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우진 금융증권부장



‘가계부채 염려증’에 새 지표가 도입돼 거론되고 있다. 소득증가율과 비교한 가계부채 증가율이다. 이 지표를 활용해, 가계부채가 소득보다 더 빨리 증가할 경우 유의해야 한다는 주장이 널리 통용되고 있다. 그러나 이 지표가 적절하고 유용한지는 의문이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12일 "가계부채 총량 수준이 높다"며 "(가계부채) 증가세가 둔화한다고 해도 여전히 소득증가율을 웃돌고 있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이날 금융통화위원회 후 기자간담회에서 이렇게 말하고 "가계부채가 당장 리스크는 아니더라도 중기적으로 봤을 때 금융 안정을 저해할 수 있는 잠재 위험요인이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가계부채 억제 노력을 지속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3월 더불어민주당 대표로서 내놓은 가계부채 관리대책에서 가계부채 증가율을 소득증가율보다 낮게 유지하고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150%를 넘지 않게 관리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지난해 말 기준 가계부채(가계신용 기준)는 약 1451조원으로 전년 말보다 약 8.1% 늘었다. 가계의 처분가능소득 증가율은 약 4.5%였다. 가계의 부채가 소득에 비해 큰 폭 빠르게 증가한 것이다. 앞의 지표에 비추어보면, 현재 우리나라의 가계부채는 위험한 속도로 늘어나면서 경계 수위를 넘어서고 있다.

그러나 가계부채 증가율을 소득증가율보다 낮게 억제해야 한다는 주장은 경험적·이론적 근거가 약하다. 먼저 2007년 말 이후 지난해 말까지 10년 동안 가계부채는 소득증가율보다 큰 폭 빠르게 증가했다. 그런데도 아직까지 가계부채는 거시경제에 충격을 줄 만큼 탈이 나지 않았다. 앞으로 가계부채가 시스템 리스크를 일으킬 기미도 보이지 않는다. 또 가계부채와 소득은 범주가 다른 금액이기 때문에 단순 비교가 어렵고, 그래서 각각의 증가율도 비교 대상이 아니다.

지난 10년 동안 가계부채 증가율은 어느 정도였나. 가계부채는 2007년 말 631조원에서 지난해 말 1451조원으로 2.3배로 늘었다. 이 증가세를 연평균 증가율로 환산하면 8.7%가 나온다. 이 기간 가계의 처분가능소득 증가율은 4.8%였다. 지난 10년간 가계부채가 소득에 비해 3.9%포인트 높은 증가율로 늘어난 것이다.

이제 가계부채와 소득의 범주를 생각해보자. 가계부채는 국민이 특정 시점에 금융회사로부터 대출받은 담보대출, 신용대출 등을 합한 저량(貯量) 변수인 데 비해 소득은 일정 기간에 벌어들인 유량(流量) 변수다. 가계부채는 일차적으로 다른 저량인 가계의 금융·실물 자산과 비교해 지나친 규모인지 따져봐야 한다. 예컨대 다른 여건이 그대로인 가운데 집값이 오르면 대출한도가 커진다. 또 가계부채의 원리금 상환액이 상환 기간에 발생할 소득으로 감당 가능할지를 예측해야 한다. 이는 유량 비교다.

한국은행은 실제로 이런 기준에 따라 가계부채의 건전성을 분석한다. 한은은 지난해 12월 발표한 금융안정보고서에서 "가계의 금융 부채와 함께 자산도 꾸준히 증가했다"면서 "금융자산으로 평가한 가계의 채무상환 능력은 대체로 양호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원리금을 소득으로 갚을 수 있는지, 그 결과는 가계대출 연체율로 나타난다. 한은은 같은 보고서에서 "금융기관의 가계대출 연체율은 하향안정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가계부채 증가율이 너무 높은지 꼭 따져봐야 한다면 소득증가율과 주택가격 상승률을 더한 값과 비교하면 어떨까 생각한다. 소득증가율과 주택가격 상승률의 합은 유량과 저량을 함께 고려한 어림값이다.

소득증가율은 가계부채 증가율이 적정한지 비교하는 잣대로 적절하지 않다. 게다가 너무 낮은 기준이다. 건강에 대한 과도한 걱정과 지나치게 낮은 목표 체중을 맞추기 위한 감량은 오히려 건강을 해친다. 가계부채에 대한 심한 염려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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