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 분쟁으로 번진 'ZTE' 사태, 삼성·LG 반등기회 될까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18.04.19 17:14
ZTE BLADE V9

▲중국 통신기업 ZTE가 7년간 미국에서 제조된 제품을 구입하지 못하게 됐다. 이로 인해 퀄컴 칩셋 사용이 어려워졌고, 성장하고 있던 북미 시장 점유율은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ZTE)

[에너지경제신문 이상훈 기자] 미국 상무부가 앞으로 7년 동안 미국 회사들이 중국 ZTE에 부품과 소프트웨어를 팔지 못하도록 금지시킨 데 이어 FCC(미국연방통신위원회)도 자국 통신망 보안에 위협이 되는 중국 화웨이와 ZTE의 장비·서비스 구매를 금지하는 규정을 통과시켰다. ZTE는 지난해 미국의 재화와 기술을 불법적으로 이란에 선적하는 등 제재를 위반해 11억 9000만 달러의 벌금을 부과 받았다. 당시 미국 상무부는 제재 위반에 가담한 ZTE 직원 35명에게 상여금 삭감 또는 견책 조치를 취할 것을 지시했지만, ZTE가 오히려 이들에게 보너스를 지급하자 추가 제재를 가한 것이다.

19일 월스트리트저널 등 외신에 따르면 이번 조치로 ZTE는 2025년 3월 13일까지 약 7년간 미국에서 제조된 제품을 구입하지 못하게 됐다. 이에 따라 스마트폰 매출 비중이 큰 ZTE는 세계 최대 모바일 칩셋 제조사인 퀄컴의 스냅드래곤 칩셋 사용도 금지됐다. 미국 정부가 중국산 통신장비의 백도어(Backdoor, 인증되지 않은 사용자가 컴퓨터의 기능을 무단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컴퓨터에 몰래 설치한 통신 연결 기능) 문제를 제기한 데 이어 ZTE에 대해 추가 제재를 가하면서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의 강자인 ZTE의 성장은 한동안 멈추게 됐다.

◇ ZTE의 위기, 삼성전자·LG전자에는 기회

현재 ZTE는 북미 시장에서 삼성전자, 애플, LG전자에 이은 4위 업체지만 2015년 7.2%, 2016년 8.7%, 2017년 9.7%로 꾸준히 점유율을 높이고 있었다. 유독 북미 시장에서 강세를 보이는 LG전자로서는 4위 ZTE의 맹추격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는데, 이번 조치로 경쟁자의 추격을 따돌릴 수 있게 됐다.

삼성전자도 반사이익이 기대된다. 퀄컴의 스냅드래곤 칩셋은 스마트폰의 두뇌 역할을 하는 프로세서다. 이를 사용할 수 없게 되면 가장 가까운 대안이 삼성전자의 ‘엑시노스’ 칩셋이다. 엑시노스는 삼성전자의 갤럭시 스마트폰에 사용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역에 따라 북미와 중국 등에 출시되는 제품에는 스냅드래곤을, 국내와 유럽에 사용되는 갤럭시에 엑시노스를 사용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인 IDC에 따르면 ZTE는 지난해 안드로이드 기반 스마트폰 4640만대를 출하했다. 이들 중 상당수에 퀄컴 대신 삼성전자의 엑시노스 프로세서가 사용될 경우 삼성전자에는 큰 호재가 될 전망이다. 아울러 북미 시장에서 ZTE 수요 일부가 갤럭시로 옮겨갈 것으로 기대된다.

◇ ZTE 매출비중 큰 퀄컴도 피해자

한편 ZTE에 대한 미국 상무부의 조치는 퀄컴에도 손실이 된다. ZTE 스마트폰의 60% 이상이 퀄컴 프로세서를 탑재하는 것으로 알려진 만큼, 퀄컴의 영업손실도 수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이 밖에도 퀄컴은 네덜란드 차량용 반도체 업체 ‘NXP반도체’ 인수도 어려움에 처하게 됐다. 외신에 따르면 중국 상무부는 퀄컴의 NXP반도체 인수 승인을 미루고 있다. 해당 인수를 성사시키기 위해서는 주요 국가들로부터 반독점 승인을 받아야 하는데 9개 국가 중 중국 한 곳만 인수 승인을 미루고 있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중국의 입장에 따라 자칫 퀄컴의 NXP반도체 인수가 무산될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중국이 미국-중국 간 무역분쟁에서 인수 승인을 협상 카드로 사용하려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래저래 미국-중국 무역분쟁으로 비화된 퀄컴-ZTE 문제는 삼성전자와 LG전자에게는 기회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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