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녕호 한국CM협회 건설산업연구센터장 |
[정녕호 한국CM협회 건설산업연구센터장] 요즘 화두는 단연 북한이다. 건설업계도 다르지 않아 북한건설시장에 대한 관심이 최고조에 이르고 있다. 과연 북한건설시장은 어떤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가올까.
사업자 입장에서는 먼저 북한건설시장이 국내시장인가 해외시장인가를 구분해 볼 필요가 있다. 건설시장 입장에서만 바라보면 당분간 우리 헌법 제3조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는 조항이 북한에 적용될 여지는 없어 보인다. 국내시장은 아니라는 뜻이다. 북한의 실정법 또는 다른 발주기관인 국제기구가 정한 룰에 따라 시장시스템이 작동한다고 봐야 한다. 다행히 우리 건설업계는 풍부한 해외경험을 가지고 있다. 다양한 지역에서 사업을 수행했고 경험을 축적하고 있다. 그러나 북한에 대해서는 가깝고 잘 알 듯 하면서도 막상 건설시장 시스템이 어떻게 작동할지에 대해서는 선뜻 그 모습이 그려지지 않는다. 개방된 시장의 북한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
해외건설의 경험을 통하여 비추어보면 북한시장은 두 가지 특징을 가지고 있다.
첫째는 사회주의체제 국가가 자본주의체제의 시장시스템을 받아들인 모습이다. 중국 베트남 등과 유사한 행태의 건설시장 환경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는 사회주의체제 국가에서 많은 건설경험을 가지고 있다. 경험을 통해 알 수 있듯이 사회주의 국가에서는 현장실무에서 법이 잘 통하지는 않는다. 외견상 법치를 하고 있는 듯 보이나 시장에서는 사업 상대방과의 관계가 더 중요하다.
해당국의 공산당과 연결되지 않은 사업의 위험성에 대해서는 경험을 통해 이미 잘 이해하고 있으리라 본다. 실제 사회주의 국가에서 법이란 한 사회의 지배계급이 피지배계급을 향해 사용하는 강제수단이며 억압의 도구라는 도구주의 법률관을 가지고 있다. 법은 사회질서를 위한 규범체계로서의 기능보다는 공산주의 사회 건설이라는 당의 정치적 목표를 실현하기 위한 수단으로서의 기능이 강조된다.
사회주의 국가에서 법은 정치에 종속돼 있기 때문에 당이 법을 지도하고, 법을 초월해 존재하므로 결국 법은 당의 중요한 통치도구에 불과할 뿐이다. 사회주의국가의 헌법 역시 당헌에 종속돼 지배를 받고, 실정법은 당에 의해 이미 제정된 정책과 지시 등 당규범의 구체화·조문화에 불과하다. 실질적으로는 당헌이 헌법보다 상위의 규범적 효력을 가지게 된다.
둘째 북한은 군주국가의 모습이 있다. 우리 건설이 중동의 군주제 국가에서 경험한 바로는 왕족과 연결되지 않은 프로젝트는 없었다. 북한은 중동의 왕정국가와 달리 단기간에 형성된 체제여서 왕족이라 할 만한 사람의 숫자도 적다. 외관 또한 군주제는 아니어서 중동제국에서 나타나는 왕족이 모든 프로젝트에 관여하는 모습과는 다르다. 이념적 기반 또한 독재에 바탕을 둔 왕도정치의 모습이 예상되며 시장개방 초기에는 의료 식량 등 민생과 관련된 시설부터 투자가 시작될 것이다.
북한이 가지고 있는 두 가지 경제적 특성 모두 국내에서는 익숙한 기업의 자유로운 의사결정과 그에 따른 책임경영 등 우리에게는 체화된 법치가 들어갈 여지가 적어 보인다. 당분간은 혼란이 있을 것이고 이해하고 적응하는데 시간이 필요하다.
그러나 남북은 같은 민족이고 언어와 문화가 같다는 동질성을 가지고 있다. 다름을 인정하고 조금만 노력하면 바로 융화될 가능성이 크다. 사업의 핵심은 서로에게 이익이 된다는 사실이다. 건설 또한 다르지 않다. 남북이 서로에게 이익이 되면서 우리 건설이 도약하는 기회가 되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