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경제
최아름_수첩
[에너지경제신문 최아름 기자] 봉준호 감독의 영화 ‘설국열차’에서 남궁민수는 앞으로만 전진하려는 주인공에게 "매일 닫혀있어서 그렇지 저것도 사실 문이야"라는 말을 한다. 달리는 열차에서 내릴 수 있는 문은 오랫동안 닫혀있었기에 승객들은 그 문을 열 수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 문은 닫은 채 놔두면 벽이 된다.

영화 속이 아닌 10여 년 전에도 그런 문이 있었다. 새로운 아파트 단지가 생긴 이후 ‘외부인’의 침입을 막기 위해 단지 내에 만들어졌던 철문이 폐쇄됐기 때문이다. 아파트 입주민들이 그 철문에 자물쇠를 단 이후 그것이 다시 열리는 일은 볼 수 없었다. 10년 전에도 아파트 내부를 통행하는 외부인에 대한 반감과 불편함으로 발생하는 외부인 통행금지에 대한 문제가 끊임없이 발생했다.

다산신도시의 택배 대란은 사실 처음 발생한 문제가 아니다. 아파트 내부를 통행하는 외부인에 대한 반감과 그간 형성된 아파트의 폐쇄적 특수성이 다른 형태로 재현된 것뿐이다. 다산신도시만의 문제라고도 볼 수 없다. 서초구에 있는 아크로 리버파크 역시 애초 층수를 기준보다 높이는 대가로 내부 문화시설 등 커뮤니티 개방을 약속했다. 그러나 입주민들이 외부인 통행으로 인한 안전문제 등을 제기하면서 커뮤니티 개방을 할 수 없다는 결정을 내렸다. 서초구청이 강제 이행금을 물리겠다는 방침을 내놓자 그제야 아크로 리버파크의 커뮤니티는 일정 금액을 받고 아파트 외부인이 이용할 수 있는 시설이 됐다.

층수를 높이기 위해 커뮤니티 시설을 개방을 약속한 단지가 늘어날수록 문을 벽으로 쓰고 싶어 하는 입주민들과 외부의 갈등이 끊이지 않게 될 것이다. 정부가 개입해 강제이행금을 물리거나 이번과 같이 실버 택배 등의 대안을 내놓는 것은 항상 사후대책이 될 뿐이다. 외부를 향한 아파트의 문이 닫힐수록 ‘품격’이 올라가는 현상에 의문을 품을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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