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종오의 기후변화 읽기] 지구가 금성이 된다?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18.03.24 09:42
-‘슈퍼 온실 효과’ 강화
-열대 지역 점점 넓어져


슈퍼 온실 효과

▲열대 지역의 SGE가 강화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사진=NASA)


[에너지경제신문 정종오 기자] 지구는 축복받은 행성이다. 대기가 있기 때문이다. 지구 대기는 생명체에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다. 지구는 이산화탄소(CO2), 수증기(H20), 메탄(CH4) 등으로 구성돼 있는 이른바 ‘온실 대기’가 있다. 이들 온실 대기는 지구에 도착한 태양빛이 우주로 다시 반사되는 것을 적당히 막아준다. 이 때문에 지구는 생명체들이 번성할 수 있는 환경을 갖추게 된 것이다.

스티븐스(Graeme Stephens) 미국 항공우주국(NASA) 제트추진연구소 기후과학센터 국장은 "온실 효과로 인해 우리 지구가 생명체 거주가능한 행성이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직 지구가 아닌 다른 천체에서 생명체가 발견되지 않은 상태이다. 생명체가 존재하는 곳은 지구가 유일하다. 적당한 온실 효과는 이처럼 지구에 없어서는 안 될 기능을 수행한다. 다만 이 ‘온실 효과’가 강화되면 지구는 여러 문제점에 부닥친다. 우주로 적당히 빠져 나가야 할 에너지가 온실가스에 의해 많이 차단되면서 지구가 더워진다. 이산화탄소 배출이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이 때문이다.

특히 지구의 열대 대양은 온실 효과가 상대적으로 강하다. 많은 양의 수증기가 대기권으로 상승하기 때문이다. 나사 측은 이를 ‘슈퍼 온실 효과(Super Greenhouse Effect, SGE)‘로 부른다. SGE 지역은 인도네시아 근처의 서태평양 등 적도 해양 지역에서 발생한다.

SGE가 더욱 강화되면 어떻게 될까. 태양계 두 번째 행성인 ‘금성’에서 답을 찾을 수 있다. 금성은 태양계에서 가장 뜨거운 행성이다. 온실 효과 때문이다. 금성 대기권은 이산화탄소로 구성돼 있다. 이 때문에 태양빛이 금성을 비추고 적당한 빛이 다시 우주로 반사돼야 하는데 거대한 온실가스로 에너지가 빠져나가지 못한다. 이 때문에 금성은 납을 녹일 정도로 뜨겁다.

당장은 아닌데 현재와 같이 이산화탄소 배출이 계속 증가한다면 지구가 금성처럼 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최근 지구의 이산화탄소 농도는 400ppm( parts per million)을 넘어섰다. 몇몇 전문가들은 이를 두고 ‘한계점’을 넘어섰다고 판단하는 이도 있다. 여기에 많은 양의 메탄도 방출되고 있다. 이 영향으로 지구에서 SGE가 강화되고 있고 열대 지역이 점점 넓어지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따뜻한 지방에서 자라는 사과 재배지가 점점 북상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리차드슨(Mark Richardson) 나사 박사는 "SGE 지역이 확대되면 지구는 점점 더 뜨거워질 것이고 열대지역은 넓어지게 마련"이라며 "SGE를 분석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스티븐스 박사는 "SGE 지역은 우리가 그동안 관심을 가지지 않았던, 매우 중요한 이슈"라며 "SGE가 왜 발생하고 어떻게 있는지 지금은 이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SGE를 파악하기 위해 나사 측은 아쿠아 위성에 탑재돼 있는 AIRS(Atmospheric Infrared Sounder)를 이용한다. AIRS는 온도와 수증기 프로파일 등의 데이터를 제공한다. 나사 측은 "화석 연료를 태우면서 지구는 갈수록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늘어나고 있다"며 "이 때문에 SGE 지역이 강화되고 그 영역을 넓히고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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