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2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으로 출근하고 있다.(사진=연합) |
[에너지경제신문=송두리 기자]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2일 금융·경제상황 점검회의를 열고 연임 확정 후 첫 행보에 나섰다. 44년만에 한은 총재 연임에 성공한 그는 앞으로 국내외 금융시장 상황을 고려한 통화정책을 운용해 국내 시장 안정화에 초점을 둘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이번 청문회에서 "통화정책과 관련해 총재로서의 소신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은 만큼 일관된 통화정책으로 물가 안정을 이끌어야 하는 부담을 안고 있다.
이주열 총재가 21일 연임을 확정했지만 국내외 변수가 복잡한 만큼 국내 경제상황을 안정화시키기 위해 4년간 어떤 통화정책을 펼칠지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 총재는 앞선 임기 때 통화정책에서 선제적 대응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미국의 연방준비제도(Fed)가 22일 정책금리를 기존 연 1.25∼1.5%에서 연 1.5∼1.75%로 인상하면서 한국과 미국 금리는 10년 7개월 만에 역전됐다. 2019년 금리인상 전망은 기존 2회에서 3회로, 2020년 전망은 2회로 상향조정하면서 금리인상에 따른 긴장감은 더 커졌다.
한국보다 미국의 금리가 높아 국내의 외국인자금 유출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큰 가운데, 시장에서는 "단기간의 금리역전은 우려할 수준이 아니다"고 보고 있다. 이 총재도 이날 주재한 금융·경제상황 점검회의에서 "국내의 양호한 기초경제여건과 대외건전성 등을 고려하면 당분간 외국인자금 유출입의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은 낮다"고 했다.
문제는 금리역전이 장기화될 경우다. 케이프투자증권 김유겸 리서치센터장은 "한미 금리격차가 0.5%포인트 벌어지게 되면 리스크가 발생할 수 있다"며 "미국이 금리를 추가 인상할 것으로 예상되는 6월 전 한은도 금리를 인상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총재는 그동안 금리인상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밝혀오고 있다. 하지만 국내외 변수에 따라 통화정책에 대한 고민은 더욱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미국이 통상압박을 강화하고 있는 데다 국내의 경기지표가 좋아지지 않고 있어 금리 인상을 단행하기는 주저되는 상황이다. 앞서 1월 한은은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하반기부터 상승해 올해 1.7% 수준을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반면 최근에 발표되는 지표는 예상보다 낮다. 키움증권 김유미 연구원은 "2월 소비자물가의 전월 대비 상승률은 0.2%, 근원물가는 전년보다 1.8% 정도만 각각 오르는 데 그쳐 물가 상승이 급격히 진행될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시장에서는 5월 인상 가능성에 무게를 싣고 있지만 시점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견이 나뉜다. 이 총재는 청문회에서 "지금 경제 상황과 미국 금리인상 추이 등을 보면 금리방향은 인상 쪽으로 가는 것이 맞고, 지금 금리도 충분히 완화적이기 때문에 한 두번 올리더라도 긴축이 아니다"고 밝히면서도 5월 인상 가능성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고 있다.
한편 이 총재가 44년 만에 연임한 한은 총재로 기록되며 한은의 독립성이 높아졌다는 평가와 함께 통화정책과 정부정책의 조화가 필요하다는 주문도 이어진다. 한은이 물가 안정과 금융시스템의 원활한 작동, 거시경제 안정 등의 목표에 충실하면서도 정부 정책과 어긋나지 않도록 정책공조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 총재는 "이번 연임에서 중립성과 자율성이 강조된 만큼 그렇게 하라는 뜻으로 알고 충실히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