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 ‘키’ 쥐다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18.05.20 16:42
현대차 양재본사(현대차 제공)

▲(사진=현대자동차그룹)


[에너지경제신문=여헌우 기자] 지배구조 개편을 위해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의 분할합병 작업을 추진하고 있는 현대자동차그룹이 국민연금의 선택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양사 합병을 결정하는 현대모비스 임시 주주총회가 오는 29일로 예정된 가운데 지분 9.83%를 들고 있는 국민연금이 사실상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기 때문이다.

2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세계 양대 의결권 자문사인 ISS와 글래스 루이스는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의 시작점인 현대모비스-현대글로비스 분할합병에 반대표를 행사하라고 주주들에게 최근 권고했다. 합병의 당위성이 부족한데다 그 조건이 현대모비스 주주들에게 불리하다는 이유에서다. 이는 앞서 미국의 행동주의 펀드인 엘리엇이 ‘의심스러운 경영논리’라며 했던 주장과 그 궤를 같이한다. 국내 자문사인 서스틴베스트, 대신기업지배구조연구소도 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안에 반대 의견을 낼 것을 주주들에게 제안했다.

현대모비스 내 현대차그룹 우호지분은 30.1% 수준이다. 기아차 16.88%, 정몽구 회장 6.96%, 현대제철 5.66%, 현대글로비스 0.67% 등이다. 반면 외국인 투자자 지분은 약 48%에 달한다.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간 분할 합병이 성사되려면 의결권 있는 주주가 주총에 3분의 1이상 참석해, 참석 지분의 3분의 2가 찬성해야 한다. 반대 의견을 제안한 자문사들의 보고서에 따라 외국인 투자자들 중 상당수는 반대 의견을 행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단순 계산할 경우 합병안 통과가 힘든 상황. 9.83% 지분을 보유한 국민연금의 표심에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는 이유다.

당장 분위기는 합병안 부결 쪽으로 흐르는 모양새다. 국내 유력 의결권 자문기관인 한국기업지배구조원도 최근 양사 분할 합병안에 반대 의견을 권고했기 때문이다. 국민연금 역시 이 곳에 자문을 받고 있다. 해당 권고를 반드시 따라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앞서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당시 홍역을 치른 전례가 있어 신중하게 움직일 수밖에 없다. 자문기관의 선택과 다른 의견을 낼 경우 소명절차 역시 복잡해진다.

그렇다고 국민연금이 무조건 반대 의견을 행사할 것이라고 예단하기도 힘들다. 국내 자산운용사인 트러스톤자산운용과 키움자산운용은 자문사들의 권고와 달리 현대모비스-현대글로비스 합병을 찬성하기로 했다고 최근 공시했다.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힌 사안인 만큼 모든 주주들이 자문사들의 뜻을 따르지는 않을 것으로 점쳐지는 대목이다. 이들은 현대모비스 지분을 각각 8만 6375주(0.09%), 13만 9652주(0.14%) 들고 있다.

국민연금은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안에 대한 찬반 의결권을 민간전문가들로 구성된 의결권행사전문위원회에 맡기기로 결정했다. 국민연금의 의결권은 기금운용본부의 자체 내부 투자위원회에서 행사하는 게 원칙이다. 다만 기금운용본부가 찬성 또는 반대하기 곤란한 안건은 의결권전문위에 결정을 요청할 수 있다.

현대차그룹 내 계열사 사장단들은 저마다 호소문을 발표하며 지원사격에 나섰다. 이원희 현대차 대표는 "현대차는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에 맞춰 의사결정 구조를 투명화하는 경영구조 개편을 계획하고 있다"며 "이번 지배구조 개편안은 완성차 경쟁력을 강화하면서도 투명하고 선진화된 지배구조로 전환할 수 있는 최적의 방안"이라고 강조했다. 임영득 현대모비스 대표는 "분할합병 관련 평가는 공정하게 이루어졌으며, 모든 주주에게 이익이 되는 결과가 될 것"이라며 "금번 분할합병은 모비스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서 필수적"이라고 호소했다. 정의선 부회장은 현재 미국에 머물며 월가 관계자들 설득에 힘을 쏟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모비스가 추가적인 ‘당근’ 등을 내놓을 가능성도 남았다는 분석이다. 외국인 주주들의 표심을 쉽게 헤아릴 수 없는 만큼 상황을 반전시킬 카드를 한 장 더 꺼낼 수 있다는 것. 현대모비스는 이달 초 6000억 원 상당 자사주 소각, 연감 배당금액의 3분의 1 분기배당 실시, 2025년 영업이익률 10% 달성 등 주주친화정책을 내놨다. 정의선 부회장은 해당 정책 발표 이후 "지금까지 공개된 주주 친화책이 전부는 아니다"며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지속해 나가겠다는 점을 분명히 얘기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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