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7월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 상춘재에 주요 기업인들을 초청해 가진 ‘주요 기업인과의 호프미팅’ 현장. (사진=연합) |
[에너지경제신문 류세나 기자] 정부가 집중투표제 의무화 등을 골자로 한 상법개정안을 5년 만에 재추진하면서 경제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소액주주 권리 강화를 통해 재벌기업들의 지배구조를 개선하려는 취지는 이해하지만, 경영권 방어를 어렵게 만들어 결국 해외 '기업사냥꾼'들에 우리 기업들을 내주는 역효과를 낼 위험 때문이다. 실제 이미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가 우리 정부의 의도를 간파하고 현대자동차그룹에 집중투표제 도입을 요구하는 등 우려가 현실화하고 있다.
26일 정치권과 재계에 따르면 최근 법무부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집중투표제, 감사위원 분리선출제, 다중대표소송제 등에 찬성하는 내용의 상법 개정안 관련 검토 의견 보고서를 제출했다. 그러나 기업 전문가들은 이 같은 상법개정안이 시행되면 한국 기업에 외국 투기자본 인사들이 들어오는 것을 피하기 어렵다고 우려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소액주주 의결권 강화를 목적으로 하는 집중투표제와 감사위원 분리선출제 등은 당초 취지와 달리 외국계 해지펀드가 기업의 경영권을 빼앗는 부작용을 야기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재계 한 관계자는 "정부의 압박과 외국계 헤지펀드의 기업 흔들기로 경제계 전체가 흔들리고 있다"며 "선진국들은 부작용이 많은 집중투표제를 없애고 있는 판에 시대 흐름에 역행하는 탁상공론"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관계자 역시 "상법에 집중투표제 등이 포함될 경우 국내 경제산업에 절대적 영향을 미치는 대기업의 경영권이 위태로워질 수 있다"면서 "보다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실제 한국경제연구원이 10대 기업을 상대로 집중투표제·감사위원 분리선출제를 가상 적용한 결과 국내 10대 대기업 중 4곳, 감사위원 분리선출제가 도입될 때에는 10곳 중 6곳에 해지펀드 측 인사가 이사 및 감사위원에 선임될 수 있는 결론이 나왔다.
이 연구원이 세계 주요 국가의 상법을 분석한 ‘상법 개정안 제도 국제비교’ 보고서를 봐도 정부가 추진중인 상법개정안은 대부분의 선진국엔 없거나 러시아, 멕시코, 칠레 등 일부 국가만 도입하고 있다. 특히 감사위원 분리선출제는 세계 어느 나라에도 입법사례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중대표소송제 역시 사정은 비슷하다. 이 제도를 입법화해 의무화하고 있는 곳은 일본 밖에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경제연구원 유정주 기업혁신팀장은 "세계적으로 집중투표제를 의무적으로 적용하고 있는 국가의 거의 없고, 지금도 필요하다면 정관변경을 통해 자율적으로 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이어 "법무부 안대로 상법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한국은 해외 투기자본의 놀이터가 될 공산이 크다"면서 "지금도 엘리엇이 현대차 지분 1%만으로 회사를 흔들고 있는데, 이번 개정안은 마치 우리 기업을 마음대로 하라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