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경제신문=이아경 기자] 현대자동차그룹이 지배구조 개편안을 잠정 중단한 가운데 증권가에서는 향후 개편안에 대한 다양한 시나리오를 내놓고 있다. 당초 시장에서는 기존 방안을 유지하되 분할합병 비율을 개선하는 쪽에 무게가 실렸으나, 장기전으로 새로운 개편안이 나올 수 있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현대차그룹은 순환출자고리를 해소하면서 대주주 지배력을 유지함과 동시에 주주권익을 모두 고려하는 방안을 내놓아야 하는 상황이다.
24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향후 현대차그룹의 개편안 시나리오는 크게 ▲기존의 안을 유지하되 합병비율 조정 ▲ 현대모비스 분할-재상장 후 글로비스와 합병 ▲현대차·현대모비스·기아차의 3사 분할·합병 등이 거론된다. 현대차그룹은 앞서 현대모비스의 핵심 사업인 모듈·AS부품 사업을 인적분할한 뒤 이를 글로비스와 분할·합병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출처=SK증권 |
당초 시장에서는 기존 개편안에서 분할·합병 비율을 개선하는 방안이 유력하다고 봤다. 다른 시나리오는 회사의 기존의 성장 전략과 논리를 뒤집어야 하고, 회사의 오류를 인정한다는 점에서 그룹의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IBK투자증권 이상현 연구원은 "과거 2008~2009년 현대모비스의 현대오토넷 흡수합병 당시에도 공개매수 금액 범위초과로 무산된 후 수개월 뒤 공개매수 금액과 합병비율을 조정해 성공한 사례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경우 실적 발표를 기준으로 기존안과 1분기만 차이가 난다는 점에서 큰 변경 포인트는 발생하기 어렵다는 진단이 나온다. 또 현대모비스의 모듈 부문의 저수익성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A/S 부문 분할이 사업적으로 타당한지에 대한 의문도 지속될 수 있다.
합병 비율을 현대모비스에 유리하게 조정할 경우 현대글로비스의 대주주 지분의 희석율이 높아질 수 있다는 점도 걸림돌이다. 유진투자증권 이재일 연구원은 "순환출자 고리를 제거하면서 충분한 지분을 확보해야 하는 대주주와 현대모비스 소액주주간의 이해상충이 발생하게 된다"며 "때문에 큰 폭의 합병 비율 조정은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현대모비스의 분할부문을 재상장하고 글로비스와 합병할 수 있다는 방안이 떠올랐다. 이 경우 기존 개편안과 동일한 결과를 얻는 동시에 시장가치로 합병비율이 산정돼 논란을 잠재울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분할법인의 재상장 작업은 시간이 오래 걸리고, 사업효율성이 저하될 수 있다.
동일한 개편안을 유지할 수 있는 또 다른 방안으로 글로비스의 시가총액을 높이는 방법도 거론된다. 이재일 연구원은 "인수·합병(M&A) 등을 통해 글로비스의 시가총액을 높이고 개편안을 재추진하면, 글로비스 주식 교부가 모비스 주주들에게 더 매력적으로 다가올 수 있다"고 강조했다.
▲출처=KTB투자증권 |
개편안 자체가 새롭게 수정될 가능성도 언급된다.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현대차그룹이 자발적 변화의지를 보여준 만큼 단기간 내 규제 압박은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KTB투자증권 이한준 연구원은 "이미 제시된 대로 모비스가 최상위 지배회사가 되는 안이 유지되고, 추후 분할합병비율이 모비스 주주에게 불리하지 않게 된다면 모비스 주가가 올라야 한다"며 "그런데 글로비스와 달리 모비스 주가만 크게 상승하면 대주주의 비용부담이 상승하고 지분율 약화이슈가 있어 개편안 구조 자체가 수정될 가능성이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