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
[에너지경제신문 류세나 기자]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내달 10일 삼성을 비롯해 현대자동차, SK 등 재계 CEO들을 만납니다.
작년 6월 김 위원장 취임 이후 세 번째 회동인데, 처음엔 삼성·현대차·SK·LG 등 4대 그룹, 그 다음엔 롯데를 더한 5대 그룹, 이번엔 범위를 두 배로 늘려 GS·한화·현대중공업·신세계·두산 등 10대 그룹을 만날 예정입니다.
그가 취임 이후부터 줄곧 재벌기업들의 자발적 지배구조 개혁을 강조했다는 점은 이미 주지된 사실입니다. 또 그의 뜻에 따라 철옹성처럼 여겨졌던 현대차는 물론 삼성까지도 김상조식(式) 변화의 물결 막차에 올라탔죠. 지배구조 개선과 더불어 상생, 일자리 창출도 함께 약속했습니다.
각 기업들의 ‘진짜 속내’가 어떤지 속속들이 확인할 수는 없지만 어쨌든 김 위원장은 ‘그룹 수장들도 과거의 기업 지배구조가 더 이상 유지되기 힘들다는 점에 공감하고, 나아가 변화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었기에 나온 결과’였다고 평가했습니다.
창업 1·2세대들은 ‘앙트레프레너(혁신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사람)’로 평가받기에 충분하지만, 3세대의 경우엔 얘기가 달라진다는 논리죠.
김 위원장의 말도 일견 일리가 있습니다. 창업 1세대가 무에서 유를 만들어냈다면, 2세는 도약을 통해 기업을 크게 성장시켰습니다. 그런데 일감 몰아주기, 순환출자 등으로 부의 세습이 가능한 현재의 구조에선 제아무리 경영능력이 뛰어난 오너 3세라고 하더라도 제대로된 평가를 받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보다 직설적으로 말하자면, ‘아비 잘 만난 다이아몬드수저, 금수저’라는 꼬리표를 달고 있는 이상 실력도 ‘금력(金力)’으로 치부될 수 있다는 것이죠. 이러한 이유로 오너 3세 경영체제를 맞은 지금이 바로 재벌개혁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것입니다.
이미 재계 기득권층에도 사회의 요구에 부응하지 않고서는 현재의 지위를 유지하기 어렵다는 인식이 조금씩 확산하고 있습니다. 이번 지배구조 개편에서 화두가 됐던 ‘정공법’ 역시 사회적 요구에 화답한 결정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들의 근심은 여전합니다. 김상조 위원장과의 세 번째 간담회 대상이 늘어난 만큼 이전보다 수위는 낮더라도 보다 폭넓은 새로운 요구가 있을 것이란 우려 때문입니다. 벌써부터 한숨소리가 담장 밖을 넘습니다.
김 위원장이 이달 초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번 재계와의 만남을 통해 지속가능한 기업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방안을 찾겠다고 언급한 것도 부담입니다. 또 김 위원장이 올 하반기 제출한 공정거래법 전면 개정안에 담길 내용들도 구상중이라는데, 여기에도 적잖은 뼈를 깎는 고통이 수반될 것이란 추측들도 나오고 있습니다.
지금 공정위 김상조호(號)에게 필요한 건 ‘소통’인 것으로 보입니다. 김 위원장 취임 이후 그간 갑을관계 개선, 재벌개혁 등 성과도 명확하지만, 앞으론 데드라인을 정해두고 그때까지 알아서 납작 엎드리라는 상명하복식의 개혁추진은 지양해야 할 것입니다. 집권 초반 불도저식 리더십은 강력한 추진력을 얻는 데엔 확실히 효과적입니다. 그러나 종국엔 어떻게 될지 우리는 이미 모두 알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