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림(海林) 한정선 개인전, ‘야생의 사고-두 번째 이야기’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18.04.10 13:47

12∼18일, 서울 종로구 인사동 백악미술관 1층서

▲해림 한정선 <귀갓길> 2017년, 아크릴, 캔버스


[에너지경제신문 여영래 기자] 해림
(海林) 한정선 작가의 개인전 야생의 사고(untamed thoughts)-두 번째 이야기가 오는 12일부터 18일까지 서울 종로구 인사동 소재 백악미술관 1층에서 열린다.

이번
야생의 사고()에서 한 작가는 자본주의 사회라는 정글 속에서 하루하루 생존해 나가면서 지속적으로 마모되고, 피로하고 무기력한, 그렇게 길들여진 인간 군상을 늑대의 시선으로 우화적 표현 방식을 빌려 그려내고 있다.

작품의 공간적 배경은 주로 지하철 안이거나 지하철을 기다리는 벤치다
. 작가에게 지하철은 사람들의 일상이 응축된 공간이다. 그 일상 속 사람들의 욕망과 좌절, 피로와 우울, 종국에는 배신당할 것만 같은 꿈들이 부유하고 들러붙은 곳이다.

누군가가 수많은 사람들의 일상과 욕망을 자신의 의도대로 조직하거나 사육하는 거대한 힘이 작동하는 동시에
, 그 힘의 결과가 노출되는 공간이 바로 작가가 그려낸 지하철이다. 이러한 힘에 의해 사람들은 점차 가축화 된다.

블랙홀: 밥의 제국은 그 가공(可恐)할 힘을 보여준다. 지하철이 물고기 떼를 빨아들이는 듯 하지만 결국에는 그 힘에 길들여진 물고기 떼들이 스스로 몰려 들어간다. “어쩔 수 없어. 삶이 원래 다 그런 거야라고 인정하는 그 순간, 자신의 장미꽃(존엄과 가치)은 흩어지고 시들며 나사가 되어 간다. 그리고 그 누구에게도 보이지 않은존재로 전락하고야 만다.

한 작가는 이러한 삶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야생의 사고를 가져야 한다는 메시지를 늑대의 시선을 빌어 전한다. 개인전 제목인 야생의 사고는 프랑스 문화인류학자인 레비-스트로스의 동명 저서에서 차용했다.

레비
-스트로스에 따르면 야생의 사고란 야만인의 사고도 아니고 미개인의 사고도 아니다. 효율을 높이기 위해서 재배 종화되거나 가축화된 사고와도 다른 길들여지지 않은 상태의 사고이다.” 작가는 이 같은 정의를 자기화 시켜 그림 속 철학을 전달하기 위한 유용한 문구로 사용한다.

또한 한 작가는 오늘날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가축화되었다고 본다
. 그러한 사람들을 이 세상 사물들을 비싼 값에 사고팔고 옮겨주는 일을 하면서도 주인이 주는 마른 짚을 받아먹고 달가워하는 당나귀에 다름이 아니다고 신랄하게 비판한다.

작가의 작품에는 몇 점을 제외하고는 늑대가 늘 등장한다
. 이 늑대는 당나귀의 대척점에 있다. 작가에게 늑대는 야생적 사고의 상징적인 동물이다. 절대로 가축이 될 수 없는, 즉 길들여지지 않는 존재가 바로 늑대이다.

그래서 작가는
내 그림에서 늑대는 저항정신이며, 삶을 성찰하는 눈동자라고 말한다. 늑대는 지하철뿐만 아니라 옷장에서도, 거실의 책장에서도, 비좁은 고시원에서도 존재한다. 아니 어느 곳에든지 존재해야만 한다. 그럴 때 우리는 ‘25시 너머의 세계를 상상할 수 있다.

소설가 한승원은 한정선 화가의
야생의 사고-두 번째 이야기서문에서 다음과 같이 평했다오늘날 글로벌 자본주의 정글세상 속에서 그녀의 그림은 외롭다. 그녀의 그림은 시장의 거래질서를 도발적으로 고집스럽게 외면하는, 아득한 신화 속에서 당나귀를 끌고와 지하철을 타고 다니는, 생명력 왕성한 늑대소녀의 풍경을 해석하기다. 그것은 슬픈 눈으로 냉엄하게 세상 응시하기이다.”

한편
, 해림 한정선 작가의 개인전 오픈식은 오는 12일 오후 530분 백악미술관 1층에서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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