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 경쟁과 불신이 금융의 완결성을 해친다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18.04.19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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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중철 한국재무평가연구원 원장.


흔히 역발상 전략이나 거꾸로 전략이라고 하는 컨트래리언(contrarian) 전략은 다수의 생각과 반대되는 방향으로 행동하는 것을 말한다. 대세를 따라가서는 남과 같을 수는 있으나 절대로 남보다 앞설 수는 없다. 그래서 거꾸로 전략은 남보다 앞서려는 행동원리가 기반인 자유경쟁체제에서 찾아낸 경쟁에서 이기기 위한 전략인 것이다. 그러나 결과가 좋으면 대중을 거스르는 ‘용기’라는 찬사를 받지만, 결과가 좋지 않으면 청개구리 ‘심보’라는 비난을 받게 된다.

경제적인 관점에서 다수의 생각이란 흔히 시장이 움직이는 방향을 의미한다. 정치적인 관점에서는 여론 조사나 투표를 통해 나타난 컨센서스일 것이다. 시장의 움직임에서 나타나는 다수의 생각이나 여론 조사를 통한 컨센서스를 거스르는 전략의 결과에 대해서는 전적으로 그런 행위를 한 사람의 책임으로 돌릴 수 있다. 시장이나 컨센서스에서 나타난 의견은 누군가가 의도적으로 만든 것이 아니므로 그것을 신뢰할지 말지는 전적으로 개인에게 달려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다수의 생각이라는 것이 정부의 정책 방향이거나, 조직 내에서 제시하는 지침인 경우에는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이 경우에는 다수의 ‘생각’이라기보다는 다수가 행동해야 할 ‘지침’이라는 것이 더 적절한 표현이기는 하다.

우리는 정부의 많은 지침이 어떤 결과를 초래했는지를 체득하고 있다. 정부가 주택가격의 안정화를 위해 내 놓은 정책이 어떤 결과로 나타났는지, 금융위기 시에 우리나라는 문제가 없다는 발표 이후 어떤 결과로 나타났는지. 그런 발표의 확신 정도에 비례해서 실제로는 그 반대 방향으로 더 크게 움직였었다. 특히 정책 초기에는 정책에 순응하는 것 보다는 정책에 반하는 행위가 보상을 받으며 어떤 벌칙도 거의 받지 않았었다.

금융시장은 다른 어떤 시장보다도 시스템적으로나 도덕적으로나 완결성이 요구된다. 금융 상품은 그것을 만드는 데 많은 비용이 들지 않으며 단번에 대규모로 거래될 수 있기 때문에 엄청난 파괴력을 지니기 때문이다. 또한 금융시장만이 아니라 모든 경제활동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각국에서는 금융에 관한 정책기구나 감독기구를 별도로 두고 있고, 2007년의 금융위기 이후 그 역할도 더욱 강화하고 있다.

그럼에도 우리나라는 금융 제도나 금융 정책에서 예측성이나 신뢰성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예고된 제도가 몇 년씩 미뤄지고 있고, 어떤 때는 갑자기 새로운 저축상품인 양 포장해서 업적을 만든다. 예고된 제도에 미리 준비한 사람은 집행한 비용을 언제 회수할지 알 수가 없고, 실제 금융소비자는 새로운 상품에 차별성을 거의 느끼지도 않는다.

이런 식으로 오랫동안 쌓인 불신과 어떤 식으로든 종국에 이긴 자만이 우대받는 체제가 금융의 완결성을 해치고 있다. 신뢰 회복을 위해서는 ‘한건’주의로 갑자기 제도를 만들거나, 일단 확정적인 듯 발표부터 하는 관행을 없애야 한다.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자화자찬으로 부풀리는 행위도 없어야 한다. 또한 규칙을 지키지 않아서 부담하는 벌칙보다 교묘하게 피했을 때 보는 이익이 훨씬 큰 보상과 벌칙의 불균형이 해소되어야 한다. 그런 환경이 조성되고 그런 원리를 금융 시장 참여자 모두가 인정할 때 신뢰가 확보되고 금융의 완결성이 만들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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