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유라의 눈] 삼성바이오 회계감리, ‘자존심’ 버리고 투자자를 봐야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18.07.16 0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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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부 나유라 기자.



"증권선물위원회가 삼성바이오로직스 사태에 대해 결론을 차일피일 미루면서 투자자들도 기운이 빠진 것 같아요. 투자자들은 증선위 결과가 나오기까지 마냥 기다리고 인내하는 수밖에 없잖아요. 가장 큰 피해자는 투자자죠."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가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내린 징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는 질문에 한 회계사는 이렇게 말했다. 증선위는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혐의와 관련해 6월부터 현재까지 임시회의만 5차례를 열었다.

증선위 역사상 가장 많은 회의시간을 투입했지만 지난 12일 내놓은 결론은 반쪽 짜리에 그쳤다. 이번 사안의 핵심 쟁점은 삼성바이오로직스가 2015년 삼성바이오에피스의 기업가치를 의도적으로 부풀렸는지 여부인데, 증선위가 이 부분에 대해서는 판단을 유보했기 때문이다. 증선위는 바이오에피스 기업가치 부분에 대해서는 금감원에 재감리를 요청하는 한편 삼성바이오가 바이오젠의 콜옵션 관련 내용을 공시하지 않은 것은 회계기준 위반으로 판단했다.

증선위의 발표 다음날 삼성바이오로직스 주가는 6% 넘게 하락했고 포털사이트 종목토론실은 후끈 달아올랐다. 투자자들은 증선위가 ‘분식회계 가능성’이라는 폭탄을 제거하지 않은 점을 강하게 비판했다.

회계사, 증권사 등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의견이 분분했다. 증선위가 한발 빼면서 법원과 금감원 쪽으로 폭탄을 넘겼다는 의견도 있었고, 이게 이렇게까지 시간을 끌만한 일인지 모르겠다는 비판도 나왔다. 과거 회계처리 방식이 잘못됐다면 지금이라도 바로잡아야 하지만 막무가내식 삼성때리기는 안된다는 신중론도 있었다.

그러면서도 증선위가 충분히 심사숙고했고, 금감원과 삼성바이오로직스 두 기관 사이에서 최선의 절충안을 내놨다는 점에는 대체로 동의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불성실 공시는 분명한 공시의무 위반이나 회계처리가 고의였는지에 대해서는 최대한 천천히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회계처리가 고의로 판명되면 최악의 경우 상장폐지 위기까지 갈 수 있는 민감한 사항이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금감원의 태도다. 이 사안이 시간이 흐를수록 원래 목적인 ‘분식회계 혐의’보다 금융감독원과 삼성바이오로직스 간의 자존심 대결로 번지고 있는 점은 이해하기 어렵다. 실제 증선위는 결과 발표 전 삼성바이오에피스 설립 직후인 2012~2014년 회계처리에 대한 타당성에 대해서도 같이 검토해야 한다며 금감원에 감리 조치안 수정을 요청했지만 금감원은 이를 거부했다. 결국 금감원이 마지막에는 재감리 요청을 수용했지만, 상급기간인 증선위의 요청을 거부한 점은 납득하기 어렵다.

증선위, 금감원,삼성바이오로직스 등 각 기관마다 입장이 충분히 다를 수 있다. 특히 이번 안건은 어떻게 접근하느냐에 따라 분식이냐, 아니냐가 크게 갈리는 만큼 쉽게 결정을 내릴 수 없는 점도 이해가 간다. 분명한 것은 해당 안건이 누구 한쪽이 지고 이기는 ‘자존심’ 대결로 가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는 점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소액주주는 3월 말 기준 8만명이 넘는다. 각 기관의 발언과 행보 하나하나에 이들의 표정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하길 바란다.


[에너지경제신문=나유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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