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에너지] 안개 속 중동정세...원유·원자재 '슈퍼 스파이크' 시대 온다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18.04.19 11:20

미국의 시리아 공습 여파 원유 알루미늄 가격 급등세
골드만삭스 "1년 내 수익률 10%… 투자 최적의 기회"
이란 핵합의 파기시 유럽 등 원유수입 줄어 유가 부채질
경제제재 당한 러… 알루미늄 수급 불안에 7년來 최고치

▲(사진=이미지투데이)



미국의 시리아 공습과 이를 둘러싼 미국과 러시아의 갈등이 깊어지면서 원유와 알루미늄 가격이 급등세를 타는 가운데, 지금이 상품에 투자할 절호의 기회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국제유가가 조만간 배럴당 100달러 이상으로 치솟을 수 있다는 관측과 함께 알루미늄과 티타늄 등 상품 가격도 상승 폭을 키우고 있다.

최근 시리아·예멘·이란 등을 둘러싼 중동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확대되면서 향후 수년간 유가와 원자재 가격이 동반 상승하는 이른바 ‘슈퍼 스파이크’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지금 원유·알루미늄 등 원자재에 투자할 경우 향후 1년 이내에 10%의 수익률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됐다.

세계적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는 최근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지구촌 각지의 지정학적 불안으로 인해 원자재 공급망의 혼란과 가격 상승이 예상된다면서 원자재 투자에 대한 비중확대를 권고했다.

제프리 쿠리 골드만삭스 원자재 리서치 글로벌 본부장 등이 작성한 골드만삭스 보고서에 따르면, 교차 자산 상호관계(cross-asset correlations)의 저하와 인플레이션 위험, 포지티브 캐리(투자를 위한 차입 비용이 투자수익률보다 낮은 상황), 중동 원유 공급의 파행 가능성 등으로 인해 원자재 보유 전략이 과거 어느 때보다도 유망한 것으로 나타났다.

22개 원자재 가격의 추이를 모니터하고 있는 ‘블룸버그 원자재 지수’는 이번 주 들어서만 2.5% 올랐다. 지난 두 달 새 가장 큰 폭의 오름세다. 원자재 가격을 모니터하는 또 다른 지수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골드만삭스 상품지수(GSCI)는 금주 5% 급등했다.


◇ 국제유가 70달러 돌파…작은 리스크에도 취약한 원유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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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년간 브렌트유 가격 추이. (표=네이버 금융)


7월 이래 최대폭으로 상승한 원자재 지수 랠리는 유가가 주도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시리아에 미사일 공격을 준비하고 있다고 선언한 이후 국제유가는 2014년 12월 이래 최고치로 치솟았다. 시리아 공격이 한 차례에 그칠 것으로 예상되며 랠리가 다소 진정되는 모양새지만, 상승세는 이어지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국제유가는 지난해 7월 이래 가장 가파른 주간 상승폭을 기록하고 있다고 전했다.

17일 영국 북해산 브렌트유 가격은 전날 종가 대비 0.22%(0.16달러) 오른 배럴당 71.58달러에 거래됐다. 같은 날 미국 서부텍사스원유(WTI)는 0.5%(0.30달러) 오른 배럴당 66.52달러에 거래됐다. 미국 원유생산량의 증가 추세가 재고를 소진하기 위한 OPEC의 감산을 상쇄할 것이라는 투자자들의 우려가 중동의 지정학적 리스크 쪽으로 눈길을 옮겨갔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브렌트유와 WTI는 지난 주 각각 7.8%, 8.6% 올랐다.

중동의 앙숙인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 간 대립은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감산 합의를 종식시킬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사우디와 이란이 예멘 내전을 통해 사실상 대리전을 치르는 등 중동의 지정학적 긴장이 높아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국제유가의 적정선을 놓고도 양국이 이견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시아파인 이란과 수니파 사우디의 관계는 최근 수년 간 예멘 내전을 배경으로 악화일로를 치달아 왔다. 사우디는 압드라부 만수르 하디 예멘 정부를 지원하고 있는 반면 이란은 후티 반군을 돕고 있다. 예멘 내전이 사우디와 이란 간 대리전 양상을 띠고 있는 것이다.

보고서는 "지금까지는 사우디와 이란 사이의 직접적인 군사적 충돌이 발생하지 않는 이상 원유생산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재고가 5년 평균 수준 밑단에 머물고 있는 만큼, 원유시장은 작은 파열에도 매우 취약한 상태"라고 분석했다.


◇ 이란 핵합의 파기 위협도 변수

트럼프 대통령의 이란 핵협정(JCPOA, 포괄적공동행동계획) 파기 가능성도 국제유가에 충격을 줄 수 있는 변수로 꼽힌다. JCPOA란 버락 오바마 대통령 시절인 지난 2015년 7월 14일 미국, 중국, 러시아, 프랑스, 영국, 독일 등 6개국이 이란과 체결한 협정이다. 이란의 핵무기 개발 중단을 대가로 이란에 대한 경제제재를 푸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미국 행정부는 JCPOA 타결 이후 제정된 코커-카딘(Corker-Cardin)법에 따라 이란의 핵합의 준수 여부를 90일마다 의회에 통보해야 한다. 또한 120일마다 JCPOA 연장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미국이 JCPOA 파기 여부를 결정하는 다음 시한은 오는 5월 12일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JCPOA를 "미국 역사상 최악의 거래이자 가장 한쪽으로 치우친 거래였다"라고 비난해 왔다. 골드만삭스 보고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특히 최근 대 이란 강경파인 마이크 폼페이오와 존 볼턴을 각각 국무장관과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으로 지명한 점을 지적하면서 대 이란 경제 제재의 재개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만일 JCPOA 파기가 현실화될 경우, 유럽 정유사들은 이란산 원유 수입을 축소할 가능성이 높다. 자산, 제품 교역 흐름 양 측면에서 미국에 대한 의존도가 높기 때문이다. 현재 유럽연합(EU)은 이란산 원유를 하루 260만 배럴씩 수입하고 있으며, 이는 이란 총 원유수출에서 25%의 비중을 차지한다. 관건은 이란산 원유가 유럽에서 아시아로 단순히 방향을 전환하는 데 그치지 않고, 물량 자체가 축소된다는 데 있다. 세계 원유시장에서 공급이 감소하는 것이다.


◇ 알루미늄 가격, 1987년 이래 최대치 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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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년간의 알루미늄 가격 추이. (단위=톤당 달러, 표=한국광물자원공사)

알루미늄 가격도 원자재 지수 상승을 견인하고 있다. 알루미늄 가격은 1987년 이래 가장 강력한 랠리를 펼치고 있다. 미국이 시리아 화학무기 사용을 지원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러시아에 대해 추가 경제제재를 발표하면서 알루미늄의 수급에 불안감이 일고 있는 탓이다. 미국의 대 러시아 추가 경제제재 대상에는 세계 최대 알루미늄 생산업체인 루살과 루살 회장인 올렉 데리파스카 회장도 포함됐다.

앞서 6일 미국 재무부는 러시아 신흥재벌(올리가르히) 7명과 이들이 소유한 12개 기업, 정부 관료 17명, 러시아 국영 무기거래 기업과 은행 각 1개 등 총 38개를 상대로 추가 제재를 단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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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개월간의 알루미늄 가격 추이. 알루미늄 가격은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지난 6일부터 17일까지 7거래일 사이 20% 넘게 올랐다. (단위=톤당 달러, 표=한국광물자원공사)

알루미늄 시장에서는 루살이 공급망에 미치는 위험성을 평가하기 위해 채비를 서두르는 모양새다. 이미 알루미늄 가격은 지난 6일부터 17일까지 7거래일 사이 20% 넘게 올랐다. 알루미늄 가격은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17일 톤당 2375.5달러에 거래되며 2011년 1월 8일 이후 근 7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골드만삭스는 루살의 제재로 가까운 시일 안에 시장의 붕괴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이에 알루미늄 가격 전망치를 연말까지 톤당 1950달러로 제시했다. 애널리스트들은 "오는 6월 초까지는 시장이 제재의 영향 아래 놓여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알루미늄 가격이 비싸고 변동성도 많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보고서는 "LME에서 알루미늄 가격 상승세가 중국의 상승폭을 앞지르면서, 막대한 재고에 고군분투 중인 아시아 국가 트레이더들에게 잠재적으로 더 많은 수익성을 가져다 줄 것"으로 분석했다.

긍정적인 효과도 있다. 골드만의 애널리스트들은 루살의 주가 폭락을 계기로 루살이 자산 조정에 나서고, 세계 원자재 시장에서 알루미늄 흐름을 전환해 새로운 균형을 이룰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시장이 새로운 균형점을 찾기 전까진 극심한 상방 리스크와 잠재적 변동성에 휩싸이게 될 전망이다.

러시아가 시리아 공습 보복 차원으로 미국에 티타늄 수출을 중단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점도 상품 가격을 불안하게 하는 요인이다. CNBC에 따르면 러시아 국회의원들은 미국의 대표적 기업인 보잉사에 타격을 주기 위해 티타늄 판매 금지 리스트에 보잉사를 추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보잉사는 항공기 부품 경량화를 위해 항공기 한 대당 티타늄 사용비중을 12%까지 늘리고 있다.


[에너지경제신문 한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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