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러 에너지협력, 이렇게 하자] "한·러 전력기관 간 공동연구 필요하다"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18.06.19 11:16

이상준 교수 국민대학교 유라시아학과

문재인 대통령이 21일부터 24일까지 2박4일 동안 러시아를 국빈방문한다. 남북, 북미정상회담에 이어 한·러 정상회담까지 한반도 정세가 빠르게 변하고 있다. ‘긴장’에서 ‘평화’ 모드로 전환 중이다. 

문 대통령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남·북·러 ‘3각 협력 프로젝트’를 집중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에너지 협력분야에 대한 구체적 실행계획이 도출될 수 있을 것인지 관심을 모은다. 

동북아 슈퍼그리드, PNG(Pipeline Natural Gas) 등이 현실화되기 위해서는 풀어야 할 숙제가 많다. 이번 방문에는 전력 관계자와 에너지 전문가들이 함께 수행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에너지경제신문은 20일부터 이틀에 걸쳐 러시아 방문에서 어떤 논의가 이뤄져야 하고 앞으로 풀어야 할 과제는 무엇인지 전문가들의 제언을 통해 함께 고민해 본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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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준 교수(국민대 유라시아학과)

한·러 전력기관 공동연구에 북한도 참여시키는 것이 바람직

한반도 신(新)경제지도 관련 논의 가운데 남북 전력망 연계는 경제발전의 토대를 제공하고 동시에 동북아 슈퍼그리드의 근간이 되는 사업이다. 

동북아 슈퍼그리드 초기에는 장기계약의 경직된 계통연계 구조로 출발하겠지만 일단 계통연계가 완성되고, 참여국간 상호 신뢰가 생기면 공급국과 수요국간 거래는 일방향에서 쌍방향으로 바뀔 수 있다. 

전력을 손쉽게 거래할 수 있는 전력거래시장도 형성될 수 있다. 동북아 지역에 산재한 다양한 신재생에너지를 이용해 기후변화에 적극 대응하고 미세먼지 감축의 효과도 얻어낼 수 있을 뿐 아니라 참여국의 후생 향상에도 기여할 수 있다.

외교안보적인 의미도 크다. 미·중 패권 경쟁이 격화되는 상황에서 북한을 경유하는 남·북·러 계통연계는 비핵화에 대한 보상으로 진행될 수 있다. 그리고 중국을 견제하는 카드로 사용될 수 있다고 한다면 미국의 양해와 국제사회의 지원도 이끌어낼 수 있다. 

그동안 한·중 계통연계 가능성은 크게 증가했다. 그러나 남·북·러 계통연계가 없는 상태에서 한·중간의 계통연계는 한국을 중국판 전력 천하질서에 편입시키는 의미에 국한될 수 있다. 

또한 남·북·러 계통연계를 추진하면 한반도는 지정학적 불리함을 딛고 동북아 전력망 허브가 될 수 있다. 남·북·러 계통연계와 동북아 슈퍼그리드는 경제성도 있다. 

전력공급국인 러시아, 몽골과 전력수요국 한·중·일의 전력 가격은 최대 20배 차이가 나며 전력 피크 시간대 역시 편차가 있다. 계통연계를 통해 우리나라 전체 전력의 10% 정도까지 다른 국가로부터 공급받는다면 전력 수급 안정성도 높이면서 동시에 경제성도 확보할 수 있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북한은 송배전시설 노후화, 에너지원 공급 감소, 에너지 다소비형 중공업 산업구조 등으로 전력 난을 겪고 있다. 전력 품질 역시 좋지 않아 공단 운영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따라서 북한 경제개발은 전력 공급으로부터 시작될 수밖에 없으며, 전력망 연계 없이는 한반도 新경제지도도 완성될 수 없다. 남북 전력망 연계를 신재생에너지로 모두 공급하면 좋겠지만 단기적으로 이를 달성하기는 쉽지 않다. 

그래서 러시아의 재생에너지를 HDVC(고압직류)로 한반도 남단으로 직접 공급받고 한국에서 생산되는 전력을 일부 북한으로 송전한다면 남·북·러 계통연계의 지정학적 리스크도 줄일 수 있다. 

남에서 북으로 송전되는 전력의 증분은 재생에너지로 충당할 수 있으며 지정학적 위기가 불거질 경우 북으로 송전을 끊어 대처할 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북한의 지역별 환경에 최적화된 신재생에너지 전원을 연계할 수 있는 마이크로그리드 역시 동시에 고려된다면 슈퍼그리드의 효율성을 더욱 높일 수 있다. 

신재생에너지를 사용한다면 GCF(녹색기후기금) 등을 통해 개발자금을 지원받을 수 있음은 물론 북한의 지역과 거점 개발을 단계적으로 추진하면서 자본과 개발의 선 순환적 구조를 만들 수 있다. 

다만 전력망 연계는 거버넌스가 중요한데 남북 전력망 연계와 동북아 슈퍼그리드를 지속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탈 이데올로기적이고 초당적 협력이 전제돼야 한다. 

아울러 기술적 측면은 공학으로 해결 가능하겠지만 에너지 안보, 수급, 재원조달, 사회적 수용성 등을 고려하면 외교안보, 법률, 경제, 경영, 사회 등 학제적인 연구가 가능한 ‘동북아 슈퍼그리드학회’도 필요하다. 

이번 문재인 대통령의 러시아 국빈 순방 시 한·러 전력기관 간 공동연구에 대한 합의가 있을 것이다. 여기에 북한을 참여시키는 것도 요구된다. 남·북·러 계통연계의 성공을 위해서는 북한 전력 현황에 대한 연구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 

오는 9월 동방경제포럼에서 남·북·러 고위급이 만나 이를 논의했으면 한다. 그만큼 한반도 新경제지도의 완성 가능성은 더욱 커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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