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증권부 이유민 기자
신영마라톤펀드 A형, 신영마라톤펀드 CE형, 신영마라톤펀드 CG형, 신영마라톤펀드 AE형, 신영마라톤펀드 AG형, 신영마라톤펀드 C형….
최근 지인에게서 추천받은 펀드를 가입하기 위해 주거래 은행의 모바일 뱅킹 어플에 들어갔다. ‘신영마라톤’을 검색하자 똑같은 이름의 상품 23개가 동시에 떴다.
금융부 기자 생활을 하며 은행 상품 용어를 일반 고객보다는 많이 알고 있다고 생각했었지만 큰 오산이었다. 금융 용어는 너무나도 어려웠고 모바일 뱅킹은 친절하지 않았다.
상품을 하나하나 클릭하면서 차이점을 살펴봤다. 상품 가입 메뉴에는 해당 상품의 투자설명서, 간이투자설명서 등이 첨부돼 있었다. 하지만 소비자를 위한 ‘쉬운 용어’의 설명서가 아닌 은행원들이 확인하는 원본 그대로의 투자설명서뿐이었다. 특정 펀드의 투자설명서는 첨부된 파일이 72장에 달했다. 일반인이라면 이해하기 어려운 용어 투성이의 투자설명서를 72장이나 읽어줄 고객은 없을 텐데 말이다.
최근 시중은행이 앞다퉈 모바일 뱅킹 시스템 구축에 힘쓰고 있다. 아마도 지난해 인터넷전문은행이 등장한 이후 위기의식을 느껴 대응에 나서는 듯하다. 새로운 경쟁자의 등장에 위기의식을 느끼고 시대의 흐름에 도태되지 않기 위해 서비스를 강화하는 것은 고무적인 변화다.
하지만 겉보기에 그럴듯한 비대면 채널 서비스를 내놓고 대대적으로 홍보하더라도, 그 속이 비어있다면 말짱 도루묵이 된다. 시중은행은 ‘쉽고 편리한’ 서비스를 지향하며 업그레이드된 모바일 뱅킹을 열었다지만, 실상은 어려웠고 귀찮았다.
모바일 뱅킹이 전보다 쉽고 편리하게 예금 잔액 등을 확인하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 금융소비자는 진화하고 있고 더 똑똑해지고 있으며 더욱 능동적으로 자산을 관리하기를 원한다.
비대면 채널에 가장 익숙한 2030 세대마저 펀드 상품 가입 하나에 이렇게 난감하고 답답해한다면, 더 높은 연령대에서는 어떨까? 40대 이상 중에서 모바일 뱅킹을 100% 활용하는 고객이 얼마나 될까?
쉬운 계좌 잔액 확인과 타행 송금에만 멈춘 시중은행 모바일 어플, 갈 길이 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