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희순의 눈] 인도 영화 ‘당갈’을 다시 볼 이들에게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18.07.10 1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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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부 정희순 기자 hsjung@ekn.kr

아버지의 꿈은 레슬링 금메달리스트였다. 못다 이룬 꿈을 아들을 통해 이루고자 했지만, 하늘도 무심하게도(?) 그는 딸만 내리 넷을 낳았다. 결국 그는 아들 대신 딸에게 자신의 꿈을 투영했다. 딸이 울건말건 머리를 사내아이처럼 빡빡 밀어버렸고, "여자가 무슨 레슬링이냐"는 사람들의 따가운 시선과 조롱 속에서도 딸에게 레슬링 ‘특훈’을 시켰다. 결국 그의 두 딸은 재능을 발휘해 국제대회에 나가 자국 인도의 품에 금메달을 안겨 아버지의 꿈을 대신 이룬다. 지난 4월 국내에서 개봉한 인도 영화 ‘당갈’의 내용이다.

개봉 당시 이 영화는 페미니즘 영화다, 아니다를 두고 평론가의 반응이 엇갈렸다. 한편에선 "딸이 편견을 극복해 승리를 일궈낸 것처럼 포장됐으나, 결국 아버지의 꿈을 이루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된 여성일 뿐"이라며 반페미니즘적이라 평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영화의 한 부분이긴 하지만, 인도의 조혼 문제와 사회적 편견 등을 들춰냈으니 어쨌든 페미니즘 영화"라고 했다. 최근 김정숙 여사는 인도 국빈 방문을 앞두고 인도 유학생들과 함께 이 영화를 관람했다. 김 여사는 이 영화를 보고 무엇을 떠올렸을까. 성장세가 무서운 인도에 우리 기업이 진출해 큰 성공을 거두는 장밋빛 미래만을 보았을까. 아니면 혹시, 사회 활동을 하면서 수없이 유리장벽에 부딪치는 여성들의 모습을 떠올리진 않았을까.

지난해 한·미·일 3개국의 100대 기업 연봉을 조사한 결과 상위 10위권 안에 랭크된 ‘여성 CEO’는 오라클의 사프라 카츠 사장이 유일했다. 유리장벽은 총수 일가 안에서도 마찬가지다. 최근 모 그룹 오너 일가 6명이 잇달아 계열사 주식을 매입했는데, 면면을 살펴보면 배분 공식이 참 재밌다. 아들이 8을 가지면 딸이 2를 가지고, 장남이 6을 가지면 차남이 4를 가지는 식이다. 속사정이야 누가 알겠냐마는, 해당 그룹이 오랜 세월 ‘장자 승계’를 원칙으로 삼아왔다는 것을 떠올리면 그저 우연의 일치만은 아닌 것 같다.

‘넥스트 차이나’인 인도를 이해하겠다며 영화 ‘당갈’을 찾아보겠다는 기업인들도 많다. 영화를 보면서 무슨 생각을 할 것인가. 성취만을 좇다가 놓쳐버린 것은 없는지 둘러볼 계기가 되길 바란다. 러닝타임 161분은 꽤 긴 시간이다.

산업부 정희순 기자 hsjung@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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