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
[에너지경제신문=나유라 기자] 평균 수명 증가 등 환경 변화로 육체노동 정년을 기존 60세에서 65세로 봐야 한다는 법원의 판결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항소7부(김은성 부장판사)는 교통사고 피해자 A씨가 전국버스운송사업조합연합회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1심이 정한 배상금에서 280여만원을 연합회가 추가로 지급하라고 판결했다고 22일 밝혔다.
이번 판결은 노동이 가능한 한계 나이를 뜻하는 ‘가동 연한’을 1심이 60세로 본 것과 달리 항소심은 65세로 판단한 데 따른 것이다.
지난 2010년 3월 승용차 운전자 A(당시 29세)씨는 안전지대를 넘어 불법 유턴을 하다가 안전지대를 넘어 달려오던 버스와 충돌했다. 이 사고로 A씨는 장기 파열 등의 상해를 입었다.
2013년 A씨는 해당 버스와 공제계약을 체결한 전국버스운송사업조합연합회를 상대로 3억8000여만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1심은 A씨의 잘못이 사고의 주된 원인이 됐다고 보고 연합회 측 책임을 45%로 제한하고, 연합회가 207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이 배상액은 1989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이후 도시 육체 노동자의 가동 연한을 60세로 본 기존 판례에 따라 산정된 것이다.
이에 A씨는 항소심에서 가동 연한을 65세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고, 항소심 재판부는 A씨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우리나라 평균 수명이 2010년 이르러 남자 77.2세, 여자 84세이고 기능직 공무원과 민간 기업들의 정년 또한 60세로 변경되는 등 가동 연한을 만 60세로 인정한 1990년 전후와는 많은 상황이 달라졌다"고 말했다.
이어 "가동 연한에 대한 과거 법원 입장을 그대로 고수한다면 실제로 경비원이나 공사현장에서 일하는 사람 상당수가 60세 이상인 현실과의 상당한 괴리를 쉽사리 설명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국가에서도 공식적으로는 65세까지는 돈을 벌 능력이 있다고 해 기초연금 지급 대상에서 배제했는데, 사고가 발생했을 때만 가동 능력을 인정하지 않고 60세까지만 가동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은 모순된다고 지적했다.
작년 12월 수원지법 민사항소5부도 가동 연한을 65세로 확대 인정했다. 가사도우미 일을 하던 B(당시 60세)씨는 2013년 11월 경기도 군포시의 한 도로에서 차에 치이는 사고를 당했고, 보험사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60세가 넘은 시점에 사고를 당했지만, 더 일할 수 있었다는 B씨 주장을 받아들이고 65세를 가동 연한으로 판단해 보험사가 69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