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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소련 시절의 전설적인 록스타인 고(故) 빅토르 최의 젊은 시절을 조명한 영화 ‘레토’(Leto·여름)포스터.


[에너지경제신문 한상희 기자] 옛 소련 시절의 전설적인 록스타인 고(故) 빅토르 최의 젊은 시절을 조명한 영화를 만든 러시아 감독이 가택연금 탓에 칸 영화제에 초청받고도 레드카펫을 밟지 못했다.

영국 일간지 더타임스는 10일(현지시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가택연금 중인 키릴 세레브렌니코프 감독이 칸 영화제에 참석할 수 있게 일시 가택연금을 풀어달라는 프랑스 정부의 요청을 거절했다고 보도했다.

프랑스 정부는 지난 9일 칸 영화제 주최 측을 대신해 푸틴 대통령에게 가택연금 해제를 요청하는 서한을 보냈다.

그러나 푸틴 대통령은 "칸 영화제를 돕고 싶지만 러시아 사법은 독립적"이라면서 특별한 도움을 줄 수 없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세레브렌니코프 감독은 빅토르 최의 젊은 시절 이야기를 담은 영화 ‘레토’(Leto·여름)‘로 제71회 칸 국제영화제 공식 경쟁 부분에 초청됐다.

1962년 카자흐스탄 출신 고려인 2세 아버지와 러시아인 어머니 사이에서 난 빅토르 최는 19세 때인 1981년 록 그룹 ’키노‘(Kino)를 결성, 러시아 젊은이들 사이에서 폭발적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1990년 8월 순회공연 도중 불의의 교통사고를 당해 28세의 나이로 요절했다.

세레브렌니코프 감독이 만든 이번 영화에서는 한국인 배우 유태오(37)가 빅토르 최 역을 맡아 눈길을 끌었다.

세레브렌니코프 감독은 연극·오페라·발레·영화 등 다양한 장르의 예술 작품을 넘나드는 연출가로 활동했다. 러시아 사회의 부패와 권위주의 등에 대담하게 도전하면서 보수 성향 인사들로부터 ’반체제 인사‘로 낙인찍혔다.

작년 8월에는 정부의 지원을 받은 문화·예술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6800만 루블(한화 약 13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체포돼 현재 가택연금 상태로 재판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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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태오(왼쪽에서 3번째) 등 ’레토‘ 출연 배우들은 9일(현지시간) 칸 영화제 레드카펫을 밟고 ’키릴 세레브렌니코프‘라고 쓰인 손팻말을 들어 보이는 항의성 퍼포먼스를 벌였다. (사진=AP/연합)



유태오 등 ’레토‘ 출연 배우들은 전날 칸 영화제 레드카펫을 밟고 ’키릴 세레브렌니코프‘라고 쓰인 손팻말을 들어 보이는 항의성 퍼포먼스를 벌였다. 영화제 참석자들은 이에 기립박수를 보냈다.

’레토‘ 제작자인 일리아 스튜어트는 "우리는 친구이자 감독인 그를 수년간 봐왔다"며 "말도 안 되는 이유로 그가 기소됐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영화 ‘레토‘는 1980년대 초반 러시아를 배경으로 빅토르 최의 활동 초기 당시를 그린 작품이다. 러시아 저항의 상징 빅토르 최는 누구일까. 록그룹 키노 멤버로서 변화하는 시대를 대변한 러시아의 국민영웅이다. 1962년 레닌그라드(현재의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고려인 2세 아버지와 러시아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미술학교 시절 우연히 서구 음악을 접하고 밴드를 결성한 그는 1982년 결성한 키노를 통해 일약 스타덤에 오른다. 서구 문화 유입이 막 이루어지고 자유에 대한 열망이 커지고 있던 당시 펑크록 스타일 음악에 문학적인 감수성이 뛰어난 빅토르 최의 가사는 대중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 반전을 노래한 ‘혈액형’ ‘태양이라는 이름의 별’을 비롯해 자신의 생활과 고민을 바탕으로 한 ‘신경안정제’‘나는 보일러공이 되고 싶어’ 등의 대표곡을 남겼다. 최고의 전성기를 맞은 빅토르 최는 1990년 8월 휴가차 들른 라트비아공화국 리가에서 자동차 사고로 요절, 타살설이 제기되기도 했다. 그의 죽음에 충격을 받은 팬들이 따라 자살을 시도했고, 다섯명의 팬이 목숨을 잃었다. 사후 빅토르 재단이 설립되고, 러시아 전역에 그의 이름을 딴 거리가 생겨났다. 한국에서도 1990년대 중반 정지영 감독 연출, 신성우 주연으로 빅토르 최의 삶을 다룬 영화를 만들려고 했으나 불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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