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러 에너지협력, 이렇게 하자] 한반도 육로, 해저케이블 최소화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18.06.19 16:28

문재인 대통령이 21일부터 24일까지 2박4일 동안 러시아를 국빈방문한다. 남북, 북미정상회담에 이어 한·러 정상회담까지 한반도 정세가 빠르게 변하고 있다. ‘긴장’에서 ‘평화’ 모드로 전환 중이다. 

문 대통령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남·북·러 ‘3각 협력 프로젝트’를 집중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에너지 협력분야에 대한 구체적 실행계획이 도출될 수 있을 것인지 관심을 모은다. 

동북아 슈퍼그리드, PNG(Pipeline Natural Gas) 등이 현실화되기 위해서는 풀어야 할 숙제가 많다. 이번 방문에는 전력 관계자와 에너지 전문가들이 함께 수행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에너지경제신문은 20일부터 이틀에 걸쳐 러시아 방문에서 어떤 논의가 이뤄져야 하고 앞으로 풀어야 할 과제는 무엇인지 전문가들의 제언을 통해 함께 고민해 본다. -편집자



- 남북한 상이한 전력 계통, 북한 낙후한 전력 인프라 등은 극복해야

몽골과 러시아의 풍부한 에너지자원을 이용하여 생산한 전력을 역내 전력 수요가 높은 국가(한국·중국·일본)에 공급하는 동북아 슈퍼그리드는 1990년대 후반 러시아의 ESI와 한국의 KERI(전기연구원)가 최초로 제안했다.

이후 이 프로젝트는 일본 소프트뱅크의 아시아 슈퍼그리드, 중국 SGCC(중국국가전망공사)의 GEI Vision, 러시아 푸틴 대통령의 ‘아시아 에너지 슈퍼링’ 등을 거쳐 진화 발전된 후 2017년 러시아 동방포럼에서 발표된 문재인 대통령의 전격적 제안과 함께 최근 한반도 정세의 급격한 변화에 힘입어 한층 뜨거운 이슈로 부상하고 있다.

그동안 한·중·일과 러시아, 몽골 등 관련국들은 다자 혹은 양자 구도에서 동북아 슈퍼그리드를 구축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해 왔다. 특히 2017년 3월 한·중·일 3개 전력회사가 공동으로 발표한 예비 타당성 연구 결과에서 중국 웨이하이와 한국의 인천, 한국의 고성과 일본의 마쓰에를 잇는 해저케이블의 경제적 타당성이 확인됐다.

같은 해 12월 한·중 정상회담 기간에는 KEPCO(한국전력), SGCC(중국국가전망공사), GEIDCO(글로벌 에너지 연계 개발협력기구)가 ‘한·중 전력망 연계 거래조건 협정서’가 체결돼 이 프로젝트의 실현 가능성이 한충 더 높아졌다.

동북아 슈퍼그리드는 세계 전력 소비량의 35%, 아시아의 77%를 차지하는 전력 고소비 지역과 세계 최대 규모의 발전 잠재력을 가진 몽골과 러시아 간의 연계라는 점에서 그 성공 가능성이 매우 높은 프로젝트이다.

뿐만 아니라 최대 23배에 이르는 지역 간 전기료 차이 및 100% 이상 차이가 나는 피크타임 수요 분포 등은 동북아 슈퍼그리드의 높은 경제적 효과를 점치게 하는 요인들이다.

그러나 동북아 슈퍼그리드가 구축되고 제대로 자리 잡기 위해서 넘어야 할 산도 만만치 않다. 이는 슈퍼그리드가 이미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유럽과 미국 등 선진국과 비교하면 더욱 분명해진다.

현재 제안되고 있는 동북아 슈퍼그리드는 1960년대 케네디 대통령이 미국 북서부의 수력 발전 전력을 남쪽 캘리포니아 주에 공급했던 일방향의 초기 버전이다. 이 경우 전력원이 되는 지역에서 문제가 발생할 경우 대처할 방법이 전혀 없어 에너지 안보 면에서 취약하다. 슈퍼 그리드가 발달한 유럽에서는 그리드에 속한 거의 모든 국가가 공급국이자 동시에 수요국이다.

이러한 양방향 혹은 다방향의 그리드 망에서는 유사시에 전력원을 쉽게 대체할 수 있어 에너지 안보에 대한 우려가 최소화된다. 이렇듯 동북아에서는 공급국(몽골, 러시아)과 소비국(한·중·일)으로 양분된 일 방향 거래 구조를 비롯해 높은 화석 발전원 비중 국영 기업에 의한 장기 거래 중심의 경직된 전력 시장 국가 간 상이한 제도와 이해관계 지정학적 갈등 그리고 이를 해결할 초국적 협의체의 부재 등 장애요인이 산적해 있다. 

동북아 슈퍼그리드를 추진하는 관련국들은 이러한 장애요인을 합리적이고 효과적으로 극복할 수 있는 면밀한 협력 로드맵을 사전에 마련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최근 남북 관계 개선으로 부활의 조짐을 보이는 남·북·러 전력 연계망 프로젝트는 동북아 슈퍼그리드 구축에 새로운 활력소가 되고 있다. 한반도의 육로를 통한다면 해저케이블 건설이 최소화되는 등 슈퍼그리드 구축을 위한 보다 우호적인 환경이 조성될 것이다.

그러나 고압송배전망 등 남북한 간의 상이한 전력 계통, 북한의 낙후한 전력 인프라로 인한 망 전체의 훼손 가능성 등 선제적으로 극복해야 할 리스크도 없지 않다.

결론적으로 많은 전문가들의 견해와 같이 남북한 전력망 전체를 연결할 경우 DC(직류) 연계방식이 우선 적용돼야 하지만 AC(교류) 연계방식을 단계적으로 적용하고, 북한 전력망 재구축 이후에 연계를 확장하는 방식도 신중히 고려할 것을 제안하고자 한다.


-이대식 재단법인 연구소 여시재 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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