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민의 눈] 모두가 예상했던 경남은행의 '용두사미'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18.05.24 23:45
이유민

▲금융증권부 이유민 기자


또, 또, 또! 또 나왔다.

지난 2월 첫 판매를 시작한 경남은행의 ‘투유 공동 정기 예금’, ‘투유 공동 정기 적금’ 시리즈가 2차, 3차를 거쳐 어느덧 4차까지 출시됐다.

조건은 복·붙(복사·붙여넣기)이라도 한 듯 변함없다. 적금의 경우 12개월 가입 기준 기본금리 2.1%에 가입 기간 내 전체 모집 계좌수가 1000좌 이상일 경우 우대금리 0.1%, 2000좌 이상일 경우 우대금리 0.2%, 3000좌 이상일 경우 우대금리 0.3%가 제공되며 1000좌 미만인 경우에는 우대금리가 제공되지 않는다.

한정된 기간 동안만 판매해 단기간에 많은 계좌 수를 모집하는 게 목표인 이 예·적금. 예금은 다행히도 1, 2, 3차 모두 300억 이상의 모집금액을 달성했지만 적금의 경우 1차 판매 때부터 미지근한 반응이 계속되고 있다.

공동구매라는 새로운 플랫폼으로 인한 관심 속에서도 1차 판매에서는 총 2005좌, 2차 판매에서는 총 2234좌를 판매하며 최종 목표인 3000좌 달성에 도달하지 못했다. 여기에 더해 3차 판매부터 모집계좌 수는 바닥을 치기 시작했다. 3차 판매의 총 가입 계좌 수는 821좌로 가장 낮은 기준이었던 ‘1000좌 이상’ 가입 조건을 채우지 못한 채 기본 금리 제공에 그쳤다. 이번 4차 판매 역시 다르지 않다. 이달 31일 판매 종료를 앞두고 있는데도 24일 기준 아직까지 모집 계좌수가 500좌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4차 판매가 이달 10일부터 시작된 것을 감안해보았을 때, 판매 기간 내 1000좌 달성이 어려울 것으로 점쳐진다.

‘더 많은 고객이 가입할수록 금리가 높아지는 적금’이라는 이 상품의 컨셉이 처음 등장했을 때부터 용두사미의 그림은 누구나 예상할 수 있던 결과다. 처음 몇 번은 신상품이라는 호기심과 공동 구매라는 판매 체계에 많은 고객의 이목을 끌었다. 시간이 갈수록 상품의 관심도는 떨어지기 마련이지만, 경남은행은 금리 조건과 우대금리 지급 조건의 변화도 없이 손 놓고 바라만 볼 뿐이다.

3차 판매 시작 직후 찾아간 한 경남은행 지점의 행원마저도 "공동구매 상품은 1차 내지 2차까지가 반응이 좋다. 1, 2차 가입자 수 이상은 절대 넘어가지 못할 것"이라며 가입을 말리던 상품이다. 경남은행에 따르면 ‘투유 공동 정기 예·적금’의 5차, 6차 판매도 계속해서 이어질 예정이다.

각 차수 사이의 간격이 짧다는 것도 문제다. 3월 12일부터 30일까지 진행된 2차 판매 후 약 이 주 만에 4월 12일부터 30일까지 3차 판매가 진행됐다. 4차 판매는 5월 10일부터 진행되며 3차 판매에서 4차 판매 사이의 간격은 다시 열흘로 단축됐다.

가입 계좌 수 감소에 상관없이 무작정 상품 판매만 하고 있는 경남은행. 공동구매라는 독특한 형태만 유지한 채 최소한의 변화도 없이 고객의 가입을 기다리기만 하는 수동적인 모습이 아쉽다. ‘공동구매 상품’이라면 그 이름에 걸맞게 경남은행 고객들이 힘을 모아 달성할 수 있을 만한 기준과 기간을 제시해야 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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