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증권부 이유민 기자


김기식 금감원장이 사퇴했다.

누군가는 한 달 사이 연이은 금감원장의 사퇴에 안타까운 한 숨을 내쉬었을 것이고, 누군가는 점점 무뎌지는 금감원의 칼날에 안도의 한 숨을 쉬었을 것이다.

앞서 지난해 10월, 국정감사 과정에서 우리은행의 공채 채용 비리 의혹이 처음 제기됐다. 이후 올해 1월 금감원은 하나은행·국민은행·대구은행·부산은행·광주은행의 채용비리 의혹을 고발했다. 신한은행의 채용비리 조사도 앞둔 상황이었다.

일부 은행의 조사는 아직도 끝을 맺지 못했으며 신한은행의 조사는 시작조차 하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또 다시 금감원장 자리가 공석이 됐다. 연이은 ‘금감원장 리스크’에 진행되던 금융권 개선은 흐지부지될 상황에 놓여있다.

이달 초, ‘프로 비판러’ 김기식 신임 금감원장의 취임 소식에 금융권은 긴장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 명성에 걸맞게 김 원장은 15일이라는 짧은 재임 기간 동안 은행권과 보험업계, 카드업계, 저축은행업계, 대부업권까지 금융권 전체를 들었다 놓았다.

김 원장은 금융권의 성차별 관행 개선을 약속했으며 보험업계의 금융상품 불완전 판매와 민원의 구조적인 문제부터 해결하기 위한 검사 강화를 지시했다. 또 저축은행 업계의 고금리 대출을 지적하고 시중은행보다도 4배 가량 높은 예대금리 차를 두고 ‘폭리’라고 비판했다.

거침없는 그의 행보에 "업권의 생태를 잘 모르고 하는 이야기"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있었지만 그 누구보다 업권의 약점을 잘 짚었다는 평가도 있었다.

금융권 여성 사원들에게는 임원으로 승진할 수 있는 기회뿐만 아니라 입사 과정에서부터 유리 천장이 존재했고, 앞다퉈 원스톱 가입 서비스를 내놓는 보험업계의 불완전 판매 가능성 증가 역시 우려되는 상황이었다. 저축은행업계의 지난해 순익은 1조674억원으로 전년도 대비 24% 늘어났으며 이는 예금·대출 금리 차를 통해 얻은 이자 이익이 6196억원 증가한 데 기인한 것으로 분석된다. 결국 모두 금융업계의 케케묵은 관행이었고, 개선돼야만 했던 부분이었다.

또 다시 찾아온 금감원의 무력함 앞에 당장 놓여있던 채찍질을 피했다는 만족감에 젖어있을 때가 아니다. 아직 제대로 시작조차 하지 못한 금융권 개혁. 지금은 제자리 걸음을 하는 듯 보이지만 머지않은 시일 내에 더 큰 바람이 누적된 문제를 풀어낼 것이라고 본다. 잇따른 비판의 목소리를 계기로 업계의 자정 노력이 이뤄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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