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민의 눈] 지방은행, 이제는 숨 고를 때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18.04.25 17:52

금융증권부 이유민 기자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올 한 해 동안 주요 지방은행이 출시한 예금·적금·펀드·카드 등 신상품은 43개에 달한다. 지방은행 한 곳당 8.6개의 신상품을 출시한 꼴이며, 1월부터 4월까지 4달간 한 달에 2개 이상의 상품이 출시된 셈이다.

같은 기간 주요 시중은행이 출시한 신상품은 총 22개였다. 은행 한 곳당 4.4개 수준이며 이는 지방은행 신상품 출시 개수에 절반에 해당한다.

기자는 지방은행 5곳과 시중은행 5곳의 신상품을 집계했다. 지방은행은 부산은행, 경남은행, 전북은행, 광주은행, 대구은행을, 시중은행은 신한은행, 국민은행, 우리은행, 하나은행, 농협은행을 대상으로 조사했다.

또 지방은행은 지역색에 맞춘 사회공헌 활동을 통해 지역민들에게 가까이 다가가곤 했다. 올해에만 부산은행은 부산지역 문화 예술 활성화를 위해 부산문화재단에 2억5000만원을 지원했으며 전북 지역 아동들을 위한 전북은행의 ‘JB희망의 공부방’은 69호 개점까지 진행됐다.

시중은행이 게으르다는 지적은 아니다. 이미 상당 수준의 고객 확보가 이뤄져 현상 유지에 머물러 있는 시중은행과 비교했을 때 지방은행은 조금 더 역동적이고 도전적인 모습을 보였다. 고객의 눈으로 바라본 지방은행은 그들이 가진 지역적 한계를 타파하기 위해 금융권 그 어느 곳보다 다양한 활동을 진행하며 많은 고객에게서 호감을 얻었다.

최근 브랜드 가치를 형성하고 고객에게 친숙한 이미지를 위한 활동을 별여온 지방은행의 노력이 한순간에 무너졌다. 올 초부터 채용 비리 이슈로 인해 여론의 뭇매를 맞은 것이다. 지역민들과 쌓아온 신뢰도 역시 타격이 없을 리 만무하다.

특히 채용비리 사건을 시작으로 정면으로 타격을 맞은 곳이 DGB금융지주다. 채용 비리 사건 전부터 업무상 횡령 혐의와 비자금 조성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던 박인규 DGB금융지주 회장 겸 대구은행장이 사임 의사를 표명했다. 박인규 회장은 "일련의 사태에 대해 모든 책임을 통감하고 주주와 고객, 임직원 여러분들에게 심려를 끼쳐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는 내용의 사과문을 발표했다. 하지만 사과문은 너무 무미건조했고, 지방은행과 장기간 거래해온 지역민들에게 다시 한 번 믿음을 주기엔 역부족이었다.

광주은행과 부산은행 역시 마찬가지다. 채용비리 의혹 제기와 동시에 재빠른 사과를 했고 현직 은행장과는 관련이 없는 과거의 일이라는 이유로 전·현직 임직원 꼬리 자르기에서 일단락되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다. 고객들이 원하던 속 시원한 사건 재발 대책 마련이 아닌 구렁이 담 넘어가듯 사과문 하나로 채용 비리 의혹을 덮어버렸다.

DGB금융은 새로운 지주 회장과 대구은행장 선출을 앞두고 있다. 응시자의 면접 점수를 조작한 광주은행의 중간관리자 2명이 구속당했으며 BNK금융의 성세환 전 회장이 불구속으로 기소됐다. 지방은행 채용비리 사건이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지금, 숨 가쁘게 뛰어왔던 지방은행이 잠깐 멈춰 숨을 고르며 내부 정비에 힘써야 할 때다.


이유민 기자 yumin@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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