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고민 다른 표정’...빨라지는 재계 '세대교체'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18.05.22 14:42

LG그룹 구광모 상무 중심…23년만에 승계
삼성그룹 이재용 체제 굳혔지만 난제 많아
현대차그룹 지배회사 체제 개편 무산 등 삐걱
한화그룹 김동관 한화큐셀 전무 영향력 확대

▲(사진=에너지경제신문DB)


삼성, 현대차, LG 등 주요 기업들의 ‘오너 세대교체’에 속도가 붙고 있다. 구본무 LG그룹 회장이 별세하고 구광모 LG전자 상무가 경영 전면에 나서게 되면서 사실상 5대 그룹 전체가 3·4세 경영 시대로 전환하게 됐다. 재계는 차세대 총수가 안정적으로 그룹을 승계하고 경영 능력을 인정 받아야 한다는 고민을 공통적으로 안게 됐다.

22일 재계에 따르면 LG그룹은 구본무 회장 별세 이후 외아들 구광모 LG전자 상무를 중심으로 한 새로운 시대를 맞는다. 23년만에 이뤄지는 경영권 승계다. ㈜LG는 지난 17일 이사회를 열고 구 상무를 사내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다음달 임시주주총회에 상정키로 했다. 이 작업이 마무리되면 구 상무는 LG그룹의 경영 전면에 나서게 된다.

구 상무가 LG그룹의 경영권을 넘겨받는 데는 큰 걸림돌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LG그룹은 순환출자 고리 없이 지주사 ㈜LG를 통해 자회사·손자회사 들을 거느리고 있다. ㈜LG를 지배하면 그룹 전체를 경영할 수 있는 셈이다. 현재 ㈜LG의 최대주주는 고(故)구본무 회장으로, 전체 지분의 11.28%를 보유하고 있다. 동생인 구본준 부회장은 7.72%를, 구 상무가 6.24%를 갖고 있다. 구 상무가 구 회장 지분을 상속 받으면 단숨에 최대주주로 올라서는 구조다. 구 상무는 최대 1조 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속세와 ㈜LG의 2대 주주이자 구 회장의 동생인 구본준 부회장에게 어떤 계열사를 분리해줄지 등 숙제를 안게 된다.

삼성그룹은 이재용 부회장 체제를 탄탄하게 구축해나가고 있다. 삼성생명공익재단은 지난 18일 이사회를 열고 이 부회장의 이사장직을 연임하기로 결정했다. 이 부회장은 창업주인 고(故) 이병철 회장과 이건희 회장에 이어 지난 2015년 5월 재단 이사장에 올랐다. 3년간 더 이 자리를 맡게 되면서 상징적인 의미에서 그룹 경영권 승계 구도를 재확인했다는 게 재계의 평가다.

승계는 사실상 마무리됐지만 그룹 경영은 크고 작은 난관을 마주하고 있다. 우선 이 부회장이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삼은 바이오산업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 의혹으로 번지며 한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상황에 빠졌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 사건에 연루돼 재판을 받고 있고, 엘리엇 등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문제를 다시 들고 나와 들쑤시고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금산분리 문제로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을 처분해야 하지만, 이를 해결하지 못해 순환출자 고리를 완전히 제거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골칫거리다.

현대차그룹의 승계 작업은 삐걱이고 있다. 순환출자 고리 해소를 위해 현대모비스를 정점에 두고 각 계열사를 두는 ‘지배회사 체재’로 그룹 구조를 개편하려 했지만 최근 무산됐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현대모비스-현대글로비스 분할·합병이 선행돼야 하지만 현대모비스 주주들의 반대 여론이 거세다는 게 걸림돌이다. 그룹 지배구조 개편이 마무리되면 정의선 부회장이 정몽구 회장과 함께 현대모비스를 거느리면서 자연스럽게 세대교체가 진행될 것으로 예측된다. 형식적인 승계에는 난항을 겪고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이미 정의선 체제가 공고해졌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정 부회장은 현대차그룹 경영 일선에 나서 대규모 인수합병이나 미래차 관련 로드맵을 직접 그리고 있다.

SK그룹은 최태원 회장이 지난 1998년 만 38세의 나이로 회장에 취임, 젊은 총수 시대를 일찍부터 열었다. 롯데그룹은 형제 간 분쟁을 거쳐 신동빈 회장 체제를 구축했지만 신 회장이 법정구속돼 있어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이 밖에 정기선 부사장의 입김이 세지고 있는 현대중공업그룹, 조현준 회장이 회장직을 물려받은 효성 그룹, 김승연 회장의 장남인 김동관 한화큐셀 전무가 영향력을 키워가고 있는 한화그룹 등도 세대교체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총수 일가가 경영 능력에 대한 검증 없이 그룹 전체 경영권을 세습하는 문화 자체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LG 등이 보여주는 ‘장자 승계 원칙’도 실력 보다 혈통에만 의존하는 구시대적인 유물이라는 지적이 있다. ‘땅콩회항’과 ‘물벼락 갑질’ 등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킨 한진그룹 사례가 대표적이다. 재계 전체에 세대교체 바람이 불고 있지만 한진그룹은 3세 승계는커녕 총수 일가가 경영권을 잃을지도 모를 위기에 놓여 있다.



[에너지경제신문=여헌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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