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E칼럼] 베트남, 新소비문화 주역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18.04.19 0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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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DM 글로벌 장대규 부대표


15~17세기 서유럽 국가들은 바닷길을 통해 미지의 세계를 찾아 나섰다. 역사상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대규모 문화 접촉이 일어난 이 시기를 우리는 ‘대항해 시대’라고 부른다.

당시 대륙 간 이동 수단이 선박으로 한정돼 있어서 신대륙 발견의 꿈은 항상 항구에서 시작됐다. 항구가 열렸다는 뜻의 Open port가 기회(opportunity)의 어원이라는 분석도 여기서 나왔다.

최근 베트남 시장으로 향하는 국내 기업들에도 기회의 항구가 열렸다. 한국과 베트남 양국이 최근 정상회담을 통해 2020년까지 교역 규모를 1000억 달러로 늘리기로 합의했기 때문이다.

베트남은 2016년 한국의 4위 교역국이었지만 지난해 교역액 478억 달러를 기록하며 중국과 미국에 이어 3위 교역국으로 올라섰다. 한국무역협회는 2020년이면 베트남 교역액이 900억 달러를 돌파하면서 미국을 밀어내고 2대 교역국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국내 중소기업의 베트남 교역 규모도 지난해 처음 100억 달러를 넘어섰다. 중소기업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중소기업의 베트남 수출은 전년 대비 33.4% 증가한 126억 달러로 집계됐다. 특히 베트남 소비자들은 한류의 영향과 LG, 삼성, 현대 등 국내 기업들의 진출로 인해 한국 브랜드 선호도가 높은 편인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양국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약속되면서 한국 기업들의 베트남 시장 진출에 청신호가 켜졌다. 한국 기업들의 베트남 진출에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되며 이에 따른 현지 시장에서의 경쟁도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공급 경쟁이 치열해지면 소비자 우위로 시장이 재편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들이 예고되면서 베트남 현지 마케팅에 대한 관심과 중요성이 점차 커지고 있다.

하지만 의욕만 앞세운 마케팅은 기대효과 보다는 비용 부담만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더욱이 잘못된 마케팅으로 브랜드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자리 잡힐 경우, 이를 해결하기 위한 갑절의 노력과 비용이 들기도 한다. 이러한 문제점을 일소하기 위해서는 현지 시장을 정확하게 이해하는 것이 먼저다.

베트남은 1992년 개정헌법을 통해 시장경제를 처음 도입했다. 이후 3년 뒤인 1995년 미국과의 국교정상화를 등에 업고 눈부신 성장을 이뤄냈다. 하지만 높은 경제성장률에 비해 2011년 현지 인터넷의 가정 보급률은 한 자릿수를 넘지 못했다. TV 보급률 역시 비슷한 수준에 머물렀다. 더욱 놀라운 건 같은 기간 이미 40%를 넘어선 베트남의 이동전화 가입률이다.

해당 지표가 시사하는 바는 크게 두 가지다. 첫 째 베트남 e비스니스는 온라인에서 태동기와 전성기를 맞이하고 모바일 환경으로 빠르게 전환한 국내와 달리 준비과정 없이 모바일에서 바로 시작됐다는 점이다. 실제 베트남의 경우 검색 기능을 강화한 페이스북이 모바일 환경에서 포털의 역할을 대신 수행하고 있다. 또한 국내 한 메이저 홈쇼핑 업체의 경우 온라인이 아닌 모바일에 최적화된 서비스를 앞세워 베트남 땅을 밟기도 했다.

다른 하나는 모바일에서 시작된 e비즈니스의 경우 로컬서비스가 시장 우위를 점할 수 있다는 부분이다. 라인과 카카오를 누르고 베트남 국민 모바일 메신저로 등극한 ‘잘로(zalo)’는 현지 인터넷 환경에 적합한 저사양 서비스를 구현했다. 현재 베트남 휴대폰 사용자 10명 중 8명이 잘로를 이용하고 있다.

요약해보면 베트남 e비즈니스의 성공 키워드는 ‘인프라 최적화’와 ‘모바일 중심’이다. 이러한 시장 환경에서 가장 주목 받고 있는 것이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다. 베트남 인구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는 새로운 소비문화를 창출하며 경제 성장을 주도해왔다 .

베트남의 마케팅시장 역시 e비즈니스 생태계와 맞물려 디지털 중심으로 빠르게 성장해왔고 이런 시장환경을 조성한 것 역시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다.

특히 베트남 시장 경제가 공급자 우위에서 소비자 우위로 빠르게 전환되면서 새로운 소비문화를 창출하고 경제성장을 주도하는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의 중요성이 더욱 커져가고 있다.

정부 주도하에 베트남을 향한 기회의 항구가 열렸다면, 이제는 국내 기업들이 성공을 향한 현지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의 마음을 열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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