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경협주는 ‘대박’… 통일펀드는 ‘쪽박’?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18.04.26 15:15

하이는 펀드 '청산', 신영은 종목 교체로 '승부수'
"통일펀드는 20~30년 보고 투자하는 펀드

▲(자료=KG제로인, 4월 25일 기준)


[에너지경제신문 이민지 기자] 남북정상회담을 하루 앞둔 가운데 남북경협 관련주가 연일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정상회담에서 경제 협력에 관한 구체적인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찌감치 통일 관련 수혜주를 담아 출시한 ‘통일펀드’에는 기대만큼 설정액이 늘지 않는 모양새다.

26일 펀드평가사 KG제로인에 따르면 신영자산운용과 하이자산운용이 출시한 통일펀드에서 연초 이후 모두 30억원의 자금이 이탈한 것으로 집계됐다. 통일펀드는 신용자산운용이 3개, 하이자산운용은 1개 운용하고 있다. 가장 많은 자금이 이탈한 펀드는 ‘신영마라톤통일코리아자’로 지난해 44억원, 연초 이후 4개월 동안 31억원의 자금이 빠져나간 것으로 추산됐다.

통일펀드는 2014년 박근혜 전 대통령이 독일 드레스덴 연설에서 "통일은 대박"을 언급하자 운용업계가 관련 종목을 담아 출시한 상품이다. 그러나 남북관계 악화로 좀처럼 설정액이 늘지않자 일부 운용사들은 펀드를 청산하거나 자금을 다른 펀드로 옮겼다. 설정액 50억 미만의 펀드는 금융당국이 지정하는 소규모 펀드 청산대상으로 분류된다.

하이자산운용도 ‘하이코리아통일르네상스’ 펀드를 연내 청산할 계획이다. 해당펀드의 설정액은 17억원 수준이다. 아직까지 통일펀드를 없앨지 아니면 다른 펀드와 합칠지는 결정하지 않았다. 하반기 초까지는 펀드 청산 계획을 확정할 방침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새로운 펀드를 출시하기 위해 청산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반면 업계 최초로 통일 펀드를 출시한 신영자산운용은 밀고 나가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2∼3년간 같은 종목을 담았던 만큼 일부 종목을 교체해 수익률을 높일 계획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최근 사회 환경과 테마적으로 잘 맞고, 앞으로 더 긍정적일 것으로 본다"며 "장기적으로 수혜를 입을 수 있는 가치주들 포트폴리오에 담아 투자하기 때문에 지금 증시 상황과는 차이가 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이 펀드에는 삼성전자, SK, 영풍, 포스코, KB금융, LS 등이 담겨있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남북경협 수혜주와 통일펀드는 차이를 둬야 한다고 말했다. 통일펀드는 20∼30년을 보고 들어가는 것이기 때문에 기대감만으로 오르는 지금의 남북 경협주와 다르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금의 남북 경협을 테마로 급등하는 종목은 수급만으로 오름세를 보이고 있는 상황"이라며 "펀드 포트폴리오 안에 있는 종목들은 실질적으로 통일을 일으켜 기업들이 실질적으로 경제활동을 했을 때 수혜가 전망되는 기업들"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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