거품붕괴라는 파국적 상황을 통해 투기가 해소되기는 하지만 그 부작용이 너무 크다. 시장이 자기조절 기능을 발휘하지 못할 때 정부가 개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정부에는 정부의 부동산 시장 개입이 시장 실패를 잡기 위한 것이라는 소신의 조지스트들이 적지 않다. 김수현 청와대 사회수석이 대표적이다.

한편, 조국 민정수석비서관은 이날 오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경제민주화와 토지공개념을 강화하는 내용의 ‘지방분권 및 총강, 경제 부분 헌법개정안’을 설명했다. 조 수석은 "사회적 불평등 심화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토지의 공공성과 합리적 사용을 위해 필요한 경우에 한해 특별한 제한을 하거나 의무를 부과할 수 있도록’ 하는 토지공개념의 내용을 명시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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