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수원 반도체 공장 현장. (사진=삼성전자) |
[에너지경제신문 류세나 기자] 삼성그룹의 반도체 공장의 ‘작업환경 측정보고서’ 공개를 둘러싸고 정부와 삼성이 갈등을 빚고 있는 가운데 이번 논란의 결정적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됐던 산업통상자원부의 판단이 미뤄졌다.
16일 삼성전자와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서울 모처에서 삼성전자 작업환경측정보고서의 국가핵심기술 판정을 위한 반도체전문위원회가 열렸으나 의견을 모으지 못하고 결론 없이 끝났다.
이날 회의에는 삼성전자 임원이 프리젠테이션을 한 뒤 위원들간 의견을 듣는 순서로 진행됐다. 하지만 쟁점이 워낙 팽팽하게 엇갈리고 있는 사안인 만큼 위원들이 의견을 모으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부 관계자는 "논의 결과 사업장별, 연도별, 작업환경 측정결과 보고서를 보다 구체적이고 심도있게 검토하기 위해 조속한 시일 내 전문위를 다시 개최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고용노동부가 지난달 19일 삼성전자 구미·온양 반도체 공장, 지난달 20일 기흥·화성·평택 공장에 대한 작업환경 측정결과 보고서 공개 방침을 결정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전문위원회의 추가 개최는 오는 17~18일 중 하루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정보공개법에 따른 유예기간 ‘30일’이 이달 19, 20일에 끝나기 때문에 그 전에 산업부도 결론을 낼 전망이다.
앞서 삼성전자는 삼성 반도체 공장에서 일하다 병에 걸린 피해자들이 산업재해 신청에 필요하다며 고용노동부에 삼성 반도체 공장의 작업환경 측정보고서 공개를 요청한 데 대해 ‘영업기밀 유출’ 등의 문제를 우려하며 관련 문서 공개에 반대, 현재 행정소송을 진행중이다.
이와 관련 수원지방법원이 지난 12일 삼성전자가 고용노동부를 상대로 제기한 기흥·화성·평택 공장에 대한 작업환경 보고서 공개 금지 가처분 신청에 대한 첫 심리를 열었으나 인용 또는 기각에 대한 결정을 내리지 않았다. 양측에 결정에 참고하기 위한 추가자료 제출을 요청해 둔 상태다.
특히 가처분 신청에 대한 재판부의 판단도 오는 20일 이전에 나올 것으로 전망되면서, 재계 안팎에서는 이날 열리는 반도체전문위원회의 결과가 행정소송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됐었다. 그런데 이날 전문위원회에서 국가핵심기술 판정 여부를 가르지 못하면서 삼성전자를 비롯한 재계의 시선은 국민권익위원회로 옮겨가게 됐다.
삼성전자는 앞서 국민권익위원회 중앙행정심판위원회에도 행정심판을 제기, 오는 17일 관련 청구에 대한 결론이 나올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권익위 중앙행정심판위의 심판 결과에 따라 고용부의 보고서 공개 집행이 정지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부처의 특성상 산업계의 목소리가 반영되기는 어려울 가능성이 크다.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등의 기술은 한국이 글로벌 시장에서 몇 안되는 기술 리더십을 갖고 선도해 나가고 있는 분야로 관련 정보가 유출되면 국가적으로 막대한 손실을 떠안게 될 가능성이 높다"면서 "사업장의 세부적인 정보 공개 여부에 대해서는 더욱 엄격한 판단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