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가계부채에 대한 1종오류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18.05.23 18:07
백우진

▲백우진 금융증권부장


미래와 관련한 선택에서 사람이 저지르는 오류는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일단 그 일이 좋지 않은 종류라고 가정하자. 첫째 오류는 그 일이 발생할 위험을 실제보다 지나치게 높게 보는 것이다. 둘째 오류는 그 일이 발생할 확률을 너무 낮게 평가해 무시해 발생한다. 첫째 오류는 쉽게 표현해 ‘기우’라고 할 수 있다.

한국경제의 주요 주체가 주택과 가계대출을 보는 시각은 지난 몇 년 동안 첫째 오류에 빠져 있었다. 언론매체는 대부분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한 가계대출이 한국경제의 폭탄이라는 진단을 일관되게 내놓았다. 이 글에서는 한국은행 자료를 통해 ‘가계부채에 대한 1종오류’를 잠시 살펴본다.

한은은 2016년 4월 5일 ‘금융사 대출행태 서베이 결과’를 발표했다. 가계의 신용위험지수는 28로 전분기보다 6포인트 높아졌고 2013년 1분기 28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가계부채는 늘어나는데 가계의 상환능력은 떨어질 수 있고 주택가격이 하락할 위험도 상존한다는 분석이었다.

한은이 같은 해 11월 발표한 ‘시스템 리스크 서베이’ 결과에 따르면, 국내외 금융전문가들은 우리나라 금융시스템의 잠재 리스크 요인으로 가계부채를 가장 많이 꼽았다. 가계부채가 문제라고 응답한 전문가가 70%에 달했다.

나는 그때 "가계부채라는 폭탄은 불발탄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두 가지 주요 변수인 ‘금리’와 ‘집값’을 들어 가계부채 폭탄론을 반박했다.

먼저 금리가 오르면 대출을 갚지 못하는 가구가 늘어나지만, "경기 회복 속도를 고려할 때 금리가 올라도 큰 폭 상승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나는 예상했다. 또 "주택담보대출 중 고정금리대출 비율은 연말 45%를 목표로 관리되고 있다"며 "금리가 상승하는 만큼 이자부담이 늘어나는 게 아니라는 말"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나는 국내 집값이 버블 상태가 아니기 때문에 주택시장이 무너질 가능성의 희박하다고 전망했다. 또 한국은 외국에 비해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을 낮게 유지해왔기 때문에, 집값이 떨어지더라도 담보여력 감소와 대출금 회수 도미노가 발생하지 않으리라고 주장했다.

한은이 지난 13일 내놓은 ‘시스템 리스크 서베이 결과’를 보면, 국내외 금융전문가들의 가계부채 걱정은 정점을 지나 차츰 진정되는 듯하다. ‘가계부채 누증’을 우리나라 금융시스템의 잠재 리스크 요인으로 꼽은 응답률은 지난해 하반기 87%였다가 상반기에는 74%로 큰 폭 낮아졌다. 이 응답률은 2006년 하반기보다는 높지만, 추세적으로는 아래를 향하고 있다고 본다.

가계부채를 둘러싼 불안이 덜해진 것을 두고, "위기설에 따라 방비를 단단히 한 덕분"이라는 설명이 나온다. 가계부채 위기설이 공포를 조장하는 데 그친 게 아니라 대비책을 마련해 위험을 줄이는 데 기여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2016년 이후 정부의 가계부채 대책은 지나친 옥죄기였고, 기본적으로 2016년 당시의 안전장치로도 충분했다. 이는 앞서 내가 인용한 논거, 즉 금리와 주택시장에 대한 전망과 분석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해하지 못하는 바는 아니다. 주택시장 버블을 타고 파생금융상품과 결합한 상태로 풀려나간 가계대출이 미증유의 글로벌 금융위기로 터졌다. 글로벌 금융위기는 ‘블랙스완’이라는 과도한 우려를 낳고 퍼뜨렸다. 그러나 글로벌 금융위기는 전혀 상상하지 못한 사태가 발발한 게 아니라, 그 발생 가능성이 적극적으로 부인된 탓에 빚어졌다. 당시 미국에서 주택시장을 둘러싼 위험은 관련 경제주체들의 탐욕과 군집행동으로 인해 부인됐다.

우리는 미국과 달리 가계대출과 주택시장의 위험을 부인하지 않았다. 일찌감치 위험 요인을 잘 파악하고 대응해왔다.

건강 염려증은 건강에 해롭다. 건강을 너무 걱정한 나머지 몸을 사려 적당한 운동도 하지 않으면 건강을 해친다. 가계부채 염려증도 이제 어느 정도 내려놓을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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