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협정 효과 없었나?...세계 탄소배출량 역대 '최고치'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18.03.23 13:47

세계 탄소배출량 다시 급증…지난해 역대 최고치 기록
지난해만 4억6천만톤 증가…車 1억7천만대 배출량과 맞먹어
NYT "아시아 지역 배출 늘고, 재생에너지 성장은 늦어"


▲중국 네이멍구 자치구 오르도스에 위치한 석탄화력발전소 굴뚝에서 연기와 증기가 나오고 있다. (사진=AP/연합)


수년간 주춤했던 전 세계 이산화탄소(CO₂) 배출량이 지난해 다시 급증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에 2015년 파리기후변화협약 체결 이후 세계 각국이 기울여온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 노력이 ‘말잔치’에 불과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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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325억t(톤)으로 전년보다 1.4%(4억6000만톤) 증가했다. 2014∼2016년 3년간 보합세를 보이다가 지난해 증가세로 돌아선 것이다. 지난해 배출량 규모는 사상 최대치다. (표=IEA)


23일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325억t(톤)으로 전년보다 1.4%(4억6000만톤) 증가했다. 2014∼2016년 3년간 보합세를 보이다가 지난해 증가세로 돌아선 것이다. 지난해 배출량 규모는 사상 최대치다. 지난해 증가한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1억7000만대의 새 자동차가 뿜어내는 양과 맞먹는다 IEA는 설명했다.

IEA는 이처럼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갑자기 늘어난 이유로 △세계 경제의 탄탄한 성장 △화석연료 가격 하락 △ 에너지 효율 제고 노력 감소 등을 들었다. IEA는 이 같은 요인으로 인해 지난해 세계 에너지 수요는 전년보다 2.1%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IEA는 "이 같은 통계는 파리기후변화협약 목표가 불충분하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기후 변화와 싸우고 있는 전 세계의 노력에 대한 강력한 경고인 셈"이라고 밝혔다.

앞서 세계 195개국은 파리기후변화협약을 체결하면서 지구 평균 기온이 산업화 이전 대비 2℃ 이상 상승하지 않도록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기로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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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흥국이 밀집한 아시아에서 배출량이 빠르게 늘고 있다. 지난해 배출량 증가량 가운데 3분의 2가량이 아시아에서 나온 것으로 조사됐다. (표=IEA)


이와 관련해 뉴욕타임스(NYT)도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증가세로 돌아선 이유를 5가지로 분석했다.

우선 신흥국이 밀집한 아시아에서 배출량이 빠르게 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지난해 온실가스 배출량 증가분의 약 3분의 2는 중국과 인도, 인도네시아와 같이 급성장하는 아시아 국가에서 발생했다. 이들은 빈곤에서 벗어나기 위한 경제 성장을 화석 연료에 의존하고 있다. 세계 산업부문 온실가스의 4분의 1을 차지하는 중국은 급속한 경제성장과 석유 및 천연가스 사용 탓에 지난해 배출량이 1.7% 늘었다. 인도와 인도네시아를 포함한 아시아 개발도상국들의 배출량은 3% 증가했다.

NYT는 또 재생에너지 성장 속도가 충분히 빠르지 않다고 설명했다. 중국이 지난 한 해에만 프랑스와 독일 전체 규모와 맞먹을 정도의 태양광 패널을 설치했지만 여전히 부족하다는 것이다. IEA는 보고서를 통해 "2017년 세계 에너지 수요에서 화석 연료의 비중은 전체의 81%를 유지했다"면서 "재생에너지의 높은 성장에도 불구하고 화석연료는 30년 이상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IEA는 전 세계가 온실가스 배출량을 신속히 감축하고 파리기후협약에 명시된 목표를 달성하기 원한다면 신재생 에너지가 2040년까지 매년 지금보다 5배 빠르게 성장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NYT는 또 석탄 사용량이 지난해 1%가량 늘어난 점도 이산화탄소 배출량 증가에 영향을 끼쳤다고 설명했다. 지난 몇 년 동안 미국과 중국 등 많은 국가가 화석연료에서 벗어나면서 전 세계적으로 석탄 수요가 급감했다. 중국은 대기오염을 해결하기 위해 주거용 난방시설에 석탄 사용을 단계적으로 중단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해 석탄 사용량은 1% 반등했다. 동남아시아의 석탄화력발전 때문이다. 중국도 여름철 에어컨 사용 증가로 석탄 발전소를 재가동했다. IEA는 그럼에도 수요 감소 징후가 있다면서 인도는 태양광 발전 등 청정에너지 사용 증가에 지난 10년보다 석탄 수요 증가가 둔화했다고 밝혔다. 이어 중국의 석탄소비량과 세계 석탄소비량은 2014년 최고치를 기록한 이후 그 이하를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제유가가 하락하면서 미국과 유럽에서 SUV 차량 판매가 증가했다는 점도 악재였다. 이는 지난해 석유 수요가 1.6% 증가하는 데 큰 기여를 했다고 NYT는 분석했다. 지난해 증가폭은 10년 평균치를 훨씬 웃도는 것이다. 중국 등 일부 국가의 규제와 배터리 가격 하락으로 전기자동차 판매가 늘고 있으나 아직은 시장 규모가 작아 석유 수요 증가를 막기에는 역부족이다.

아울러 공장, 가정 등에서 에너지효율을 높이려는 노력이 주춤해진 것도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데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세계 경제에서 에너지 효율성은 1.7% 증가에 그쳐 지난 3년보다 개선 정도가 약해졌다.

다만, 전반적인 이산화탄소 배출량 증가세에도 불구하고 미국, 영국, 멕시코, 일본의 배출량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파리기후변화협약 탈퇴를 선언한 미국의 배출량 감소 폭이 가장 큰 점이 눈에 띈다. 미국의 지난해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48억1000만톤으로 전년보다 0.5% 감소했다. IEA는 미국의 전력 수요가 감소한 가운데 재생에너지 비중이 높아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미국 전력생산에서 재생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중은 17%로 역대 최고 수준인 것으로 집계됐다. 원자력 발전 비중은 20% 수준이다.



[에너지경제신문 한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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