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 고래싸움’에 韓 새우등 터지나? 글로벌 경제 긴장감 최고조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18.03.23 13:41



[에너지경제신문 한상희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주요 2개국(G2) 통상전쟁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부과를 명령한 중국산 수입품은 의류부터 가전 소비제품까지 사실상 무제한이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관세를 부과받을 가능성이 있는 품목으로 약 1300개를 지목했다. 금액으로만 연간 500억 달러(한화 54조 원)로, 미국의 대중 수입액의 10%에 해당하는 규모다.

‘중국’이라는 꼬리표만 있으면 품목과 업종을 불문하고 포괄적 무역제재에 나서겠다는 뜻이다.

중국만을 겨냥한 정밀타격인 셈이지만, 글로벌 경제 1·2위인 미국과 중국의 무역갈등은 글로벌 경제 전반을 혼돈으로 몰고 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당장 G2와 폭넓은 수출입 관계를 맺고 있는 우리나라의 경우도 난감한 상황이 되고 있다.

이번 조치는 각종 대중 무역제재의 결정판으로 볼 수 있다.

트럼프 경제라인은 무역확장법, 관세법, 통상법까지 다양한 법조문을 내세워 파상공세를 펼쳐왔다. 중국이 덤핑, 보조금 지급, 지적 재산권 침해까지 다양한 수단으로 불공정무역을 이어가고 있다는 게 트럼프 행정부의 논리다.

상무부는 지난해 11월부터 중국산 알루미늄 합판에 대해 직권조사에 들어갔다. 업계 제소 없이 직권조사에 들어간 것은 26년 만이다.

수입산 세탁기·태양광 전지부터 철강·알루미늄까지 연쇄적인 관세장벽도 근본적으론 중국을 조준하는 모양새다.

윌버 로스 상무장관도 이날 하원에 출석해 "우리가 취해온 철강 관련 조치의 상당수는 중국을 직접 겨냥한 것"이라고 말했다.

재무부는 중국을 ‘환율조작 관찰대상국’으로 지정하고, 여차하면 환율조작국 명단에 올릴 수 있다고 압박하고 있다.

이번 ‘관세 패키지’에는 중국이 지적 재산권을 침해했다는 논리를 적용했다. 중국 업체들이 미국의 기술과 지식재산을 훔치는 불공정 행위를 지속하면서 ‘통상법 301조’를 위반했다는 주장이다.

트럼프 대통령도 최근 로이터통신과 인터뷰에서 "중국 당국이 미국 기업들에 강제로 기술 이전을 요구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관세 폭탄’ 명령은 미-중 통상전쟁의 신호탄으로 해석된다.



중국은 ‘보복관세 카드’를 꺼내 들 기류다.

중국 상무부는 "중국은 미국의 (통상법) 301조 조사에 대해 무역 보호주의 행동이라며 결연히 반대하는 입장을 여러 차례 표명했다"면서 "중국은 합법적인 권익 훼손을 좌시하지 않을 것이며 반드시 모든 필요한 조치를 통해 합법적 권익을 지킬 것"이라고 밝혔다.

최우선으로 미국산 농산품이 타깃으로 꼽힌다. 연 140억 달러(15조 1200억 원) 규모에 이르는 미국산 대두(메주콩)는 3분의 1이 중국으로 수출된다. 지난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압도적 지지를 보낸 농업 지역(farm states)을 겨냥한 맞춤형 대응인 셈이다.

일단 중국 측은 미국산 수입품에 30억달러의 관세를 부과할 계획이다.

블룸버그통신은 중국 당국이 30억달러(약 3조2400억원) 규모의 미국산 철강, 알루미늄, 와인, 돼지고기 등의 품목에 대해 관세 보복을 시사했다고 보도했다.

중국 상무부는 미국산 강관, 과일, 와인 등에는 15%의 관세를, 돼지고기에는 25%의 관세를 부과한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WTO(세계무역기구)에 공식 제소할 계획도 밝혔다.

미국도 무역전쟁을 감수하겠다는 태세다.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은 최근 아르헨티나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 회의에서 "무역전쟁이 우리의 목표는 아니지만, 두렵지는 않다"고 밝혔다.

‘G2 전면전’은 글로벌 경제 전반에 상당한 타격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당장 달러화와 위안화의 변동성을 키우고, 양국의 수입물가를 끌어올려 인플레이션 압력을 높이게 된다. 미·중 무역거래가 주춤해지면서 꾸준한 성장세를 이어왔던 글로벌 실물경제에도 직격탄으로 작용할 수 있다.

나아가 중국이 ‘전 세계 생산공장’ 역할을 하는 현실을 고려하면 글로벌 공급망에도 적잖은 파장이 예상된다.

무엇보다 미·중 양쪽과 긴밀하게 연결된 우리나라로서는 더더욱 충격파가 클 수밖에 없다. 특히 무역구조상 중국을 거쳐 미국으로 수출되는 한국산 중간재들은 직접적인 영향권에 들어 막심한 피해가 우려된다.

물론 이번 미국의 대중국 ’관세폭탄‘으로 일부 품목이 반사이익을 얻을 가능성도 있다. 중국산 제품의 관세가 크게 올라가 미국 시장에서 중국산과 경합도가 높은 한국산 휴대폰이나 TV 등 가전제품의 가격경쟁력이 상대적으로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반사이익은 한국이 받을 수 있는 피해에 비하면 극히 미미할 것이란 분석이다. 전체적인 무역적자 축소와 자국내 일자리 창출에 최우선 순위를 두고 있는 트럼프 미 정부가 중국산 대신 한국산 수입 확대를 용인할 가능성도 매우 낮다. 이미 미국이 자국산업 보호를 위해 한국산 세탁기와 태양광패널 수입품에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 조치를 발동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더 큰 문제는 양국의 무역전쟁이 양국은 물론 지난 70여년 동안 자유무역을 통해 번영해온 세계경제에 이익이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단기적으로는 관세 인상에 따라 중간재 가격의 상승 등으로 산업생산의 위축을 불러올 수 있고, 무역전쟁이 확대되면서 장기화할 경우 세계경제에 타격을 줄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렇게 되면 수출에 의존해오고 있는 한국경제가 수렁에 빠질 수 있다.

업계 전문가는 "지난해 이후 세계경제 회복과 수출 증가에 힘입어 회복 모멘텀을 얻은 우리 경제가 ’고래싸움‘이라는 최대 복병을 만났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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