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기아자동차) |
[에너지경제신문=여헌우 기자] 정부의 외환 순거래 내역 공개 결정 이후 수출 의존도가 높은 자동차 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최근 수개월간 원화 가치 상승으로 차를 팔고도 이익을 많이 내지 못한 가운데 환율 불안정성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일각에서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 17일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외환정책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앞으로 6개월마다, 1년 후부터는 3개월마다 외환당국의 외환 순거래 내역을 공개하기로 했다. 우리나라는 그간 외환시장에 정부가 개입한 내역을 공개하지 않아왔다. 미국과 국제통화기금(IMF)이 꾸준히 문제를 제기하자 이에 대한 방안으로 순거래 내역 공개를 결정한 것이다. 순거래 내역은 외환당국의 외환시장 총매수액에서 총매도액을 차감한 것이다.
원화의 위상이 많이 높아져 이번 공개가 오히려 외환정책 투명성을 높이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김동연 부총리는 "외환시장 성숙, 대외 신인도 제고의 계기가 될 것"이라며 "환율은 시장에서 결정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급격한 쏠림이 있을 때 시장안정조치를 한다는 기존 원칙은 변함없다"고 말했다. 미국 금리인상에 속도가 붙고 10년 만기 국채 금리가 3%대를 넘나들면서 달러 강세 분위기가 조성되는 등 외부 환경도 긍정적이다.
다만 산업계에서는 우리 측이 외환시장 위기대응에 문제가 생기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자칫 최악의 상황이 발생하더라도 외환당국의 손발이 묶여 운신의 폭이 좁을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지난달 초에는 외환당국 거래내역 공개 논의 사실이 알려지자마자 이틀 만에 원-달러 환율이 9.3원이나 떨어지기도 했다. 공개 주기가 3개월로 짧아지면 정부 환율 정책 방향이 노출되며 환투기 세력의 공격을 받을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최근 수출 전선에 먹구름이 껴있는 자동차 업계가 긴장하고 있는 배경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우리나라 자동차 수출은 22만 273대로 전년 동월 대비 8% 감소했다. 금액 기준으로는 35억 5000만 달러로 지난해보다 8.6% 줄었다. 한국지엠 사태 등의 여파로 물량 자체가 줄어든 것이다. 원화 강세로 인해 수익성도 크게 악화된 상태다. 현대차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은 6813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5.5% 감소해 반토막 났다. 기아차 역시 같은 기간 영업이익이 3056억 3400만 원으로 20.2% 빠졌다. 통상적으로 우리 수출 기업들이 이익을 내기 위해 꼽는 환율 ‘마지노선’은 1050원이다.
원달러 환율이 10원 떨어지면 현대차의 매출은 1200억 원 가량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시장 경쟁에서도 불리한 처지에 놓일 수밖에 없다. 특히 원화가 강세인 상황에 경쟁 업체인 일본업체들이 엔저 공세를 펼치면 경쟁 환경이 더욱 심각해진다. 현대차와 기아차의 국내 생산 자동차 중 수출 물량 비중은 각각 59%, 66%다. 완성차 업계 한 관계자는 "원화 강세 기조가 이어지면 자동차 회사들이 입는 타격은 상당하다"며 "정부의 외환 순거래 내역 공개가 향후 환율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신경이 곤두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