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DI, 삼성물산 지분매각 등...위기시마다 '발 빠른' 대응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에너지경제신문DB)



올 2월 말 석방 이후 잠행을 이어오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일선 복귀가 초읽기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최근 열흘새 이 부회장의 오랜 고민의 결과물들이 빠르게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인공지능(AI)분야 해외투자부터 바이오산업 확대, 순환출자고리 해소 등 굵직굵직한 사안들이 불과 열흘 사이에 연거푸 터져 나왔다. 또 이에 앞서 삼성은 반도체 사업 설비 증설도 결정하는 등 이 부회장의 공식석상 복귀는 늦춰졌지만 이재용식(式) 경영 보폭 확대는 이미 현재진행형이라는 게 재계의 평가다.


◇ 위기시마다 정면돌파…이재용式 사업추진 속도

1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16일간의 유럽 출장을 다녀온 이 부회장은 유럽출장을 통해 글로벌 경영구상을 재확인하고, 국내 복귀 직후엔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에 시동을 걸고 나섰다.

삼성그룹 내 얽힌 7개 순환출자 고리를 끊기 위해 가장 먼저 삼성SDI가 나섰다.

삼성SDI는 전일 순환출자 해소를 목적으로 보유하고 있던 5822억 원 규모의 삼성물산 지분 전량(404만여주) 매각키로 결정한 데 이어 같은 날 장마감후 바로 블록딜(시간외 대량매매)을 통해 주식 매각을 마무리 지었다.

이는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 달 기존 순환출자에 대한 유권해석을 바꿔 삼성SDI가 보유중인 삼성물산 지분 전량을 매각하라고 통보한 데 따른 조치로, 이번 매각 작업으로 삼성의 순환출자 고리 중 3개가 끊겨 4개만 남게 됐다.

순환출자는 ‘A사→B사→A사’ 식으로 계열사끼리 꼬리를 물며 지분을 보유하는 것을 뜻하는 것으로, 이런 구조에선 총수가 적은 지분을 갖고도 그룹을 지배할 수 있어 정부는 신규 순환출자를 금지하고 있다. 삼성그룹의 경우 지주회사 격으로 꼽히는 삼성물산을 중심으로 순환출자 고리가 형성돼 있다.

삼성은 이번 삼성 SDI의 지분매각을 시작으로 다른 계열사가 보유하고 있는 삼성물산 주식 매각도 검토하고 있다. 삼성전기(2.61%), 삼성화재(1.37%)가 갖고 있는 삼성물산 지분을 처분하면 삼성의 순환출자 고리는 모두 사라지게 된다.

재계에선 이 같은 큰 결정엔 이 부회장의 의중이 작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거듭되는 정부의 압박과 다른 재벌기업들 모두 지배구조 개선 작업을 시작한 만큼 삼성 역시 이러한 정부기조에 따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는 분석이다.

또 삼성SDI 등 계열사가 가진 삼성물산 주식을 모두 팔아도 오너 일가의 지배력에 큰 영향이 미치지 않을 것이란 점도 이번 지배구조 개편 속도전에 불을 붙이게 된 것으로 보인다. 작년 12월 말 기준으로 이 부회장은 삼성물산의 지분 17.08%를, 이건희 회장은 2.84%, 이부진·서현 자매가 각각 5.47%씩을 보유하고 있다. 이건희 회장의 직계 가족이 보유하고 있는 지분만 해도 30.86%에 달한다.


◇ 1년간 오너 공백 실감…지배구조 개선으로 투명성 확보

재계에서는 다시 시작된 이재용의 정공법 리더십에 주목하고 있다.

그간 지속적으로 삼성을 압박해 온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조차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와 관련한 이 부회장의 최종심 결과가 나온 뒤에나 삼성이 지배구조 개편 등 변화에 나설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었다. 삼성의 발 빠른 대응에 재계도 놀랐다. 여기엔 삼성증권발(發) 쇼크도 어느 정도 작용했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2014년 이건희 회장이 급성 심근경색으로 쓰러진 이후 갑작스레 삼성 경영권을 이어 받은 이 부회장은 위기와 기회시마다 빠른 정공법을 택해왔다.

경영일선에 나선 직후 터졌던 갤럭시노트7 배터리 발화 사건을 비롯해 삼성서울병원의 메르스 사태 때도 직접 나서 상황을 진화했다. 또 실용주의를 모토로 과감한 계열사 인수합병과 매각, 구조조정 등을 숨 가쁘게 진행하며 삼성을 자신만의 스타일로 바꿔 나갔다. 비주력 사업인 화학과 방산계열사 7곳을 한화와 롯데그룹에 넘긴 것도 ‘잘 하는 것’에 집중하기 위한 이 부회장의 용단이었다.

재계 관계자는 "냉정한 의사결정과 밀어붙이는 추진력은 그간 삼성의 오너 부재를 실감케한다"면서 "재판결과는 확언하기 어렵지만 그 사이 삼성에 많은 변화의 바람이 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에너지경제신문 류세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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