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에서 남으로...이젠 '남에서 북으로' 에너지 흐른다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18.04.25 16:39

해방 이전 북에서 남으로 에너지 공급
분단이후 에너지 기근 시달려
교류 본격화 신호탄 회담 주목

▲인공위성으로 촬영한 한반도의 밤. 남한은 불빛이 가득한데 북한은 어둠에 잠겨 있다.(사진=NASA)


[에너지경제신문 전지성 기자]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남북의 에너지협력에 대한 기대감이 부풀고 있다. 에너지 협력은 가장 시급하면서도 이른 시일 내에 구체화되고, 가시적 성과가 나올 수 있는 분야이다. 남북한의 에너지 역사도 분단과 함께 흘러왔다.

해방 이전에는 북에서 남으로 에너지가 공급됐다. 분단이 되면서 남한은 한동안 에너지 기근에 시달린 바 있다. 물론 현재는 남한과 북한의 에너지 사정은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이다. 한반도의 야경을 촬영한 인공위성 사진은 분단 이후 두 국가의 에너지 현실을 보여주는 상징이 됐다. 이제 역으로 남쪽에 치중됐던 에너지가 도로, 철도, 건설 등 남북교류 본격화로 북쪽으로 향할지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북한은 남북·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그동안 고수해왔던 ‘핵-경제 병진노선’ 대신 ‘경제 총력 노선’을 선포했다.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라는 카드를 꺼냈다.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국제평화와 경제발전에 대한 진정성을 드러내 우리나라를 포함한 국제 사회의 적극적 지원을 끌어내겠다는 복안으로 풀이된다.

▲자료=통계청


북한의 에너지 사정은 동구권이 붕괴된 1990년 초 이래 날로 악화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25일 통계청이 발표한 ‘주요 남북한 지표’를 보면 2016년 기준 북한의 연간 발전설비 용량은 7661㎿로 우리나라의 10만5866㎿로 14분의 1 수준이다. 실제 발전량은 이보다 적다. 북한의 연간 발전량은 2390GWh로 남한의 5만440GWh 대비 23분의 1에 그쳤다. 남북간 경제협력이 본격화되면 전력·에너지 업계가 수혜를 입을 것이란 기대감이 큰 이유다.


◇ 파이프라인, 동북아 슈퍼그리드, 신재생에너지 등 협력 가능성 무궁무진


전문가들은 이번 정상회담에서 핵 폐기와 비핵화 등 실질적 성과가 나오면 에너지 분야 협력 역시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북한의 최우선 과제는 고질적인 전력난 극복이다. 북한 당국도 에너지 지원과 협력 없이는 경제발전이 없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남북정상회담 이후 남북의 에너지협력의 1순위는 2016년 2월 중단된 개성공단 재가동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주창하고 있는 ‘한반도 신 경제제도’에 대한 청사진도 제시될 것으로 보인다. 한반도 신경제지도는 금강산, 원산-단천, 청진-나선을 남북이 공동개발한 뒤 동해안과 러시아를 연결해 동해권을 ‘에너지-자원벨트’로 구축한다는 계획을 말한다. 그 일환으로 PNG(Pipeline Natural Gas) 연결과 동북아 슈퍼그리드 사업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거대 전력망이나 발전소 건설보다 태양광, 풍력, 바이오매스 등 신재생에너지를 활용한 소형, 분산형 발전소 건설 방안도 나오고 있다.


◇ 북한 이중행보로 수차례 에너지 협력 무산

한편 남북 에너지 협력 사업의 가장 큰 장애물은 북한의 이중 행보에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북한의 핵확산 금지조약(NPT) 탈퇴로 본격화된 1차 북핵 위기는 1994년 북미 간 제네바 합의로 일단락됐지만 남북 에너지 협력도 무산됐다.

제네바 합의는 북한의 핵 동결 조치 대가로 200만㎾의 전기를 생산할 수 있는 한국형 경수로 2기를 건설해 주고 완공 때까지 미국이 매년 중유 50만톤을 공급한다는 게 주요 골자였다. 이에 따라 1995년 3월 한국을 비롯해 미국, 일본과 유럽연합(EU)이 참여한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가 공식 출범했다. 이후 KEDO와 한국전력은 1000㎿ 경수로 2기를 시공하는 주계약을 맺었다. 북한이 2001년 9월 건설 허가를 내주고 본관 기초 굴착공사가 본격 시작됐다.

2002년 10월 미국이 북한의 고농축우라늄(HEU) 프로그램 의혹을 제기하면서 경수로 사업에 차질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이후 북핵 위기로 이어졌다. 같은 해 11월 대북 중유공급 중단과 경수로 사업 재검토가 결정됐다. 이듬해 4월과 8월 3자·6자 회담이 잇따라 열렸는데 성과는 없었다.

2003년 11월에는 1년 동안 사업을 일시 중단했다. 북핵 해결을 위해 노력했는데 별 진전 없이 2004년 11월 경수로 사업 중단 조치가 1년 더 연장됐다. 이후에도 별다른 진척이 없었다. 결국 KEDO는 2006년 6월1일 북한 함경남도 금호지구(신포) 경수로사업을 공식 종료했다. KEDO와 북한간 경수로공급협정이 체결된 지 10년6개월 만이다. 공정률은 34%에 불과했다.

당시 한국은 11억3700만 달러, 일본은 4억700만달러, EU는 1800만달러의 경수로 공사비를 투입했다. 미국은 북한에 중유를 제공했다. 한국형경수로 사업은 2002년 10월 미국의 제임스 켈리 당시 미 국무부 동아태 담당 차관보가 특사자격으로 방북해 고농축우라늄(HEU) 의혹을 제기하자 북한이 이를 시인하면서 최종 무산됐다. 북한의 이중 행보로 에너지 협력이 무산된 또 다른 사례에 해당된다.

남북, 북미정상회담에서 협상이 순조롭게 진행되면 북한은 전력 지원과 협력을 요청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북한의 완전하고 철저한 비핵화 약속 이행 없이는 에너지 지원과 협력은 요원할 것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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