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곡물시장 지각 변동…中, 미국산 대두 수입 27% 급감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18.04.25 12:02

▲미국 펜실베니아 주 볼란에 위치한 디어필드 농장 서비스 공장에 대두 한 바구니. (사진=AP/연합)


[에너지경제신문 한상희 기자] 세계 최대 경제대국인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으로 중국의 미국산 대두(메주콩) 수입이 격감하며 세계 곡물 거래의 지형이 급변할 조짐이다.

25일 중국 해관총서에 따르면 지난 3월 중국의 미국산 대두 수입량은 310만톤으로 전년보다 27% 급감한 반면 브라질산 대두는 233만톤으로 33%, 러시아산 대두는 15만톤으로 두배 증가했다.

대두와 함께 중국에서 가축사료로 쓰이는 채종박(유채에서 기름을 짜고 남은 깻묵)의 3월 캐나다산 수입량도 전년 같은 기간보다 122% 늘어난 10만8000톤에 달했다.

중국은 지난 4일 미국의 중국산 기술제품에 대한 고율관세 부과에 맞서 같은 날 대두를 포함한 미국산 제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예고한 바 있다. 중국이 이전부터 미국산 대두 수입량의 조정에 나섰던 것이다.

중국은 미국에서 생산되는 대두의 3분의 1을 수입해왔다. 지난해 미국산 대두 3200만톤을 수입했으며, 금액으로는 140억 달러(한화 15조 976억 원)에 달했다.

중국의 반덤핑 관세 부과 대상이 된 미국산 수수의 3월 수입량도 격감했다. 중국에서 가축 사료나 술 원료로 쓰이는 미국산 수수의 지난달 수입량은 전년보다 21% 감소한 56만6000톤에 그쳤다. 미국에서 수출되는 수수의 75% 이상이 중국으로 향하는데 지난해 중국의 미국산 수수 수입액은 10억달러(1조948억원)에 달했다.

중국의 미국산 곡물 수입 축소가 미국에만 타격을 가하는 것은 아니다. 중국에도 악영향을 미칠 소지가 있으며 세계 곡물시장 판도에 복잡한 변화가 이어질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3월 수출입 통계처럼 중국이 미국산 대두 수입을 줄이고 브라질산을 더 들여올 경우 브라질 의존도가 높아지고 거래 주도권을 잡은 브라질이 대두 수출 가격을 올리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가격이 오른 브라질산 수입을 계속 늘리기에는 중국도 부담이고, 중국내 수요를 충족하기에도 충분치 않다. 미국 경제방송 CNBC는 중국의 보복관세 발표 후 시카고 선물시장에서 미국산 대두를 대체할 수 있는 브라질산의 가격이 200% 상승했다며 중국이 브라질산 수입을 늘릴 경우 올 가을이나 12월께면 수출 물량이 바닥날 것으로 예상했다.

미국도 중국의 대두 공세를 방치하고 있지만은 않다. 대중국 수출이 줄자 다른 거래처 확보를 위한 움직임을 보인다. 미국 농무부(USDA)는 중국의 보복관세 품목 발표 직후인 지난 6일 45만8000톤 규모의 미국산 대두를 신원을 공개할 수 없는 수입업자에 공급했다고 밝힌 바 있다. 곡물시장 애널리스트들은 네덜란드와 독일을 포함한 유럽의 곡물가공 업체들이 미국산 대두를 사들였을 것이라고 전했다.

중국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표밭’을 겨냥해 미국 중서부 농업주(州)에서 생산되는 대두를 보복관세 품목에 포함한 것이 나비효과처럼 전체 시장에 파고를 일으키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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